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윤 환
내 몸에 검객이 살고 있었네
상대의 몸에 닿지 않고도
죽일 수 있는 경지
심장의 혈관보다 먼저 솟구치는
설기상인舌氣傷人의 검기劍技
중원을 떠돌아도
나를 떠나지 않는 푸른 서슬
반백년 내 몸에 살고 있었네
- 김윤환 시집 <이름의 풍장>에서
■ 김윤환
1968년 안동 출생. 1989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그릇에 대한 기억>, <이름의 풍장> 외.
■ 감 상
남을 욕하기는 쉽다. 남들이 실수하는 것은 눈에 잘 띈다. 그런데 내 잘못을 스스로 알기란 쉽지가 않다. 알아도 모른 척하기가 쉽다. 그야말로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내 철없는 말 한마디로 커다란 상처를 받는 사람이 없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잘 반성하여 따져보면 어쩌면 우리는 하루에도 열두 번씩 말을 함부로 뱉어내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명석하고 분명하고 당당하다고 믿는 사람일수록 그 말의 위험성은 크다. 상처도 깊다. 따뜻한 가슴이 필요하다는 시인의 깊은 반성이 공감을 일으킨다. / 장종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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