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그녀는 돌아왔고, 한 발짝 더 자신에게 이르렀다
전경린 작가가『황진이』이후 1년 여 만에 6번째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이번 작품은 소극적이고 여린 한 여성이 자아를 찾기 위해 거친 사막과도 같은 세상의 끝까지 다녀오는 과정을 섬세하고 감각적인 문체로 그렸다.
혜규는 얼굴에 있는 푸른 점 때문에 내성적인 성격을 갖게 되었다. 그러다 첫사랑인 인채를 만나서 처음으로 인생의 행복을 맛보고, 남들처럼 당당해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하지만 결혼을 2주 앞두고 혜규의 사랑은 파경을 맞는다. 인채가 혜규의 사촌 예경과 하룻밤 사랑을 나누었기 때문이다. 순탄하게 진행되던 혜규의 삶은 예경이라는 불청객으로 인해 한 순간에 무너지고, 자살조차 실패한 혜규는 고향을 떠나 7년간 객지생활을 한다. 혜규는 서울에서 유부남 형주를 만나 새로운 사랑을 하게 된다. 혜규는 형주와 결혼을 하려고도 하지 않고, 형주를 독점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집착과 의무에서 열린 사랑의 방식을 통해 지난 상처를 씻고, 온전한 자신의 모습을 되찾는다. 그리고 7년 뒤 혜규는 얼굴의 푸른 점을 빼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저자는 도덕과 규범, 제도를 거스르는 불륜이라는 사랑을 통해 한 여성이 어떻게 세상에 대응하는지를 보여준다. 그 여성은 관습과 제도의 틀을 넘음으로써 좀 더 자기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다.
이번 작품은 전경린 작가의 평소 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있지만, 한 단계 더 성장했다는 느낌이 든다. 전경린 작가의 글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의미 있는 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경린 지음/ 이룸/ 284쪽/ 9,500원
독서신문 1396호 [2006.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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