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서정시를 읽자
다시 서정시를 읽자
  • 독서신문
  • 승인 2015.10.29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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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인술

[독서신문] 서정시는 초 위험세계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아와 세계를 하나로 볼 수 있게 만든다.

삶속에서 알아차리지 못한 서정적인 것들을 보아내고 표현하여 서정적 자아와 현실세계 사이에 존재하는 정서적 ‘거리의 결핍’을 표현하여 고단하고 혼란한 삶에 한줄기 맑은 빛으로 샘물로 길을 찾아주고 갈증을 해소해주고 좌절과 자포자기에 빠져있는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져 준다.

때문에 서정시는 울림이 있는 영혼의 문제와 관련된다. 자연을 인위적으로 비틀어놓은 산업화와 폭력적인 자본에 의한 파편화된 인간성 회복을 통해 생명 공동체와 더 나아가 우주 공동체 회복을 꿈꿔볼 수 가능성을 찾기 위해 서정성을 찾아야 한다. 이준관의 「저녘별」과 안도현의 「빗소리를 듣는 동안」이 좋은 예이다.

강가에서 물수제비를 뜨다 오는 소년이/ 저녘별을 쳐다보며 갑니다/ 빈 배 딸그락거리며 돌아오는 새가 쪼아 먹을/ 들녘에 떨어진 한 알 낱알 같은/ 저녘별/ 저녘별을 바라보며/ 가축의 순한 눈에도 불이 켜집니다/ 가랑잎처럼 부스럭거리며 눈을 뜨는/ 풀벌레들을 위해/ 지상으로 한없이 허리를 구부리는 나무들/ 들판엔 어둠이/ 어머니의 밥상포처럼 덮이고/ 내손바닥의 거친 핏줄도/ 풀빛처럼 따스해옵니다/ 저녘별 돋을 때까지 발에 묻히고 온 흙/ 이 흙들이/ 오늘 내 저녘 식량입니다
                                                                     - 이준관, 「저녘별」

빗소리는/ 마당이 빗방울을 깨물어 먹는/ 소리// 맛있게, 맛있게 양푼 밥을 누나들은 같이 비볐네/ 그때 분주히 숟가락이 그릇을 긁던 소리/ 빗소리
                                                        - 안도현, 「빗소리 듣는 동안」 부분

아도르노는 근대이후 삶을 지배하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는 사물화, 폭력적인 상품과 자본의 지배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서정시는 모습을 드러낸다고 하였다. 폭력화된 사물과 자본에 맞서 ‘인간성 회복’의 중심에 서정시가 존재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서정시의 의미가 순수를 지향할수록 현실에서 끊임없이 생산되는 불협화음을 서정시 자신이 자신 안에 불협화음을 품고 있는 것이 된다. 서정시는 스스로 절대적이라고 믿는 물신주의, 낯설고 폭력적인 그리고 강제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는 현실에 대한 항의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갈등에 의한 불협화음, 인간성 파괴에 대한 항의가 서정시 의미가 되는 것은 이러한 폭력적인 것들이 사회와 집단에 보편적 가치로 자리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서정시는 하늘, 땅, 인간의 감응에 의한 생명사랑 인간사랑의 회복 가능성을 노래하여 우리는 누구이며 무엇이가에 대한 생각을 하도록 만들고 있음을 위의 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위에서 자연성을 회복하여 생명과 파괴된 인간성 회복의 꿈을 가질 수 있는 희망의 열쇠이다.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는 물질만능과 자본주의의 긴장을 가라앉힐 신선한 치료제로 서정시를 찾아보는 것도 가을을 보내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 논설위원 황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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