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방언 제대로 알기_'한국어 대방언과 일반론'
한국어 방언 제대로 알기_'한국어 대방언과 일반론'
  • 한지은 기자
  • 승인 2015.10.2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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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강의> 한국어의 방언
최근 대학의 상아탑 안에 머물던 인문학과 고전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강의하는 기관이 늘어나고 있다. 본지는 이 같은 인문학과 고전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지속시키고 인문학 열풍을 더욱 확산시키고자 유명 석학들의 강연내용을 지상 중계한다. / 편집자 註
▲ '한국어'는 단일 언어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여섯 개의 대단위방언 중 특히 '제주방언'의 경우 본토박이 제주방언 화자들과 다른 방언 화자들과는 의사소통이 거의 불가능하다. 사진은 제주 돌하르방.

[독서신문] 한국어의 방언은 대개 6개의 대방언으로 나뉜다. 동남방언(경상도방언), 서남방언(전라도방언), 동북방언(함경도방언), 서북방언(평안도방언), 중부방언(충청도, 경기도, 황해도, 강원도방언), 제주방언(제주도방언)이 그것이다.

I. 언어, 방언, 표준어, 사투리

▲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있는 노르웨이어, 스웨덴어, 덴마크어는 서로 다른 언어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 그들 국가의 사람들은 각각 다른 두 언어를 이해할 수 있고 의사소통도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용어로 ‘언어, 방언, 표준어, 사투리’가 있다. ‘언어’와 ‘방언’을 구별하는 일반적인 기준은 ‘상호 이해가능성’이다. ‘터키어’나 ‘몽골어’를 비롯해 ‘영어, 독일어’ 등은 한국 사람들이 듣고 이해할 수 없으므로 ‘한국어’와 다른 언어라고 하는 것이 적합하다.

그러나 스칸디나비아반도에 있는 노르웨이어, 스웨덴어, 덴마크어는 서로 다른 언어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 그들 국가의 사람들은 각각 다른 두 언어를 이해할 수 있고 의사소통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상호 이해가능성’이란 기준을 따르면 그들 ‘언어’는 언어가 아니라 ‘방언’이라고 해야 한다.

이와는 달리 ‘한국어’는 단일 언어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여섯 개의 대단위방언 중 특히 ‘제주방언’의 경우 본토박이 제주방언 화자들과 다른 방언 화자들과는 의사소통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경우, ‘상호 이해가능성’이란 기준을 따르면, 제주방언은 ‘방언’이 아니라 ‘한국어’와는 다른 ‘언어’라고 해야 한다. 이 점에서 ‘상호 이해가능성’은 ‘언어’와 ‘방언’을 구별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그래서 ‘언어’와 ‘방언’을 구별 짓기 위한 기준으로 제시되는 것이 ‘정치제도, 역사, 지리, 문화의 차이’다. 이 기준을 따르면, 비로소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세 나라 말은 다른 ‘언어’로 인정되며 ‘제주어’는 ‘한국어의 방언’이 된다. 이러한 규정에 따라 ‘한국어’는 한반도와 제주도를 위시한 부속 도서(島嶼)에 거주하는 본토박이 한국 사람들과 외국에 집단적으로 거주하는 본토박이 한국 사람들이 의사소통에 사용하는 언어이며 ‘한국어 방언’은 독립된 언어체계(음운, 형태, 통사)를 가지는 한국어의 변종(變種=분화체)이다.

이런 방언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모여 국가의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거나 공적이거나 사적인 단체를 운영하려고 할 경우,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제대로 일을 진행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국민 전체가 의사소통할 수 있는 제3의 말이 필요하게 되는데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표준어이다.

II. 방언 일반론

▲ 지역별 방언 지도

‘방언’을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알아야 할 것은 ‘방언의 형성’과 ‘방언의 성격’이다.

먼저, ‘방언의 형성’에 대해서 알아보자. 방언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형성된다. 그중에서 가장 초기의 방언형성에 작용하는 요인은 인구이동과 자연 장애물이다. 국가가 형성되기 전의 씨족 사회는 그 구성원이 얼마 되지 않았으므로 그들이 사용하는 말은 음운, 어휘, 어법에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점점 인구가 늘어나고 그와는 반대로 식량이 부족하게 되면 씨족은 전체나 부분으로 나뉘어 더 넓고 살기 좋은 곳으로 이주하게 된다.

이주한 곳이 높은 산 너머거나 큰 강 건너라면 그런 장애물을 사이에 두고 서로 왕래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고, 대부분이 한정된 지역에 살 수밖에 없다. 그 한정된 지역에서 인구는 늘어나고, 사람들은 각각의 문화를 발전시키고, 그에 따라 그들에게 필요한 어휘를 만들고, 그들에게 적합한 표현 방법을 발전시켜 나간다. 그 결과 각 지역의 말에는 음운, 어휘, 어법에서 상당한 차이를 가지게 된다. 이렇게 해서 ‘지역방언’이 형성된다.

‘방언’이 형성되는 다른 요인은 사회계층의 분화이다. 국가가 만들어지면 자연히 왕을 중심으로 하는 사대부 계층이 형성되고 그 밑에 직종이나 직업에 따라 여러 사회 계층이 형성된다. 조선 시대를 예로 들면, 사대부 계층, 중인 계층, 농민 계층, 장인 계층, 상민 계층 등이 그것이다. 각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은 복장이나 머리 모양은 물론 말에서도 차이를 보여 각자의 신분을 구별하게 된다. 그리하여 산이나 강과 같은 자연적 장애물이 없어도 사회 계층 간에 말의 차이가 생기고 그 차이가 음운, 어휘, 어법에서 차이를 가지게 된다. 이렇게 ‘사회방언’이 형성된다.

‘방언’이 형성되는 또 다른 요인은 방언과 방언의 접촉과 간섭이다. 교통수단의 발달과 환경의 변화로 인접한 A, B 방언 지역의 화자들이 서로 왕래하는 동안 두 방언의 접촉이 일어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방언 상호 간에 간섭이 작용한다. 이러한 과정이 오랫동안 계속되면 두 방언이 접촉하는 지역의 말이 음운, 어휘, 어법에서 A, B 방언과는 차이를 가진 C 방언이 생긴다. 이렇게 해서 ‘접촉방언’이 형성된다. 도시가 발생할 경우에는 여러 방언의 접촉과 간섭 결과 ‘도시방언’이 형성된다.

다음으로, ‘방언의 성격’에 대해 알아본다. 방언의 성격은 언어적인 성격과 언어 외적인 성격으로 나눌 수 있다. 언어적인 면에서, 방언은 통일과 분열의 교호성(交互性)과 보수성과 다양성을 가진다.

첫째로, 방언이 가진 통일과 분열의 교호성은 방언이 한 언어나 한 방언에서 분열되고, 분열된 방언이 다시 하나의 방언으로 통일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성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교통의 발달, 문화의 차이, 인구수의 차이, 표준어의 등장, 도시의 발생 등이다.

교통의 발달은 사람들이 왕래할 수 있는 공간을 넓혀줌으로써 방언 간의 접촉과 간섭을 가능하게 하고 그 결과 접촉과 간섭이 가능한 지역의 방언들은 차이점을 축소시키는 반면 그렇지 못한 동일 지역 안의 방언들과는 차이점을 확대시킨다.

접촉하는 두 지역이나 집단 간에 문화의 차이가 있을 경우, 하위의 문화를 가진 지역이나 집단의 말은 상위의 문화를 가진 지역이나 집단의 말로 동화돼 가며 동시에 접촉이 어려운 하위의 문화 지역이나 집단의 말과는 차이를 가지게 된다.

또 접촉하는 두 지역이나 집단 간에 문화의 차이는 없고 다만 인구수에만 차이가 있을 경우, 인구가 적은 지역이나 집단의 말은 인구수가 많은 지역이나 집단의 말로 동화돼 가며 동시에 접촉이 어려운 인구가 적은 지역의 말과는 차이를 가지게 된다.

더불어 표준어가 등장하는 경우, 모든 방언은 표준어로 동화돼 가며, 도시가 발생해 도시방언이 형성돼 있을 경우, 그 도시에 인접한 방언들은 도시방언으로 동화돼 가는 동시에 도시에 인접하지 않은 방언과는 차이를 가지게 된다.

둘째로, 방언이 가진 보수성은 방언에는 고어(古語)가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의 방언일수록 그 방언에 고어가 많이 남아있다. 제주도, 경상북도의 동남해안지역, 함경북도의 동북부지역, 전라남도의 서남해안지역, 평안북도의 서북부지역의 방언에 고어가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 그러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셋째, 방언의 다양성은 하나의 단어나 형태가 여러 방언에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뜻한다. 하나의 예로서, ‘여우’(狐)는 도(道) 단위에 따라, ‘야시, 여시<경남>, 여수, 예수, 여께이<경북>, 여시, 여수<전남, 전북, 충북>, 여호<제주>, 여시, 여수<충북>, 여호, 여우<충남>, 여우, 여위<경기>, 여우, 영우<평남>, 여우<평북>, 여우, 여위, 영꽹이<황해>, 영우, 영이, 여끼, 영끼<함남>, 여우, 영우, 여호, 여껭이<강원>, 여끼, 예끼<함북>’로 나타난다.

방언이 가진 언어 외적인 성격은 ‘결속성’이다. 이것은 방언이 그 방언을 사용하는 화자들을 강하게 결속시킨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방언의 성격 때문에 지역주의가 생긴다고 비난하지만, 다른 방언을 사용하는 지역 간에 문화의 차이가 나는 것은 방언이 가진 그러한 성격의 결과라 할 것이다.

/ 정리= 한지은 기자

*본고는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하는 ‘석학인문강좌’(매주 토요일 오후 3시, 서초구민회관)에서 최명옥 서울대 명예교수가 ‘한국어의 방언’을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발췌 수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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