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이 좋다고 명필이 되지는 않는다
펜이 좋다고 명필이 되지는 않는다
  • 독서신문
  • 승인 2016.01.0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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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향기'

▲ 황태영 대한북레터협회 회장, 희여골 대표
[독서신문] 친한 형님이 술을 한잔하시다가 불현듯 물었다. “100년 전에 왕성하게 활동하며 우리나라를 빛낸 선현 분들 중 기억에 남는 분이 몇이나 있느냐?” 질문도 뜬금없었지만 그렇다고 확 떠오르는 분들도 그리 없어 형님께 되물었다. “갑자기 무슨 말씀이십니까?” 형님은 빙긋이 웃었다. “지금 우리가 잘났느니 못났느니 서로 아귀다툼을 하고 있지만 불과 100년만 지나도 아무도 기억하지 않게 될 것이다. 지금은 수백, 수천 명이 관심의 대상이고 화제의 중심인물이겠지만 100년만 지나도 그들의 대부분은 기억 속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또 지금 당장 목숨을 걸만큼 아귀다툼을 벌이는 일들도 100년만 지나면 기억의 저편에 가 있을 것이다. 정권만 바뀌어도 금방 잊혀 지게 되는데 100년 후야 오죽하겠느냐. 잘 났느니 못났느니 다투거나 편 가름과 승패에 집착하는 것이 지나고 보면 참으로 부질없다.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서로들 위하며 인생을 즐겼으면 좋겠다.” 

높은 지위에 오르고 돈을 많이 벌면 성공했다고들 한다. 그러나 진정한 성공은 내적 성숙에서 온다. 100년 후에도 기억될 인물로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꼽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세계 최고 부호였지만 잡스는 아주 단순한 생활을 했다. 그의 집에는 가구가 없었고 매트리스 하나와 벽에 걸린 사진 몇 장이 전부였다. 그는 집중력을 방해하는 모든 것들을 없애 버렸고 관심 밖의 일에는 시간을 쓰지 않았다. 옷에도 신경 쓰기 싫어했다. 잡스는 터틀넥 상의와 리바이스 청바지, 회색의 뉴 밸런스 운동화를 신고 다녔는데 그에게 옷차림새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스포츠카나 비싼 음식, 화려한 생활 보다는 세상을 놀라게 할 제품을 만드는 일에 집중할 때 가장 큰 행복을 느꼈다.

아인슈타인도 물리학을 연구하는 데 열정을 쏟아 부었고 다른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심지어 자신의 집 전화번호도 외우지 못했다. 누군가 “노벨상을 수상할 정도의 천재가 어떻게 집 전화번호도 외우지 못하시느냐?”고 묻자 그는 “메모만 해두면 되는데 왜 쓸데없는 것을 머릿속에 넣어 두느냐?”고 반문했다. 석가모니는 왕자의 화려함보다 깨달음의 고행을 더 복되게 여겼다. 행복은 외형의 화려함이 아니라 관심분야에 집중할 수 있는 내적 만족에서 온다.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눈부신 성장을 해왔고 졸부들과 황금만능주의를 양산해 왔다. 행복과 성공의 기준도 부와 지위의 크기로만 판단해 왔다. 그러나 권력자, 인기 연예인, 기업체 사장, 교수 등 성공한 분들조차 자살하고 우울증을 호소한다. 이제는 경쟁보다 공존을 화려한 성공보다 내면의 평화를 얻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빈센트 반 고흐는 살아생전에 그림을 한 점 밖에 팔지 못한 불우한 화가였다. 아버지에게서 인정받지도 못하고 희망은 번번이 좌절되었고 좋아하는 사람을 끝까지 지켜줄 수도 없었다.

그는 불행했을까? 살아서 고생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 참으로 좋다. 그러나 보상을 떠나 그림을 그리는 그 순간만큼은 그가 가장 행복했을 것이다. 그가 그림을 그리는 그 순간 누군가는 멋진 여행을 하고 있었을 것이고 누군가는 쇼핑을 또 누군가는 환상의 식사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에게 붓을 뺏고 돈을 주며 다른 것을 하라고 했으면 그는 과연 행복할 수 있었을까? 그림을 다시 그리지 않는 조건으로 재상의 자리를 준다고 했으면 그가 행복해했을까? 

불과 오십여 년 전만해도 물을 긷고 화장실에 3,40분씩 줄을 서서 기다리고 콩비지로 허기를 달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의 노숙자보다 오히려 힘들었을 수 있는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없었다. 사람이 힘이 되고 꿈이 있고 마음이 평화로웠기 때문이다. 잘살게 되었다는 요즈음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허영과 허세로 스스로를 옭아매며 힘들게 살고 있다. 펜이 좋다고 명필이 되지는 않는다.

행복은 많은 돈으로 복잡하게 늘어놓는 삶이 아니라 단순하고 줄이는 삶속에 있다. 아무리 보기 좋은 꽃도 언젠가는 지고야만다. 남는 것은 향기와 그리움뿐이다. 1,000억을 주어도 바꿀 수 없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이미 1,000억의 재력가이다. 참 부자가 되고 싶다면 사람을 사랑하고 내면의 평화를 찾아야한다. 비교하고 다투며 화려함을 추구하지 말고 누군가에게 그리움과 향기로 남는 삶을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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