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한 시인의 연어 보고서
[리뷰] 한 시인의 연어 보고서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6.02.1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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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이정윤 기자] 1999년, 도서출판 한울에서 연어에 대한 모든 것을 기록한 산문집이 출간했다. 장자의 시인으로 잘 알려진 고형렬 시인이 10여년의 세월 동안 원고지 1,200매에 달하는 방대한 기록을 했고, 산문집 『은빛 물고기』가 세상에 나오게 됐다.

그러나 초판 발행과 수정된 판본 발행에도 절판의 운명을 맞았다. 연어의 삶을 추적하며 기나긴 과정을 밀도 높게 탐구하고, 일생을 기록한 만큼 시사하는 바가 크다. 출판사 최측의농간은 고형렬 시인에게 격려와 지원을 받으며 또 한 번 『은빛 물고기』를 복간해냈다.

우리나라에도 연어가 회귀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많은 하천에서 연어들이 잉태됐고, 한반도에서 처음 세상 빛과 만난 어린 연어들이 동해를 거쳐 차가운 베링 해로 나아갔으며, 2~3년 뒤에는 어김없이 거친 물살을 거슬러 고향 하천으로 돌아와 알을 낳고 죽음을 맞이했음을 알려주고 있다.

고형렬 시인은 우리들의 지치고 오염된 삶의 환경에 이 글이 성품을 찾는 물가의 작은 등불이 되기를 희망한다. 소설가 김훈은 “고형렬의 글은 비통한 아름다움에 도달한다”며 추천사를 남겼다.

“연어들은 해류를 타고 지구의 북쪽으로 올라간다. 그들의 목적지는 북태평양이다. 그곳이 그들의 고향인 것처럼 그들은 북태평양에서 광범위하게 분산되면서 식이 회유를 시작한다. 연어들의 이 본능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식이 회유를 하고 다시 머나먼 극동의 한 작은 나라 한국의 남대천으로 돌아오는 산란회유만큼 신비한 일이다.” - 본문 125쪽

태백선 열차 안에서 연어가 남대천에 돌아온다는 찢어진 신문 한 귀퉁이의 기사를 읽은 계기로 『은빛 물고기』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한 시인이 자기 인생의 10년이 넘는 시간을 들여 정성스레 빚어 놓은 문장들을 다시 한 번 만날 기회가 주어졌다.

■ 은빛 물고기
고형렬 지음 | 최측의농간 펴냄 | 420쪽 |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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