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합(妙合)인 생명
묘합(妙合)인 생명
  • 독서신문
  • 승인 2015.09.18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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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일산정(秋日山情)'
▲ 버들 김미순, <물불흙공기>, 2015.

[독서신문] 엠페도클레스는 흙 · 물 · 불 · 공기를 우주 근본물질이라 생각했으며 동양도 日 · 月과 火 · 水 · 木 · 金 · 土라는 음양오행을 통해 묘합(妙合)의 관계를 나타냈다. 이들 원소들을 아르케라 한다. 아르케는 ‘처음 · 시초 · 원리’로 본디 성질이나 바탕인 원질(原質), 사물이 생겨나는 본바탕인 근원(根源), 본디부터 갖고 있는 사물 독자의 성질인 본질(本質), 사물이 어떤 상태로 변해 다른 것이 되는 생성(生成)의 뜻으로도 사용된다.

아르케에는 자기 뜻대로 지배하고 부리는 원리가 들어있지 않다. 서로 다른 물질로 다르지만 상대를 옳다고 인정하면서 상대와 자신을 지키고 같이 살아가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으면서 존재한다. 이러한 조화와 화합을 통해 생명체는 탄생된다.

서로 다른 것들이 자신만을 고집하지 않고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는 오묘한 방식인 묘합이 이루어져야 만이 새로운 형태와 성질을 지닌 생명체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地 · 水 · 火 · 風 4원소는 중세와 근대를 지나오면서 근대 회화의 주제로 주목받기 시작한다. 우주를 이루는 기초로 보는 구성론적 관점에서 인간의 감성과 자연에 대한 성찰을 4원소를 통해 찾고 보여주려 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생명체를 만드는 기본 물질들은 여러 층(層)들이 서로 겹쳐지면서 길이 · 넓이 · 두께를 가지고 있는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어 존재하게하고 이 존재를 질적으로 변화시켜 창조적 관계로 나가도록 유도한다.

무생물에서는 볼 수 없는 길이 · 넓이 · 두께는 깊고 높은 자율성을 지닌 새로운 차원으로 우리를 이끈다. 이 묘한 긍정성인 생명의 내적 관계와 구조는 단순하게 개개의 것들이 한데 모여 결합되어 있거나 둘 이상의 원소들이 하나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볼 수 없는 묘한 것으로 더할 수 없는 묘합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버들 김미순 작품 〈물불흙공기〉에서 노랑은 흙(土), 청록은 나무(木), 현무(玄武)의 검정은 물(水), 흔들림은 풍(風), 하얀빛은 쇠(金)를 나타내고 있다. 작가는 “유년시절 저녁이 되면 모깃불 피워놓고 둘러 앉아 탱자가시로 다슬기를 까먹었죠… 그때 다슬기 꽁지 색깔이 어찌나 오묘하고 예쁜지…” “초등 일학년쯤 아파서 학교에 가지 못하고 하루를 보내면서 집 앞에 꽃을 그렸습니다. 노란색꽃잎을 그릴 때 그 느낌이 이상하게도 좋았습니다.” “흔들리고 뭉개지고 흩어지고 그래도 보이는 것, 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이었지만”이라고 작품의 촬영 동기를 말하고 있다.

〈물불흙공기〉 작품 속에 내재하고 있는 창조적이고 공생적인 묘합 관계를 이루고 있는 다양한 우주 물질을 보았다. 같이 살아가기 위한 상생의 묘합은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하면서 배려를 아끼지 않을 때 더욱 빛난다. 이 땅에 살아가고 있는 모든 것들의 존재에 깊이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떼려야 뗄 수 없는 묘한 것들이 어우러져 있는 생명체에서 어느 하나를 제외시키거나 따돌린다면 생명체는 더 이상 존재이유가 없다는 것을 버들 김미순 작품 〈물불흙공기〉는 표현하고 있다.

/ 편집위원 검돌(儉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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