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강·8 - 첫눈
섬강·8 - 첫눈
  • 독서신문
  • 승인 2015.10.2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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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숲'

                            권 섬

첫눈은 불시에 찾아오는 불륜이다.

첫눈 오는 날에 술집은 만원이고,
첫눈 오는 날에는 가출해도 무방해서,
눈이 슬픈 남자를 따라가도 되는 날이고,
첫눈 오는 날에는 어떤 꿈을 꾸어도 된다.

잡힐 듯하다가 끝내는 사라지는,
눈이 슬픈 남자를 쫓다가 길을 잃었다.
눈(雪)이 되어 승천한 눈이 슬픈 남자가
첫눈 오는 날 지상으로 돌아온다는데,
꽃잎처럼 눈을 날리며 돌아온다는데,

하얀 이파리들이 하얗게 길을 지워갈 때쯤,
눈이 슬픈 남자랑 눈이 되어 사라지는 꿈을 꾼다.

-권섬 시집 <꽃의 또 다른 출구>에서

■ 권섬

2010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꽃의 또 다른 출구>. 막비시동인.

■ 감 상

첫비라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비는 연중 무시로 내리는 탓일 것이다. 춥고 고독한 겨울은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잔뜩 긴장한 상태에서 등장하는 첫눈은 그래서 어쩔 수 없는 존재로서의 특별한 반가움도 있을지 모르겠다. 온 세상을 하얗게 덮으며 쏟아지는 첫눈은 그 동안의 때 묻은 세상을 한순간에 순백색으로 덮어버림으로 해서, 가슴을 후련하게 만들기도 하고 감상적인 분위기로 이끌어가기도 한다. 눈(雪)이 되어 승천한 눈이 슬픈 남자가 첫눈 오는 날 꽃잎처럼 눈을 날리며 돌아온다는 시인의 간절한 기다림이 마치 전설처럼 따뜻하게 다가온다. / 장종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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