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와 어머니
냉장고와 어머니
  • 독서신문
  • 승인 2016.01.08 16: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詩의 숲'

                                     양 진 기

냉장고가 운다
어둠 속에서 낮게 흐느끼다가
인기척을 느끼면 울음을 뚝 그친다
한밤중에만 캄캄하게 우는 냉장고

어머니가 우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자식들 앞에선 언제나 강했던 어머니
어두운 골방에서 저리도 낮게 흐느끼셨다

슬픔을 동결시킨다
터지는 호곡을 가슴속에 우겨 넣는다
얼어붙은 울음들이 냉동실에 빽빽하다

- 계간 리토피아 겨울호에서

■ 양진기

2015년 ≪리토피아≫로 등단하여 막비시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성남고 교사.

■ 감 상

한밤중 곤히 자다가 문득 흐느끼는 소리를 듣는다. 어느 날에는 건넌방일 수도 있고 어느 날에는 차가운 윗목일 수도 있고 어느 날에는 방문 건너 어두운 마루끝일 수도 있다. 가슴이 아려온다. 꼭 감은 눈을 뜰 수도 없다. 어쩌면 그것은 어머니만의 드러낼 수 없는 아픔일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어머니는 평생 자신의 아픔을 혼자 곱씹으며 혹시라도 자식들에게 들킬세라 숨죽여 흐느끼곤 했다. 한밤중 흐느끼다가 간혹 멈추기도 하는 냉장고처럼 어머니는 그 아픔과 슬픔들을 가슴 속 깊이 냉동시켜 감추어두곤 했던 것이다. / 장종권(시인)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