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방재홍 발행인] 곧 설이다. 기본 닷새 쉬고 길면 일주일이나 9일까지 쉴 수 있다고 언론에선 셈을 한다. 고향을 가는 마음은 늘 설레면서도 편안하다. 괜히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반겨주는 이 있고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기에 그러할 것이다. 당연히 올해도 그러길 빈다.
그러나 이미 한 달이 지난 2016년, 2월은 엄혹하다. 설은 기쁘지만 환영할 수 없는 사람들도 많다. 우선 크게 보자. 경제는 여전히 어두운 터널이다. 끝이 보이지 않아 더 우울하고 걱정이 깊어진다. 이문열의 소설 『변경』의 한 대목이 떠오르는 때다. “삶은 쓰디 쓴 실상으로 유년의 목을 조르고 세상은 어둡고 긴 터널이 되어 입을 벌렸다”
1월 수출은 최악, 특히 조선은 한 달 동안 수주 제로(0)다. 장기침체에 대한 우려와 경고음이 울린 게 엊그제가 아니다. 경제가 활력을 잃고 성장동력이 꺼져간다는 징후다. 반도체 자동차 철강 조선 섬유 등 수출 대표선수들의 부진은 걱정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바로 우리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월급을 걱정하게 한다. 나아가 내 자식들의 학업과 일자리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
조금 작게 보자. 동네 치킨집 주인이 바뀐다. 주인만 바뀌는 게 아니라 치킨 대신 부대찌개 그림이 간판에 걸린다. 꾸준히 불어오는 창업바람은 열대몬순 계절풍처럼 불어와 너울처럼 동네 상권을 뒤집어 놓는다. 그래서 치킨집 김 사장, 미용실 박 언니가 동네를 뜨더니 커피집도 썰렁해지는 게 요즘 풍경이다. 김 사장, 박 언니도 설날은 있다.
하나 더 보자. 출근길 지하철은 꾸역꾸역 태우고 서울 도심 곳곳에 한 번에 수백명씩 풀어 놓는다. 허리가 휘어질 정도로 인파에 시달리다 그들은 옷매무새를 다듬어 다시 일터로 전쟁을 치르러 간다. 그들에겐 조선 수주의 비참함도, 치킨집 김 사장의 상실감도 아직은 없는 듯 무심한 표정들이다. 전쟁을 치르는 일터, 비로소 무기를 장착하고 하루에 도전한다. 그들도 설날이 있다.
여전히 고립된 섬, 여의도. 가까이 할 수 없는 그들만의 리그 소식은 오늘도 저녁 TV뉴스를 보면 안다. 궁금할 것도 없는 그들의 생각과 말들. 그들도 설은 있다. 한 살 더 먹는다는 것을 잊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