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의 품격’은 중세에서 왔다
‘신사의 품격’은 중세에서 왔다
  • 한지은 기자
  • 승인 2015.12.0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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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우리 의식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남자’에 관한 고정관념은 대부분 중세 기사의 모습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12세기의 ‘이상적인’ 남자, 즉 기사는 불의에 맞서는 힘과 배짱을 갖춘 남자, 사건의 핵심을 꿰뚫어 꽉 막혀 있는 국면을 능수능란하게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남자, 지식과 예절을 고루 겸비한 교양인으로서 가족을 이끌어 가는 남자, 그러면서도 감정을 절제하며 언제나 강인한 모습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남자였다.

천 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상적인 남자는 그 모습 그대로다.

이곳에서 그는 남성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기본 교육을 받게 된다. 처세술과 걷는 방식, 시선을 처리하는 방식, 신체 단련,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 등의 사회화 작업을 통해서 남성다움이 몸에 주입된다.
                                                                         -본문 148쪽

이 책은 남성성도 사회적 관습과 문화, 정치, 제도, 교육 등에 의해 학습되고 구성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12세기 말에 집필된 『긴느 백작 가문사』의 주인공인 ‘아르눌’ 백작의 일생을 통해 그가 어떻게 남자로 만들어졌는지를 살펴보는 역사서다.

프랑스 북부 플랑드르 지방의 기사였던 아르눌의 출생에서 노년에 이르는 삶의 여정을 따라가며 교육, 성인식, 전쟁, 성공, 출세, 연애, 결혼 등 다양한 국면에서 그가 어떤 도덕적 이상을 내면화하고 어떤 대가를 치렀으며 어떻게 인성을 형성하고 가족·친구·주군·적들과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 이 모든 것은 그의 남성성 형성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추적한다.

실존 인물의 구체적인 삶과 중세사·남성사·미시사 연구가 결합된 연구물인 이 책은 국내에서 드물게 진행된 남성사 연구의 성과물이며, 남녀의 사회적 관계를 가해자-피해자 구도로 재단하는 이분법적 관점을 넘어 한 단계 진전된 젠더사 연구의 흐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 남자의 품격
차용구 지음 | 책세상 펴냄 | 488쪽 | 2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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