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향기 칼럼] "이 사람은 나와 함께 정이든지 오래되었다”
[풀향기 칼럼] "이 사람은 나와 함께 정이든지 오래되었다”
  • 독서신문
  • 승인 2016.03.0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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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영

▲ 황태영 <대한북레터협회 회장 / 희여골 대표>
[독서신문] 일부 대박집을 빼고 대부분 자영업자는 하루하루가 힘겹고 가슴 졸이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손님이 많아 보여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인건비와 월세 걱정에 한숨이 끊이지 않는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고나 할까 길거리를 가다가 손님이 없는 가게를 보면 괜스레 마음이 아리다.

어느 날 가게를 하고 있는 친구가 불평을 했다. “오늘하기로 예약되었던 모임이 오후에 갑자기 취소되었다. 하루 전에만 알려주었어도 그 모임 때문에 받을 수 없었던 다른 단체 예약을 받을 수 있었다. 음식도 다 준비해 놓았는데 버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너무 속상하다.” 취소하는 사람은 전화한통으로 끝날지 모르지만 준비한 사람은 매우 답답하고 힘겹다. 모임은 사정이 있으면 취소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하루나 이틀 정도 대처할 시간은 주어야 한다.

바닷물 속에는 소금이 3퍼센트 정도 들어있다. 그 소량의 소금이 바닷물을 썩지 않게 해주고 어는 것을 막아준다. 바다 속의 무수한 생명체는 소금 덕분에 살아갈 수가 있다. 세상을 썩지 않게 해주는 소금은 배려다. 작은 배려가 자칫 부딪쳐 깨어질 수 있는 삭막한 세상을 따뜻하게 해준다. 배려는 다툼과 갈등을 막고 뭉클한 감동을 준다. 어진 마음은 사회를 녹이는 체온이 된다.

청진기를 가슴에 품고 다니는 의사가 있었다. 동료 의사가 왜 그러는지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그 의사가 답했다. “차가운 청진기를 환자의 가슴에 댈 때 환자가 움찔 놀라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청진기를 따뜻하게 해두면 환자에게 불필요한 자극을 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주위를 꽃으로 둘러싸야 자신이 꽃밭에 있을 수 있다.

주변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자신도 행복해질 수 있다. 경쟁하는 삶은 오래가지 못한다. 승자도 언제 도태될지 모르는 불안감과 우울증에 시달린다. 승자와 패자 모두가 불행해진다. 배려하는 삶만이 공존과 행복을 담보해 준다. 외형의 아름다움은 백일을 못가나 배려의 아름다움은 백년을 간다. 배려보다 아름다운 치유는 없다.

배려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성심을 다해 남을 배려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성공의 기회가 온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일본 최고의 권력자가 되었다. 신분상승이 거의 불가능하던 시절 그의 경이적인 출세는 신화로 통한다. 그는 무슨 일을 하건 최선을 다했다. 그가 일본 최고의 실력자 오다 노부나가의 부하가 되어 처음 한일은 화장실 청소였다. 그는 화장실 청소도 아주 열심히 했다. 화장실은 깨끗했고 냄새나 먼지가 없었다. 이용자에 대한 보이지 않는 배려였다.

그는 다음에 노부나가의 신발을 담당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것도 그는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했다. 추운 겨울날에는 신발이 차가워져 주인이 신을 때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 그래서 그는 가슴에 신발을 품고 다녔다. 출타를 위해 노부나가가 신발을 신었다. 날씨는 차가운데 신발은 따뜻했다. 노부나가의 히데요시에 대한 신임은 깊어만 갔다.

돈이 많은 집이 아니라 배려심이 많은 집이 부유한 집이다. 무언가를 더 가지려고 다툼을 하는 사람보다 가지고 싶은 것은 없고 나눌 것만 있는 사람이 더 부유한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후한의 설포(薛包)는 배움에 열중하고 인품이 후덕하여 효자로 소문이 났다. 친모가 죽자 아버지는 후처를 얻었는데 그녀는 천성이 간악하여 설포를 몹시 미워했다. 설포를 죽이려고 갖은 음모를 꾸미기도 했다. 마침내는 울면서 애원하는 설포를 매질하여 집에서 쫓아냈다.

그러나 설포는 마을 입구에 오두막집을 짓고 매일 집에 와 물 뿌리고 청소를 했다. 또 부모님께 아침저녁으로 문안인사를 올렸다. 일년 남짓 이렇게 하자 부모가 부끄럽게 여겨 그를 돌아오도록 했다. 설포의 지극한 정성으로 가족들은 갈등을 씻고 영화를 누렸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동생들이 분가를 하려했다. 설포는 말렸지만 더 이상 설득할 수 없게 되자 재산을 나누었다.

설포는 나쁜 것은 자신이 가지고 좋은 것은 기분 나쁘지 않게 동생들 몫으로 나누어 주었다. 늙은 노비를 데려오면서 "이 사람은 나와 함께 정이든지 오래되었다.”고 했다. 황폐한 밭과 기울어진 농막을 차지하면서 "내가 어릴 적부터 관리하던 것이어서 각별함이 있다."고 했다. 살림살이는 낡고 부서진 것들을 가지면서 “평소에 쓰던 것이어서 내 몸에 편하다.”고 했다. 아우와 그 자식들이 재산을 거덜 낼 때마다 다시 구제해주었다.

왕은 그 소문을 듣고 그에게 시중이란 벼슬을 하사했다. 설포가 사양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려 하자 왕은 예를 갖추고 쌀 천곡을 하사하였다. 배려보다 빛나는 벼슬은 없다. 배려는 언젠가는 보상을 받게 된다. 돈이 많은 사회보다 배려가 많은 사회가 더 풍요롭다. 배려는 사막을 적시는 단비,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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