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유지희 기자]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재료와 오래도록 전해 내려오는 특색 있는 조리법으로, 천천히 시간을 들여 만드는 음식을 ‘슬로푸드’라 한다. 섬 전문가 김준은 이 개념에서 착안해 ‘슬로피시’를 주장한다.
우리 바다에서 나는 건강한 물고기, 대대손손 맛볼 수 있는 물고기를 잡아 우리 땅에서 무르익은 요리법으로 정갈하게 만든 음식을 먹는 노력이 ‘슬로피시’다. 진정한 ‘슬로피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리 고유의 바다 생물들을 기억하고 지키는 것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점에 있는 책이 『물고기가 왜?』이다.
청소년을 위한 바다 인문학 『물고기가 왜?』에는 오랫동안 즐겨 먹었으나 지금은 그 존재 자체가 귀해진 우리 바다 생물 열 가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동해 명태, 서해 조기, 남해 멸치, 제주 자리돔부터 해조류인 미역과 갯벌에서 많이 나는 낙지까지 다양한 생물들이 우리의 삶과 문화에 끼친 영향들을 엿볼 수 있다.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면서 가장 부족한 것은 ‘통합적 사고 능력’이라고들 한다. 지금 하고 있는 공부, 학문이 일상생활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이해하기보다 그저 사실을 외우는 탓에 힘이 든다. 그래서 지식을 아는 것 자체가 재미있어야 하고, 지적 희열을 느낄 수 있는 독서 습관이 중요하다. 그러한 취지에서 만들어진 책 또한 『물고기가 왜?』다.
저자는 20년 가까이, 주말마다 이 섬에서 저 섬으로 바다 살림살이를 둘러보며 기록을 남겼다. 우리 바다에 어떤 물고기가 살았는지, 어떻게 요리해 먹었는지, 그리고 그 많던 우리 물고기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등 물고기 생태 이야기로 시작해 바닷가 문화와 바다 생태계 이야기를 이어 간다. 책을 통해 밥상에서 흔히 봤던 바다 생물들의 새로운 면모를, 무심히 먹는 물고기 속 다양한 이야기를 자연스레 만나게 될 것이다.
■ 물고기가 왜?
김준 지음 | 이장미 그림 | 웃는돌고래 펴냄 | 240쪽 |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