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는 미국 최고의 고전으로 꼽히는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에게 바치는 헌사다. 저자 모리 코리건은 미국 최고의 영문학자로 꼽히며 공영 라디오 프로그램 ‘프레시 에어’에서 책 소개를 하는 문학 비평가다. 모리 코리건은 『위대한 개츠비』를 50번 이상 읽었고 전국을 돌며 이 작품 강연을 하고 있으며 이 책 전문을 7시간 동안 낭독하는 공연 ‘개츠’를 관람하기 위해 새벽 버스여행을 감행한다. (한국에는 이런 공연 없나!) 그러나 놀랍게도 그녀 자신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자신이 이렇게까지 이 책에 빠질 줄 몰랐다고 한다.
잠깐 서평 얘기 더 한다. 1925년 『위대한 개츠비』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대부분 무관심했다. 일부 서평은 참혹했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최신작은 실패작” “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나면 피츠제럴드가 오늘날 위대한 미국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 아님을 확신하게 된다” “F. 스콧 피츠제럴드는 이상한 작은 새다. 그가 작가로 불려야 할 이유가 별로 없다” 등이다.
극찬도 있다. “당신의 내면에는 아름다움과 부드러움이 있어요. (중략) 당신의 문장은 자연스러워요” 또 이런 것도 있다. “농도가 매우 진한 책이다. 주요 등장인물들은 희석되지 않은 산성 원액이나 마찬가지다. 그들은 같은 황금 잔에 담겨 상호 작용한다. ” 그러나 친구 헤밍웨이는 질투를 느끼고 험담하기를 그치지 않는다. 헤밍웨이의 도가 지나친 험담은 피츠제럴드의 작가적 자존심을 꺾어버린 큰 이유가 됐다고 저자는 말한다.
『위대한 개츠비』는 하드커버 초판 20870부를 찍었다. 한권에 2달러에 팔렸고 인세는 15%로 6261달러를 벌었다. 2쇄로 3천부를 찍었지만 그가 1940년 12월 죽을 때까지 다 팔리지 않아 일부는 출판사 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위대한 개츠비』는 거의 완전히 잊혔다가 수십년이 지난 1950~60년대에 갑자기 부활한다. 수많은 연극, 영화, 드라마 등으로 재생산되며 폭발적 인기를 끌었고 가장 위대한 미국 소설로 떠올랐다. 미국에 무슨 일이 있었던가. 『위대한 개츠비』를 망각의 늪에서 건져 올린 것은 페이퍼백이다.책 표지를 한 장으로 장정한 것으로 저렴한 문고판에 많이 쓰이는 방식이다. 여기에 텔레비전의 대량 보급으로 미국인들에게 『위대한 개츠비』는 그야말로 위대한 경지에 오르게 된다. 『위대한 개츠비』는 한 해 50만부 정도 팔리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2천5백만부가 팔렸고 42개 국어로 번역됐다고 한다.
디캐프리오 주연의 동명 영화가 개봉됐던 2013년에는 판매량이 세 배로 뛰었다. 미국에선 고등학생 필독도서로 부동의 1위로 꼽힌다. 고교생 필독도서가 된 이유는 책의 분량과도 관계가 깊다. 『위대한 개츠비』는 5천 단어가 안 되고 9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다. 페이퍼백으로 189쪽이다.
독자들은 책 출판 당시나 지금이나 책 값에 비해 분량이 많은 책을 원한다. 고등학교 대학교 강의 계획표에 『위대한 개츠비』가 빠지지 않고 들어간 이유 중 하나는 분량이 적다는 점도 한몫했다. 『노인과 바다』도 분량이 짧아 수업에서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아름답고 슬픈 사랑의 이야기로만 알려진 『위대한 개츠비』를 사실은 ‘계급’을 다룬 미국 소설 중 가장 위대한 작품이라고 칭송한다. 피츠제럴드는 개츠비가 계급이라는 보이지 않는 그물에 걸려 추락하도록 만들어 아메리칸드림의 허상을 보여준다고 한다. 모린 코리건은 말한다.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나면 우리는 언제까지고 그 책을 다시 읽게 된다. 마지막 여섯 페이지 반, 특히 마지막 두 단락이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베토벤 9번 교향곡이나 <헤이, 주드>를 두 번 들을 때 겪는 일과 비슷하다. 작품의 끝에 뭔가 특별한 게 있다는 걸 아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
모린 코리건 지음 | 진영인 옮김 | 책세상 펴냄 | 428쪽 | 16,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