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글쓰기 교육 특집(20)] “글쓰기에 연관된 활동, 수업시간에 끊임없이 반복~반복~”
[독일 글쓰기 교육 특집(20)] “글쓰기에 연관된 활동, 수업시간에 끊임없이 반복~반복~”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6.03.0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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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창간 47주년 특별기획> 독일 프랑크푸르트 교민 이주희 씨 ‘독일 글쓰기 교육의 장단점’ 인터뷰
▲ 이주희 씨가 자신의 경영학 석사논문 '신기술 수용을 방해하는 매커니즘 - 도이치뱅크 GTO 부서 사례'를 들어보이고 있다.

<독서신문>은 창간 47주년을 맞아 신향식 객원기자(신우성글쓰기본부 대표)의 ‘독일 글쓰기 교육’을 연재합니다. 베를린과 함부르크, 비스바덴, 프랑크푸르트, 하이델베르크 등 독일 현지 취재와 국내에 체류 중인 독일 교육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독일의 선진적인 글쓰기 문화를 소개합니다. 신 기자는 하버드대와 MIT, UMASS 등에서 미국 글쓰기 교육을 심층 취재해 보도한 바 있고, 대학과 고교에서도 글쓰기 및 소논문, 보고서 작성법을 체계 있게 지도하는 논증적 글쓰기 교육의 전문가입니다. / 편집자 주(註)


[프랑크푸르트(독일)=신향식 특파원] “고등학교 선생님들과 대학 교수님들께서는 글쓰기에서 ‘인용’을 정확히 하라고 무척 많이 강조하셨습니다. 다른 사람의 논문이나 자료를 인용할 때 출처를 명확하게 기록하는 점을 중시하신 것입니다.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참고한 것인지도 세세하게 따져보셨어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번역 전문가로 활약 중인 재독교포 이주희 씨(28․여)는 “고등학교 때 남의 글을 베낀 과제를 제출해 0점을 받은 친구가 있었다”면서 “대학 시절에는 논문에 인용한 글의 출처를 명확하게 표기하지 않아 논문 심사에서 고생한 친구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출처를 밝히지 않으면 표절로 간주합니다. 출처를 제대로 적지 않아 논문 심사에서 탈락한 사례도 있습니다. 한국의 온라인 글을 보면 ‘카더라’ 표현이 많더군요. 출처가 없는 글을 보면 믿을 만한 정보인지 의문이 듭니다.”

이주희 씨는 대학원 시절 논문 작성에 필요한 세세한 내용은 지도교수보다도 박사과정 조교에게 주로 지도를 받았다고 했다. 또, 대학과 기업이 협업해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례도 많다면서 이 씨도 도이치뱅크에서 졸업 논문(‘신기술 수용을 방해하는 매커니즘-도이치뱅크 GTO 부서 사례’)을 썼다고 밝혔다.

“학교 측 2명, 회사 측 2명 등 담당자 4명과 함께 공동 연구를 했습니다. 박사과정에 있는 조교, 교수, 그리고 회사 관계자들의 의견을 다 반영해 연구 방향을 잡는 게 조금 어려웠습니다. 기업에서 학생에게 따로 보상을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학생 처지에서는 학문적이면서 동시에 실질적인 연구 주제를 선정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기업 현장의 자료도 얻을 수 있어 기업과 협력해 논문을 쓰는 것이 참 효율적입니다.”

이 씨는 “특히 경영학 전공자들에게는 이런 방식의 논문 작성이 일석이조”라면서 “회사들도 인재를 발굴하는 비용을 절감하는 등 이득이 많기에 이 방식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주희 씨는 서울에서 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가족과 함께 독일로 이주했다. 게슈비스터 초등학교와 알버트 아인슈타인 김나지움(중․고교)을 졸업하고, 만하임대학교 학사를 거쳐 지난해 6월에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고교 시절에는 미국 텍사스주의 클리어 크리크 하이스쿨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왔으며 서울대 경영학과에서 1년간 석사과정 교환학생으로도 공부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독일에서 졸업한 이 씨에게 독일 교육 전반에 관해 들어본다. 지난해 5월 13일 독일 비스바덴에서 프랑크푸르트로 이동하는 열차 안에서 인터뷰를 한 뒤 이메일로 후속 취재를 했다.

▲ 독일 비스바덴에 있는 딜타이 김나지움의 독일어 시간에 교사가 학생들 과제물을 점검하고 있다.

◆ 독일 초등학생은 하루에 평균 10~11시간 충분히 수면

- 독일의 초등학교는 교육과정이 어떻게 되나요?
“독일의 초등교육 기간은 4년입니다. 초등학교 마지막 해인 4학년 때 독일에 왔기 때문에 1년밖에 못 다녔어요. 게다가 독일어가 서툴러 다른 친구들이 자습할 때도 저만 따로 독일어 공부를 했기 때문에 독일식 초등교육은 별로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공부하는 과목이 매우 적다는 거예요. 4년 동안 수학, 독일어, 생활과 등 3개 주요 과목과 미술, 음악, 체육만 가르칩니다. 생활과는 한국의 도덕·자연·지리를 합한 과목에 해당합니다.”

- 초등 시절엔 교육 분량이 많지 않군요?
“독일 아이들은 보통 하루에 10~11시간이나 잠을 잡니다. 저녁식사 뒤에는 방에서 책을 읽거나 놀고 8시에는 잠자리에 듭니다. 방과 후 활동을 제외한 정규 교육은 학년에 따라 4~6교시를 진행합니다. 그래서 11시 30분에서 1시 30분 사이에 학교 수업을 마치죠. 어린이 때에는 많은 지식을 습득하기 힘들다고 보기 때문에 무리하게 공부를 시키지 않습니다.”

- 한국에서는 초등학생들에게도 공부를 많이 시키려고 애를 씁니다. 독일에도 한국 학부모 같은 분들이 있지 않을까요?
“학구열이 남다르게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극소수에 불과하죠. 한국에서는 과외방이나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굉장히 강하게 하지만 독일에서는 이런 사교육 개념이 조금 다릅니다. 독일에서 과외는 선행학습에 목표를 두지 않습니다. 학교 공부를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충지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과외를 시킵니다. 학창시절에 공부를 비정상적으로 많이 시키는 학부모를 본 적이 있긴 합니다. 그런데 그 공부 방식은 과외가 아니라 혼자서 하는 자습이었습니다.”

◆ 독일에선 ‘선행학습’이란 개념 자체가 없어

- 독일에도 선행학습이란 개념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학교에서 지도하는 속도보다 앞서 공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독일에서는 교과서 위주로 가르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미리 공부한다’는 생각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선생님마다 가르치는 방식과 사용하는 자료가 다양하거든요. 방과 후 개인 과외는 거의 악기나 운동과 같은 취미 활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수업 진도도 없는가 보지요?
“독일은 애초에 선행학습이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교과서 진도가 아니라 학생들끼리 아니면 선생님과 학생들의 상호작용과 토론 위주로 수업을 하기 때문입니다. 다음 시간에 무슨 내용을 배울지도 잘 모릅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추론하면서 공부하는 게 독일의 교육 방식이니까요."

- 혹시라도 선행학습을 시키는 학부모가 있으면 교사가 어떻게 반응을 하나요?
"선행학습을 하는 아이들을 주변에서 본 적이 없어서 정확하게 답변하기 어렵네요. 선행학습이라는 개념을 굉장히 많이 비정상적으로 여길 겁니다. 대부분은 ‘학교에서 배울 걸 왜 굳이 미리 배우는가? 그렇게 해서 얻는 이득이 뭐냐?’ 하면서 의아해합니다."

- 독일과 한국의 초등학교 생활에 차이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한국의 초등학교는 쉬는 시간이 10분에 불과해 아이들 대부분이 교실 안에 있습니다. 그런데 독일은 2교시에 한 번씩 15분~20분 정도 쉬는 시간이 있어서 아이들이 전부 밖에 나가서 뛰어놉니다. 밖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긴장이라도 풀라며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내보냅니다.

- 또 어떤 사례가 있을까요?
“반 아이들이 모두 둥글게 둘러앉아 수시로 학급회의를 하는 장면도 한국 사람들이 보기에는 인상적일 겁니다. 학급회의 외에도 아이들이 주말에 가족과 한 일을 서로 이야기하고 들어주고 그럽니다. 선생님이 재미있는 이야기책을 읽어주기도 합니다. 지식을 머리에 넣어주는 방식이 아니라 대화와 토론 문화에 흠뻑 젖어있는 셈입니다.”

◆ 교과서는 상급학년에게 물려받아 사용…10년 된 책 받기도

- 중고등학교의 수업은 어떻게 진행하나요?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학교에서 교과서를 받습니다. 상급 학년에게 물려받아 사용하고 다시 후배에게 물려줍니다. 가끔 10년 된 교과서를 받기도 하는데, 생각보다 훨씬 깔끔해서 별 문제는 없어요. 수업이 교과서 위주가 아니다 보니 책을 쓸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죠. 독일 중․고등학교 수업은 주로 교사가 만든 부교재 프린트로 진행합니다. 또, 그룹 발표 위주로 수업을 하므로 교과서는 보조 도구입니다.”

- 수업에서 학생들의 발표 비중이 높은가 보군요.
“교사의 수업 진행과 학생의 참여를 비율로 따지면 6대 4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5~6학년 자연과학 시간에 파충류를 배울 땐, 학생들이 먼저 알고 있는 파충류 종류를 하나씩 대고, 어느 정도 표본이 모이면 선생님께서 ‘이 동물의 특징은 무엇일까?’ 등의 질문을 던지고 토론하는 식이죠. 자신의 생각을 나누면서 그 과목을 배웁니다.”

- 그럼 시험은 어떤 방식으로 봅니까?
“초등학교와 비슷하게 한 학기에 3번 시험을 보는데 모두 주관식으로 출제합니다. 거의 모든 과목의 답을 완전한 문장으로 써야 합니다. 이것을 지키지 않으면 감점됩니다. 고등학교 때는 주요 과목 시험을 2시간씩 보는데 시험 한 차례당 700~1,000개의 단어를 씁니다.

▲ 이주희 씨가 프랑크푸르트의 한 한인교회에서 어린이들을 지도하는 장면

◆ 질문 방법부터 상황 묘사 방법까지 효율적 의사소통 교육

- 독일어 과목은 어떻게 봅니까?
“독일어 과목은 5~6학년까지 시험 문제에 받아쓰기와 문법이 포함돼 있지만 이후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무조건 서술형 문제로 나옵니다. 이것은 5~6학년 때부터 정규과정으로 토론하는 법을 차근차근 배우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대화하는 방법부터 시작해서 질문을 올바르게 하고 논거를 들어 주장하는 방법, 하나의 주제와 상황, 사물을 글로 묘사하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배우죠. 7~8학년 때부터 독일어 수업은 문학 작품을 위주로 진행합니다. 실러, 괴테, 카프카 등의 작품을 한 학기에 1개 정도 읽습니다. 내용을 여러 관점에서 해석하고 비판하며 토론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합니다.”

- 중고등학교에서도 학급회의 시간이 있습니까?
“물론이죠. 초등학교보다 더 제대로 합니다. 학생들이 순서를 바꿔가며 진행자 등 역할을 분담하고 회의록도 교대로 작성합니다. 선생님은 기본적으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회의를 할 수 있도록 지켜보고 문제가 있을 때만 나서는 중재자 역할을 합니다.”

- 독일 대학에서는 토론식 교육을 많이 하나요?
“독일의 대학교육은 오히려 한국과 비슷합니다. 초·중·고등학교와 달리 교수와 학생의 상호작용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전공 지식을 가르치기 때문에 초․중․고 과정에 비하면 주입식과 비슷한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 한국 대학과는 달리 “네 공부는 네가 알아서 해라”

- 한국과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한국과 다른 점은 출석이나 수업 참여도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의무적으로 출석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어떤 학생들은 강의를 듣지 않고 시험만 치르기도 합니다. ‘네 공부는 네가 알아서 하라’는 식입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방식이 학생을 방치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이를 통해 학생들이 자신만의 공부 방식을 찾기 때문에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저도 강의보다는 직접 책을 읽고 배우는 방식을 더 선호해서 수업에 자주 안 갔거든요."

- 출석 의무가 없으면 수업을 소홀히 할 우려가 있지 않나요?
“알아서 공부하게 하는 방식이 오히려 학생들에게 불리할 수도 있습니다. 졸업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독일 대학 과정은 6학기로 명목상 모든 학점을 3년 안에 수료하면 졸업할 수 있지만 그럴 수 있는 학생은 별로 많지 않죠. 게다가 전공 시험에서 두세 번 F학점을 받으면 퇴학을 당하는데, 그러면 독일 내 어느 대학에서든지 그 전공을 배울 수 없습니다. 그 전공의 실력이 없다고 간주하는 겁니다. 다만 전공과목 시험은 절대평가를 기준으로 하고 인문학을 제외한 전공은 서술형이 아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

- 독일 대학은 학비가 저렴하다고 들었습니다.
“독일의 공립대학은 학생들의 등록비(약 150유로·한화 약 18만원)와 세금으로 운영합니다. 독일은 한국에 비해 개인주의가 강하기 때문에 대학이 학생들 공부에 크게 관여하지 않아요. 일일이 관여하려면 교수 인원을 늘려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에는 예산이 부족하니까요. 이로 인해 졸업이 늦어지거나 시험에 두세 번 떨어져 퇴학당하면 그대로 대학을 중퇴하는 사례도 종종 있습니다."

- 대학 졸업률은 어느 정도인가요?
“독일의 대학 졸업률은 현재 약 30%입니다.(출처: 통계전문업체 슈타티스타<Statista>) 졸업률이 너무 낮아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합리적인 시스템입니다. 일간신문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FAZ) 기사에, 지능에 관한 연구를 하는 심리학자 엘스베드 스테른(Elsbeth Stern)이 ‘독일 사회는 동갑내기들 중 20~25%의 김나지움 졸업자, 그리고 20%의 대학 졸업자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다른 신문 기사에는 반대하는 견해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슈타티스타를 보면 독일의 대학 졸업률은 사회가 요구하는 졸업자 비율과 흡사합니다.”

◆ 독일의 중․고교 시험답안은 모두 완전한 문장으로 작성

- 독일의 대학원 교육은 어떻게 합니까?
“독일은 2006년 전까지 ‘디플롬’이라는 학·석사가 취합된 전문 교육을 했습니다. 그 뒤로 이 과정이 학사, 석사 과정으로 분리됩니다. 이 때문에 대학원 진학률이 높은 편이며 대학교와 대학원 교육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습니다. 대학원은 학사 과정의 확장이라고 보면 됩니다. 한국과 달리 대학원이 연구실에 소속되는 게 아니라 학사처럼 동일하게 강의를 수강하고 추가적으로 세미나에 참석해 학문에 관한 심도 있는 토론을 진행합니다.”

- 평소 글쓰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던가요?
“교수들이 별도로 글쓰기를 강조한 기억은 없습니다. 학교에서도 교사들이 직접적으로 글쓰기가 중요하다고 말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수업시간 동안 글쓰기와 관련된 연습을 끊임없이 시켰던 기억은 있어요. 교육 자체를 글쓰기 위주로 진행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 예를 들 수 있는지요?
“대부분의 과목에서는 (독일어 수업 때와 비슷하게) 어떤 그림을 보고 그 그림을 글로 묘사하도록 시킵니다. 고등학교 지리학 시간에 도시계획에 관한 주제를 공부할 때 몇십년 전의 도시 지도와 최근의 도시 지도를 비교하게 했습니다. 그 내용을 글로도 상세하게 묘사하고 ‘왜 변화가 있었는가?’, ‘변화로 인한 주거지의 영향은 무엇인가?’ 등을 토론하게 했습니다. 그 뒤에는 토론 내용을 글로 정리하게 했습니다. 글쓰기가 중요하다고 직접 강조하지는 않아도 이것이 교육과정에서 기본적으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 글쓰기에 관련해 개인적으로 어떤 지적을 받곤 했습니까?
“저는 글쓰기에 소질이 없습니다. 게다가 외국어인 독일어로 글을 쓰려니 독일 친구들에 비해서 두 배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문법적으로 틀린 부분은 제외하고서라도, 정확하게 언급하지 않고 너무 빙빙 돌려서 말한다는 지적을 받곤 했습니다.”

◆ “우수한 서울대생이라도 공부 따라오지 못하면 과감히 쳐내야”

- 서울대 경영학과에서 교환학생을 할 때 느낀 점을 한 가지 알려 주세요.
“학점 인플레이션이 있는 거 같습니다. 독일 대학에서는 시험을 통과하면 학점이 낮아도 재수강을 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금지해 놓았습니다. 학점 인플레이션의 원인 중 가장 큰 요인이 재수강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학생들이 한 과목에서 F를 받거나 좋지 않은 점수를 받으면 원하는 만큼 반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거나 게으름으로 인해 F를 받아도 학생들은 다시 한 번 기회를 얻게 되는 셈입니다.”

-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게 좋다고 봅니까?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했다고 해서 꼭 우수한 학생으로 졸업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학 교육 기간 동안 대학교 ‘수준’에 합당한 학생이 배출돼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게까지 굳이 졸업장을 줄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제가 이렇게 말할 처지는 아닌 것 같지만 서울대 같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학이라면 공부를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을 과감하게 쳐내 명문대 타이틀을 유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 서울대에서 부러운 점은 없던가요?
“교양과목을 다양하게 개설한 게 인상 깊었습니다. 대부분 학부생을 위한 것이지만 교양과목 통해서 전공이 다른 친구들을 사귀고 여러 가지 학문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참 부러웠습니다. 독일 대학에서는 교양보다는 학문 자체에만 집중해 교육하다 보니 좀 건조하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한국대학의 교과과정은 학생들이 학창 시절을 즐기도록 만든 것 같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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