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교육 어디로 가나-2-하] 학생 성적 낮아도 잠재력 있다고? 공교육의 승리라고?
[우리교육 어디로 가나-2-하] 학생 성적 낮아도 잠재력 있다고? 공교육의 승리라고?
  • 독서신문
  • 승인 2015.12.0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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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박근혜 정부는 4대 개혁의 일환으로 교육개혁을 추진해왔다. 그 윤곽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대학은 정시에서 수시 중심으로 학생선발의 중심축을 이동했다. 교육부는 대입의 핵심이 된 수시전형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이 이상적인 전형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입제도의 목표를 ①공정한 교육기회 부여 ②공교육 부활 및 사교육 감축 ③창의성 신장 등의 3가지로 압축할 경우, 학생부 종합전형이 최적의 대안이라는 획일적 사고를 대학 측에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연세대, 성균관대, 한양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 등 서울 지역 6개 대학 입학처장들은 11월 24일 공동성명을 통해 현재 고1 학생들이 치르는 2018학년도 입시에서 논술전형을 유지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학생부 중심 행복교육과 창의적 논술교육의 조화와 양립 없이 고교 교육 선진화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 주장과는 달리 논술전형이 독서를 통한 창의성 배양의 효과를 지닌다는 것이 6개 대학의 판단인 것이다.

그렇다면 학생부 종합전형의 부정적인 측면은 존재하는 않는 것일까? 학생부 종합전형이 우리 사회의 기득계층이 자녀를 최상위권 대학에 진학시키는 데 압도적으로 유리한 ‘금수저 전형’ 또는 ‘엄마표 전형’이라는 주장도 일각에서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형평성과 창의성을 강조한 박근혜 정부의 교육개혁 정책이 ‘금수저 교육혁명’이라는 역설에 처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독서신문은 언론인 출신 교육평론가 이태희씨와 함께 ‘박근혜 정부 교육개혁 뒤집어 보기’ 특별기획을 통해 우리사회가 지향하는 교육혁명이 실제로는 ‘금수저 교육의 고착화’라는 보수화의 길로 빠져들고 있는 상황에 대해 진단한다.

시리즈 순서는(1)공정한 교육기회의 위기, (2)회 공교육 부활론의 허상, (3)회 창의성을 키울 여유시간을 원천봉쇄하는 학생부 종합전형, (4)회 향후 교육정책의 과제이다. 글 / 이태희 교육평론가

 
(2)학생부종합전형에 의한 공교육 부활론의 허상
   
# 미국의 아이비 리그 대학은 SAT 및 내신 커트라인을 사실상 공식화

서울대의 이 같은 밀실주의는 우리 정부가 모델로 여기는 미국대학의 입학사정관제와도 판이하게 다르다. 미국은 선발기준이 비교적 공개돼 있다. 미국의 아이비 리그 대학들은 한국의 수능과 논술에 해당하는 SAT 성적, 내신(GPA), 각종 스펙, 봉사활동, 동아리활동 등 모든 영역에 걸쳐 평가한다.

정량지표인 SAT 성적과 내신(GPA)의 커트라인이 공식적으로 존재하고, 학생들은 그 기준에 맞춰 지원한다.
이처럼 정보를 공개한 미국에서도 입시컨설팅 산업은 확대되는 추세이고 입학사정관제가 ‘부자전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에 한국의 학생부종합전형은 정성평가를 강조하면서 정량적 지표를 배제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다. 그 결과 공식적인 선발기준이 부재하는 혼란이 초래되는 것이다. 그 혼란은 사교육을 키워내고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의 몫이다.

미국사회는 하버드 대학에 낮은 SAT 성적으로 합격한 학생이 있으면 기여입학, 동문특혜, 교수자녀 특혜 등의 비리의혹을 제기한다. 한국은 성적이 낮은 학생이 학생부종합으로 합격하면 공교육의 승리로 규정한다. 공교육의 역할은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높이는 데 있다. 학생의 성적이 낮고 잠재력만 높다는 논리는 궤변에 불과하다. 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의 선발기준이 투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러한 궤변이 통용되는 실정이다. 
  
# 새로운 사교육 입시컨설팅, 1시간당 66만원짜리도 등장

익명을 요구한 한 입시전문가는 “학생부종합전형의 복잡성과 비밀성이 결합해 일선고등학교 교사들이 넘볼 수 없는 난공불락의 사교육시장을 만들어낸 것”이라면서 “솔직히 우리로서는 대학의 밀실주의가 고맙다”고 고백했다.
 
교육관련 시민단체인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은 11월 29일 강남 지역 입시업체들이 1시간 입시컨설팅에 최고 66만원을 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강남 지역 컨설팅 프로그램 23개 중 64.2%가 강남교육지원청이 정한 컨설팅 교습비 기준(분당 5000원)을 위반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는 분당 1만1000원(1시간 66만원)을 받는 곳도 있었으나 학원으로 등록하지 않고 벤처 기업으로 등록해 학원법상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있었다. 컨설팅 대상을 학생이 아니라 학부모로 설정하는 편법을 통해 학원법의 수강료 상한 규제를 피했다는 설명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입시컨설팅’이라는 기형적인 사교육을 키우고 있다는 입시컨설턴트 K씨의 지적이 확인된 셈이다.

# 학생부종합전형의 선발기준 투명공개가 공교육 부활 전제조건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들도 “복잡한 전형방식으로 인해 대입준비가 더 어려워졌다”면서 “오히려 컨설팅비용이라는 새로운 사교육비만 늘어난 것 같다”고 말한다. 학생부종합의 양적 팽창보다는 그 내실을 다지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대학과 교육부의 노력이 절실하다.
학생부종합전형을 밀실에서 광장으로 끌어내야 한다. 즉 ‘공정하고 투명한 선정기준’을 공개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학생부종합전형이 사교육을 억제하고 공교육을 살리는 순기능을 일정부분 담당할 수 있다. ‘일반고를 살리는 모임’(약칭 ‘일리모’)을 추진중인 학부모 박희정씨는 “수능이나 논술을 위한 사교육은 그래도 아이에게 지식과 사고력을 키워준다는 의미가 있다”면서 “그러나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려고 일회에 수십만원의 컨설팅비를 지불해야 하는 것은 그야말로 낭비”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이 학생부 종합전형의 선발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컨설팅은 불필요할 것”이라면서 “학교에서 담임교사의 컨설팅만으로도 수시에 지원할 수 있게 대학의 선발기준이 공개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대학이 학생부종합전형은 정성평가라는 명분을 내세워서 밀실에서 학생을 선발하고 교육부가 이를 묵인하는 한 사교육업체의 컨설팅이 난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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