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글쓰기 교육 특집(18)] 대학원 박사과정 지도교수를 ‘박사 아버지(Doktorvater)’로 부르는 사연
[독일 글쓰기 교육 특집(18)] 대학원 박사과정 지도교수를 ‘박사 아버지(Doktorvater)’로 부르는 사연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6.01.29 16: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서신문 창간 47주년 특별기획> 재독일 한국어 교육 전문가 금기정 박사 인터뷰

<독서신문>은 창간 47주년을 맞아 신향식 객원기자(신우성글쓰기본부 대표)의 ‘독일 글쓰기 교육’을 연재합니다. 베를린과 함부르크, 비스바덴, 프랑크푸르트, 하이델베르크 등 독일 현지 취재와 국내에 체류 중인 독일 교육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독일의 선진적인 글쓰기 문화를 소개합니다. 신 기자는 하버드대와 MIT, UMASS 등에서 미국 글쓰기 교육을 심층 취재해 보도한 바 있고, 대학과 고교에서도 글쓰기 및 소논문, 보고서 작성법을 체계 있게 지도하는 논증적 글쓰기 교육의 전문가입니다. / 편집자 주(註)

▲ 재독 교포로 비스바덴에서 한국어 교육 전문가로 활약 중인 금기정 박사가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비스바덴(독일)=신향식 특파원] “한국의 대학 교수들은 대체로 권위적인 면이 있어서 학생들은 그가 제시하는 방향을 무조건 따라야 할 겁니다. 독일에서는 박사과정 지도교수를 ‘박사 아버지(Doktorvater)’로 부릅니다. 지도를 받으면서 왜 그렇게 부르는지 알게 됐습니다. 교수가 학생을 상당히 인격적으로 대하고 학생 개인의 삶에도 관심이 많아요. 정말 아버지처럼 가르칩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근교 비스바덴에 거주하는 재독 교포 금기정 박사는 “독일 대학에서는 학생이 지도교수를 정하기가 어렵지만 일단 결정되면 굉장히 많은 책임감을 가지고 지도한다”면서 “포기하지 않고 논문을 끝마치도록 도와주고, 취업 추천서도 써주겠다면서 마치 아버지 같은 역할을 해 준다”고 말했다.

“교수들은 학생들이 낸 과제를 정확하고 엄격하게 검토해 줍니다. 내용과 표현, 분량 등을 모두 살펴보고 불충분하면 다시 쓰게 합니다. 무엇보다 결론에서 자신의 분명한 의견을 제시하도록 지도합니다.”

금기정 박사는 “독일서 대학원에 다닐 때 자기 생각을 담아야 하는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면서 한국에서 중고교 학창 시절에 주입식, 수용식 교육을 받은 것을 그 원인으로 제시했다. 또 “다른 사람의 사상을 비판하면서 자기 관점을 확립하고 주장하고 키워나가는 것이 낯설고 서툴렀지만, 독일 교수들이 이러한 나의 약점을 잘 파악해 지도해 주었다”고 덧붙였다.

금 박사는 82년에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84년에 독일로 유학을 왔다. 쾰른 대학에서 언어학 석사를 마치고 94년에 독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결혼을 하고 세 자녀를 양육하며 대우자동차에서 잠시 근무하기도 했다. 지금은 비스바덴에서 전문대학보다 상위에 속한 한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한국어를 가르친다. 한국어 보급을 위해 교육원에서 정보 수집가로 일하면서 김나지움(Gymnasium, 독일의 인문계 고등학교)과 게잠트슐레(Gesamtschule, 종합학교), 그룬트슐레(Grundschule, 초등학교) 특별활동반의 한국어 교사로도 활동 중이다.

금기정 박사에게 독일 교육에 관해 들어봤다. 2015년 5월에 금 박사의 비스바덴 자택에서 1차 인터뷰를 하고 그 뒤에 이메일을 활용해 추가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터뷰.
 

▲ 금기정 박사가 한국어 교사로 일하는 비스바덴 딜타이 고등학교의 한 학생이 독일어 시간에 작문을 하는 모습.

- 김나지움과 게잠트슐레의 차이점은 뭔가요?

“우선 김나지움은 대학 지원자들이 가는 고등학교로 12~13학년까지 과정을 이수하면 대학입학 자격시험(Abitur)에 응시할 수 있는데요.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 5학년 때 대학 진학을 위해 김나지움에 가야 할지, 직업을 배우는 하우프트슐레(Hauptschule, 직업학교)나 레알슐레(Realschule, 실업학교)에 가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요. 그래서 게잠트슐레에서 5~10학년까지 다양한 학교들의 수업방식을 배워보면서 본인의 적성에 따라 대학을 희망하면 나중에 김나지움으로 진학할 수 있습니다.”
 

- 독일 학교에서의 한국어 수업은 어떻게 진행합니까?

“이번에 처음으로 게잠트슐레 5학년 과정에 한국어 과목이 포함됐어요. 많은 시간은 아니지만 학교 정규 수업 뒤에 여러 가지 수업을 진행하는데 한국어 이외에도 불어, 테니스, 태권도 등이 있습니다. 저는 5학년 아이들 중에서 세 학급을 지도하고 있어요. 이 학생들은 1년간 한국어 수업을 3개월씩 총 세 번에 나눠서 듣게 됩니다. 그리고 6학년이 되면 선택 의무과목으로 한국어를 선택할 수도 있어요.”
 

- 독일 대학원에서 독문학을 전공하고 졸업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지도교수를 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죠. 학부 성적을 가지고 지도교수를 찾아가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교수가 학생이 원하는 주제를 물어봅니다. 아웃라인을 보여드렸을 때 '주제가 내 지도 방향과 맞으니 같이하자' 할 수도 있지만 '다른 교수를 찾아가 봐라' 하기도 하죠. 다른 주제를 하라고 제시할 때도 있고요. 저는 석사 과정에서 한국어와 독일어의 어순을 비교 연구했는데 당시 제 지도교수님이 그 주제에 관심이 있으셔서 석사는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 한국의 대학원과 독일의 대학원 교육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한국의 지도교수는 대체로 권위적인 면이 있어서 제시하는 방향을 무조건 따라야 하는 사례가 많죠. 독일에서는 박사과정 지도교수를 '박사 아버지(Doktorvater)'라고 부릅니다. 지도를 받으면서 왜 그렇게 부르는지 알게 됐죠. 교수가 학생을 상당히 인격적으로 대하고 학생 개인의 삶에도 관심이 많아요. 정말 아버지처럼 가르칩니다. 지도교수를 정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지도하겠다고 결정하면 굉장히 많은 책임감을 가지고 지도합니다.”


- 구체적인 예를 들어주신다면.

“독문학 박사논문을 5년간 쓰면서 포기할까 고민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도교수님께서 섬세하게 도와주시고 추가로 독일어 쪽의 도움을 받으라고 독일 학생을 소개해 주기도 했습니다. 제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하느라 그때 몹시 바빴는데 교수님을 오래 안 찾아갔더니 왜 안 오냐고 먼저 전화가 오시더라고요.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는지, 어디가 문제인지 물어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도와주셨습니다.
제가 쓴 박사논문이 350페이지에 달했는데, 서론이 약 7~8쪽 정도 됩니다. 최종 논문을 가져가자 사람들이 다른 데는 안 읽어도 서론은 읽는다고 하시면서 교수님이 서론을 한줄 한줄 전부 수정하시면서 거의 새로 쓰다시피 하셨습니다. 같은 내용이지만 표현을 달리 한 거죠. 논문을 낼 출판사를 찾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었는데 교수님이 여기저기 알아봐주신 덕에 해결할 수 있었어요. 포기하지 않고 논문을 끝마치도록 도와주시고, 한국에 취업자리가 있는지 물어보시곤 추천서를 써주겠다 하시면서 마치 아버지 같은 역할을 해 주셨습니다.”


- 논문을 쓸 때 지도교수가 굉장히 면밀하게 관여하고 지도하는군요.

“독일은 학부에서부터 논문 작성법을 교수님께 틈틈이 배웁니다. 작성한 보고서를 가지고 지도를 받습니다. 내가 연구할 주제가 이것이고 서론, 본론, 결론에 이런 내용을 담겠다고 초안을 써서 가져간 뒤에 어떤 문헌을 모았나, 수집한 자료까지 보여드려야 합니다.
저는 박사과정에서 프란츠 카프카의 죄의식에 관해서 썼습니다. 카프카는 제가 가장 존경하는 작가이자 인간의 본질을 밝히는 작가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지도교수님이 말씀하시길 카프카는 이미 너무 많은 사람이 연구한 작가라서 새로울 것이 없을 거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카프카뿐만 아니라 토마스 만, 헤르만 브로흐 등 셋을 비교해 보라고 조언했습니다. 세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인간의 죄가 각각 어떻게 나왔는지 분석해 보라고요. 그 내용분석을 바탕으로 논문을 썼습니다. 작품에 나타난 심리를 분석하다보니 심리학적 이론, 신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인간의 내면세계가 작품에 어떻게 나타나는지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죠.”


- 대학원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하는지 설명해 주세요. 물론 수업을 하는 예시로 여러 가지 종류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 몇 가지 본보기를 들어서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대학원 수업은 대부분 토론식으로 진행됩니다. 교수가 테마를 제시하고 이에 따른 여러 작가의 사상을 비교하기도 하고 (이럴 경우 학생들이 작가들을 나누어 레포트를 발표합니다) 한 작가가 한 학기 수업의 토론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이럴 경우 한 작가의 한 두 작품을 분석하게 되고 이도 학생들이 작품 분석의 분야를 나누어 발표합니다). 교수의 일방적인 강의가 아니라 학생들이 적극적 참여가 요구되기 때문에 저는 개인적으로 외국 학생으로서 많은 부담을 느꼈지만 교수님의 배려로 또한 잘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 앞서 말씀하신 대학원 수업에서 글쓰기 관련 숙제와 시험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일반적으로 수업 중에 발표한 레포트 내용을 다시 형식을 갖춰(서론, 본론, 결론) 작성해서 10 -20 페이지정도로 제출해야 합니다. 저는 외국 학생으로서 글쓰기나 표현법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데, 공부를 잘 하던 한 독일 친구를 사귀어 집에 초대해 함께 요리하고 식사하면서 독일어 수정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대학원에서는 별도의 필기시험은 없고 학부 과정에서만 필기시험이 있는데 문학 분야보다는 주로 언어학에 대한 시험입니다.”


▲ 독일 비스바덴 딜타이 고등학교의 독일어 시간에 교사가 칠판에 글쓰기 과제를 적어놓은 장면.

- 학생들이 낸 과제를 교수들이 어떻게 꼼꼼하게 피드백을 주시는지 궁금합니다. 한국과 차이점이 있다고 들었는데 상세히 말씀 부탁드립니다.

“피드백은 정확하고 엄격하게 검토됩니다. 내용, 표현법, 분량 등이 모두 검토되고 불충분할 경우 거절당하고 다시 써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무엇보다 결론 부분에서 자신의 분명한 의견 및 비판이 표현돼야 합니다. 바로 이 점이 제게 가장 어려웠는데요. 주입식(제가 공부할 당시에는 주입식이었지만, 지금은 한국 교육도 많이 변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수용식 교육을 받은 저로서 다른 사람의 사상을 비판하면서 나의 관점을 확립, 주장, 키워나가는 것이 많이 낯설고 서툴었습니다. 교수님께서 이러한 저의 약점을 잘 아시고 지도해 주셨죠.”


- 기타 대학원 석사와 박사 공부를 하시면서 느낀 점, 특히 한국과 차이 나는 점을 예를 들어가면서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받아온 교육은 주어진 과제와 정답을 이해하고 소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반해 독일에서의 교육은 과제가 주어지고, 이에 대해 저의 개인 사상을 전개해야 합니다. 물론 그 전에 다른 작가나 이론들을 자세히 연구 분석해야 되지요.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관점을 확립해야 하고 이에 대한 논리적 해명도 뒷받침돼야 합니다. 특히, 제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지도교수와 학생과의 관계에 있어서 독일에서는 개인적이고 책임적인 돌봄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지도교수의 사상과 가치관이 그 제자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도 하죠. 저도 제 지도교수님을 박사 아버지라고 부르면서 나중에 나도 교수가 되면 저런 자상하고 책임감 있게 도와주시는 박사 어머니가 돼야 되겠다고 결심하기도 했죠.”


- 글쓰기는 인간에게 왜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답변 부탁드립니다. 다소 철학적인 질문일 수도 있습니다만 선생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저는 글쓰기란 곧 사고력 훈련이라 봅니다. 다른 사람들의 글들을 많이 읽고 접함으로써 여러 정신세계를 배울 수 있고 상상력이 풍부해져요. 그런데 이러한 상상력을 기초로 자신의 글을 만들고 자신의 사상과 가치관을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글쓰기 연습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사고력을 증진하고, 자립적이고 책임감 있는 사회의 일원으로 자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제부터는 초등학교와 김나지움의 교육에 관해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자녀를 세 명 키우시면서 한국 학교와 다르다는 점을 많이 느끼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국에서 참고가 될 수 있고 벤치마킹할 수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많이 다르죠. 독일 교육은 주로 학교에서 이루어집니다. 사설 학원이나 과외 수업은 독일에서는 낯선 개념입니다. 제 큰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가 기억나는군요. 1학년에 들어갔을 때 딸의 반에서 글을 뗀 아이가 딱 한 명 있었어요. 그런데 그 아이는 칭찬을 받기보다는 담임교사의 염려 대상이 됐지요, 왜냐 하면 글을 이미 떼었기 때문에 수업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학교 수업에 흥미를 잃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어요.
그 아이는 결국 2학년이 됐을 때 성적이 내려갔고 담임교사의 걱정은 적중됐죠. 제가 아는 한 한국 어머니는 아이에게 미리 글을 가르쳤다가 담임교사한테 불려가 꾸중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 커리큘럼도 한국과 차이가 있겠지요?

“다릅니다. 저를 당황케 한 것은 학교에서 너무나 천천히 진행되는 수업 커리큘럼이었는데 1학년 독일어 수업 반년 동안 독일어 알파벳 26자만 가르치더군요. 저도 제 아이가 어느 철에나 글을 읽을 수 있을까 걱정도 됐지만. 제 아이는 그렇게 반년이 지난 후 너무나 빠른 속도로 책 읽는 재미를 느끼게 됐죠. 담임교사가 저와 같은 부모들에게 주는 부탁 및 당부는 모든 교육은 학교에게 맡기고 절대 집에서 따로 가르치지 말라는 것이었어요.
물론 저도 초기에는 너무나 느린 독일 교육 방식에 신뢰가 가지 않았지만 첫째 딸이 학교에 잘 적응하며, 재미있게 공부하며, 즐겁게 학업에 응하는 모습을 보고 둘째 딸, 셋째 딸의 공부는 자연히 전적으로 학교에 위임하게 됐지요.”


- 정규 학교 수업에서 한국과 다른 점이 또 어떤 게 있나요?

“독일 교육은 한국과 달리 정규 학교 수업이 6학년까지는 1시 10분에 종료됩니다. 그리고 방과 후에 원하는 학생들은 주로 예체능분야의 특별활동을 듣고, 이밖에 열등학생들을 위한 보충수업, 우등생들을 위한 특별 수업이 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학생은 집에 가고 오후 시간은 거의 자유 시간이죠. 많은 독일 부모님들은 자녀의 흥미와 재능에 따라 음악과 운동 분야의 취미 생활을 하게 합니다.
이에 대한 경비도 아마도 한국에 비해 아주 저렴할 텐데요. 제 아이들은 지금 음악 학교에서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 수업을 일주일에 한 번 받습니다. 그 외에 제 두 딸은 축구 클럽에서도 활동하고 탁구와 농구를 일주일에 한 번 내지 두 번씩 트레이닝을 받습니다. 그렇다고 제 아이들이 항상 노는 것은 아니죠. 제 큰 딸은 작년에 아비투어를 치르고 의과 대학에 가고자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 큰 딸은 아비투어를 준비할 때에도 매번 "너 시험 보는 것 맞아?" 물어 볼 정도로 여유 있게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더군요.”


- 고학년들은 어떻습니까?

“고학년일 때도 학교 수업은 보통 3시나 4시면 끝이 나고 나머지 공부는 본인이 집에서 자립적으로 해야 합니다. 그때 제 딸은 평소보다 공부를 조금 더 하는 것 같았고, 주말이면 여전히 친구들을 만나 극장이나 음악회 구경 가거나 집에서 한국 드라마를 열심히 봤어요. 한국 드라마는 저희 쪽에서도 한국 언어와 문화 교육을 위해 흔쾌히 허락했었죠.
저는 한국에서 너무나 고생하며 공부하는 고3 학생을 경험했고 또 알기에 걱정은 됐지만 제 큰 딸은 사교육 없이도 아비투어를 1,4(A학점)로 무사히 졸업했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제 딸을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고 독일 교육의 현재 상황을 보고 드리는 것입니다.”


- 수업과 시험을 논술식으로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독일 교육의 장점이라 하면 5학년 때부터 수업과 시험이 논술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항상 스스로 판단하고 결론을 내려야 합니다. 사고력을 상당히 요구하는 평가 방식이죠. 반면에 독일 교육의 단점을 생각해 본다면(물론 제 개인적 의견입니다) 너무나 일찍 진로를 결정해야 합니다. 독일은 베를린 주를 제외하면 모든 초등학교가 4년제입니다. 이때의 진로 결정에 따라 이후의 학교도 결정되죠. 그런데 실제로 진로 결정에 어려움이 있어 담임교사는 주로 학생의 성적순에 따라 김나지움이나 실업학교를 추천합니다. 물론 이에 대한 방책의 일환으로 종합학교가 있지만, 실제로 잘 운영되는 종합학교는 별로 없어서 부모님들의 신뢰를 잃고 있어요. 그래서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성적이 지금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학습 분위기가 좀 더 좋은 김나지움에 보내려고 합니다.”


- 한국교육이 독일교육에서 배워야 할 점을 저희가 크게 몇 가지로 분류했습니다. 이에 대한 재미있고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선 독일의 무상교육은 어떤가요?

“독일의 교육은 기본적으로 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까지도 모두 무상으로 이루어집니다. 모든 학생들이 동등하게 교육 받을 기회를 주려는 것이죠. 저는 지난 10년간 대학을 무상으로 다니면서 독일은 정말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천국과 같은 곳이라고 느꼈습니다.”


- 독일의 논술식 교육은 무엇인가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5학년부터는 시험이 논술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독일어 시험뿐만 아니라 생물, 역사, 정치, 경제 등 수학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과목에서 질문에 대한 논술식 해답을 요구합니다. 아비투어 시험은 주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2~3개의 주요 과목 시험이 한 과목당 4~6시간 논술식 시험으로 치러집니다. 제 딸은 아비투어에서 라틴어와 화학을 주요 과목으로 선택했는데 거의 하루 종일 시험을 보더군요. 논술식 시험이다 보니 하루에 다 보는 것도 아니고 몇 달 동안 나눠서 필기시험, 구술시험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헤센 주에서는 일반적으로 3월에 시작해 6월 초에 끝이 나기도 하죠.”


- 독일의 자율 학습은 어떤가요?

“모든 학교가 3시나 늦어도 4시면 정규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공부합니다. 자유 시간이 많아서 탈선할 확률도 적지 않지만 자신의 잠재력과 강점을 직접 발견하고 개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봅니다. 저는 제 딸의 공부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마치 제 대학 생활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여기서는 김나지움 고학년 성적이 전체 아비투어 성적에 내신 성적으로 20% 정도 적용됩니다. 이때 학생들은 정해진 수업을 받는 것이 아니고 본인이 어떤 교양과목을 들을 것인지 직접 선택하고 신청해야 합니다. 필수 과목에 있어서도 한 교사가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교사 중에 자신에게 맞는 교사를 선정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한 수업 당 정원은 정해져 있어서 인기 있는 교사의 수업은 가능한 빨리 신청해야 하죠. 정원이 다 차면 더 이상 학생을 받아주지 않아서 원치 않은 교사에게 가야 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모든 것을 자립적으로, 자신의 강점에 따라 선택하고 결정해야 함을 배울 수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 사회에 나갔을 때 필요한 준비 과정이 되겠죠.”
 


관련기사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