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어머니
어리석은 어머니
  • 독서신문
  • 승인 2016.02.1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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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길 칼럼집 『불신 시대, 그리고 신의 염원』을 읽고

▲ 김혜식 <수필가 / 전 청주드림작은도서관장>
[독서신문] 인간은 세상 이치를 깨우치고 무지를 벗어나기 위해 학문을 닦는다. 학문 전당인 학교는 지식 습득은 물론 단체 생활을 통하여 사회성도 배우는 유일한 장소이다. 그러나 학교 이전에 가장 바람직한 배움터는 가정이다. 이때 최초 교사 또한 어머니가 아닐까 싶다. 평소 부모태도는 자녀들에게 삶에 좋은 본보기가 되어서이다.

필자 또한 어린 날 어머니로부터 엄격한 훈육을 받으며 자랐다. 어머니는 연약한 여인이지만 매사 소신 있고 천성이 선한 분이었다. 말 한마디라도 남을 해하는 것을 매우 경계하였으며 언행일치를 몸소 우리들에게 보여준 분이다.

집안 가난 탓에 멀건 죽으로 연명하면서도 우리들과 약속한 동화책은 사주시던 어머니다. 필자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일이다. 어머니는 근동에서 한복 바느질 솜씨가 뛰어나기로 소문났었다. 어느 날 급한 바느질감을 갖고 온 어느 여인이 삯을 몇 배 쳐 줄 테니 다른 바느질감을 젖히고 자신 것부터 먼저 해달라고 졸랐다.

마침 어머닌 가난한 이웃 수의를 삯도 안 받고 해주던 터였다. 하지만 그 여인 제의를 단호히 거절하였다. 그런 어머니가 어린 마음에도 무척 바보처럼 보였었다. 여인이 제시하던 바느질삯이면 당시 쌀 한가마니를 너끈히 사고도 남을 거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머닌 눈앞에 이익보다 이웃 약속을 더 귀히 여겼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어머닌 비록 그 바느질감 거절로 쌀 한가마 값을 잃었지만 우리 자식들에겐 참으로 소중한 교육이 되고도 남음이 있었다. 이런 가르침 덕분에 필자 또한 남 일에 소매를 잘 걷는다. 뿐만 아니라 약속은 사소한 일일지라도 지키려 노력한다. 이문 남는 일엔 서투르다. 이로보아 부모는 자식에게 거울인 셈이다.

“어머니!” 가만히 입속으로 어머니를 불러본다. 어머니를 부르는 것만으로도 가슴에 온기가 흐름을 느낄 수 있다. 철부지 우리들에게 사람다운 면모를 갖춰주기 위해 헌신과 사랑, 그리고 희생을 아끼지 않았던 어머니.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참다운 얼을 불어넣어주고 올곧은 정신을 심어준 고마운 어머니. 그런 어머니의 숭고한 희생과 사랑 덕분에 이렇듯 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어찌 나의 어머니뿐이겠는가. 우리가 이토록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었던 것도 지난날 어머니들의 높은 교육열과 그분들이 흘린 땀방울의 결과물 아니던가. 이 땅 어머니들은 참으로 훌륭한 분들이다. 이를 증표 하듯 한 편 글이 어머니의 숭고한 희생과 사랑을 새삼 되짚게 하여 매우 감명 깊다. 안수길 소설가의 칼럼집 『불신 시대, 그리고 신의 염원』 속에 수록된 「어리석은 어머니의 위대한 교훈」이라는 칼럼이 그것이다.

광주에 사는 어느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고 3 학생이 폭행 혐의로 경찰서에 불려갔으나 거짓 진술로 풀려났다는 모 신문 기사를 바탕글로 인용하며 작가는 글을 시작한다. 그 사실을 안 학생 어머니는 재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로 향하는 아들 손에 ‘제가 부덕해서 바르게 가르치지 못한 것을 누구에게 원망 하겠습니까? 내 아이는 절대 그런 일 없다고 생각한 어리석은 부모가 돼 부끄러울 뿐입니다’ 라는 편지를 쥐어주었다. 칼럼 서두에 표현된 그 편지 내용은 독자를 한껏 흡인하기에 충분하였다. 이 글을 읽는 내내 나의 어머니 모습이 갑자기 오버랩되어 가슴이 뭉클했다.

이 칼럼의 자세한 내용인즉 고3 학생이 아파트 놀이터에서 사소한 시비 끝에 친구를 폭행, 전치 2주 상처를 입혀 고소를 당했다고 한다. 경찰서에서 폭행 사실이 없다는 거짓 진술로 풀려난 그 학생은 무서워서 거짓 진술을 했다며 어머니 앞에선 솔직히 고백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학생 어머니는 아들 과오를 자신에 부덕의 소치로 여겨 풀려난 아들을 다시 경찰서로 보냈다. 아들 장래에 남길 가장 치명적인 오점은 경찰에 구속되는 일보다 거짓말로 받은 면죄부라 여긴 점이 참으로 의외이다. 여느 어머니와 다른 선택이 아니고 무엇이랴. 일반적인 어머니라면 자식 장래를 위하여 한번쯤 아들의 거짓말을 눈감아줄 법도 할 텐데 학생 어머닌 달랐다.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이 소란을 피워도 방치는 물론, 사랑의 매를 든 교사에게 고맙게 생각하기커녕 오히려 징벌을 가하는 자식 과보호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이즈막이다.
이런 세태에 누가 이 어머니를 마냥 어리석다고만 할 것인가. 세상에서 가장 현명하고 지혜로운 어머니였다는 찬사로는 너무나 부족한 참으로 위대한 어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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