당신네 문학은 안녕하십니까?
당신네 문학은 안녕하십니까?
  • 방재홍
  • 승인 2016.03.0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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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재홍 발행인

[독서신문 방재홍 발행인] 수년 후 문학은 어떤 형태를 취하게 될까? 문학은 어떤 형태의 새로운 전달 매체를 사용하게 될까? 미래의 도서관에서는 고속도로에서 말이 끄는 마차를 보는 것만큼이나 종이에 인쇄된 책을 볼 수 없을까?

영국 존 서덜랜드는 저서 『풍성한 삶을 위한 문학의 역사』(에코리브르 간)에서 전자책의 번성을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전자책은 욕조에 떨어뜨릴 수는 없어도 많은 일을 할 것이라는 말과 함께. 몇 시간을 끙끙대고 풀어야 하는 숙제를 단숨에 해놓고 노는 천재를 바라보는 심정이 이럴까.

나는 ‘문학의 미래’ 등 담론을 제기할 내공은 없지만 얼마 전 스페인 바르셀로나 풍경을 보면 존 서덜랜드의 심정이 이해된다. 세계모바일콩그레스(MWC)에서 수많은 관계자가 한꺼번에 고글을 쓰고 ‘가상현실’을 체험하고 있었다. 저 고글이 뭐하는 물건인가 잘 몰랐는데 그날 밤 TV뉴스를 보고 알았다. 어여쁜 여성 앵커가 고글을 쓰자 눈앞에는 롤러코스터가 생생하게 펼쳐지며 정말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스릴감을 느끼고 있었다. 순간 나는 저 고글과 전자책이 결합한다면? 하는 엉뚱한 상상, 종이로선 상상하기 싫은 상상을 했다.

저 가상현실에 약간의 글(자막 비슷하게)이 들어간다면, 그 땐 저 가상현실이 문학의 지위를 차지할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럴 바엔 영화를 보지, 굳이 텍스트를 넣어 불편하게 할 게 뭐 있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누가 알랴, 누군가의 상상력이 우리 일상을 뒤집어 놓은 예는 얼마든지 있으니 무슨 일이 언제 어떻게 벌어질지.

찬바람 몰아치는 황무지 하워스 언덕의 『폭풍의 언덕』이나 거센 파도 속 잡은 청새치를 놓고 상어와 사투를 벌이는 『노인과 바다』 등도 해볼 만하지 않을까. 그 현장에서처럼, 그리고 친절한 텍스트가 들어간다면…. 벌써 그림이 그려진다. 그게 문학인지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좀 더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래도, 그것이 우리 삶(아이들의 삶까지 포함해서)의 일부가 되어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미덕만 유지한다면 문학의 왜곡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종이에 대한 아쉬움은 그 무엇으로도 달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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