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여행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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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승인 2006.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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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맛이 나는 박완서의 여행기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박완서 작가가 그 동안 써온 12편의 기행산문을 깔끔한 사진들과 함께 책으로 펴냈다.

삶에 대한 깊은 통찰로 웅대한 문학세계를 이룬 박완서는, 감칠맛 나는 문장을 생산하는 우리 시대 몇 안 되는 문장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 책은 작가 박완서의 여행기록이면서 동시에 인생이란 긴 여정에 대한 거장의 철학을 담고 있다.

이번 기행산문집은 1997년 출간된 산문집『모독』의 일부분과 작가의 독특한 시선을 담은 산문, 새롭게 쓴 산문들을 손수 엄선하여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꾸몄다. 예술가의 손에 의해 그려진 풍경 속에는 그가 태어난 나라, 그가 사랑했던 사람과 즐겨 읽었던 책들이 반영되고, 그가 겪었던 체험의 총체가 말갛게 가라앉아 배어나온다. 마치 눈앞에 펼쳐지듯 선연한 풍경과 그 뒤에 숨은 진경까지 하나하나 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박완서의 글만이 줄 수 있는 즐거운 감동이다.
 
“이 나라의 자연처럼 아기자기하게 아름다운 자연은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신이 온갖 좋은 것을 다 모아다가 공들여 꾸민 정원 같다. 하나도 넘치게 준 게 없이 다만 조화롭게 주었을 뿐이다.”는 저자의 말처럼 1부에는 남도, 하회마을, 섬진강 벚꽃길과 쌍계사, 오대산 일대 등 우리나라를 여행하면서 쓴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경외와 그리움이 묻어난 글들을 담았다. 2부는 작가의 개인적 체험과 역사적 사연이 담긴 글들을, 3부에는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하면서 기아와 가난으로 고통 받고 있는 에티오피아와 쓰나미가 휩쓸고 간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기록을 담았다. 마지막 4부는 티베트와 네팔의 오염되지 않은 자연과 순연한 사람들, 정결한 생활 모습, 쓰레기마저 완전 순환되는 땅을 통해 현대문명의 소용돌이에 빠진 우리들에게 삶의 본질적 조건을 질문한다.

작가의 연륜이 배어나 깊은 맛을 내는 이번 여행기는, 쌀쌀하고 건조한 날씨 때문에 꽁꽁 얼어붙은 독자들의 마음을 촉촉이 적실 것으로 보인다.


박완서 지음/ 실천문학사/ 254쪽/ 9,800원


독서신문 1396호 [2006.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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