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난쏘공 - 조세희
문학 : 난쏘공 - 조세희
  • 황인술
  • 승인 2007.10.31 17: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본지논설위원
Ⅰ. 생각확대하기 

1. 작가 분석 :
조세희(趙世熙: 1942-  )소설가 
                    1942년 경기도 가평 출생 서라벌예대 및 경희대 졸업.(황순원의 제자)  
                    1965년 『돛대 없는 장선(葬船)』이 경향신문에 당선 데뷔.
 
  1970년대 소외된 노동자 빈민의 삶을 ‘난장이’로 암시하여 폭로한 작가이다. 근대화의 물결에 희생된 난쟁이 일가를 중심으로 소외계층의 문제를 제기.
 
주요작품 - 『시간여행』, 『침묵의 뿌리』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철장화』, 『긴 팽이 모자』, 『시간 여행』, 『어린 왕자』, 『하얀 저고리"』등이 있다.
 
  70년대 최대의 화제작인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연작으로 1979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이 작품집은 2백쇄, 100만부 돌파, 우리시대 대표적 스테디셀러가 됐다.
趙씨 소설문법은 기존의 것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소설적 긴장과 환상적 공간의 창출을 위해 동화기법을 과감히 도입했는가 하면 우화적, 극도의 은유적 수법도 동원했는데 이는 유신하 검열의 눈을 피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 [중앙일보] 1996. 5. 2 

  1976년 <문학과 지성>에 발표된 이 작품은 같은 제목의 연작 12편 중, 네 번째에 해당하는 중편 소설이다. 1970년대 한국 소설이 거둔 중요한 결실로 평가되는 작품으로서 전혀 낙원이 아니고 행복도 없는 ‘낙원구 행복동’의 소외 계층을 대표하는 ‘난장이’ 일가(一家)의 삶을 통해 화려한 도시 재개발 뒤에 숨은 소시민들의 아픔을 그리고 있다.
  도시 빈민의 궁핍한 생활, 그리고 자본주의의 모순에 찬 구조 속에서 노동자의 현실적 패배를 잘 보여 주고 있다. 같은 제목의 연작 12편 중에서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에 서 드러난 문제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엄연한 현실적 문제이자 풀어야 할 과제인 것이다. 작자는 난쟁이로 대변되는 가난한 소외 계층과 공장 노동자의 삶의 모습, 그리고 70년대의 노동 환경을 폭로, 고발하고 있다. 작품 결말부의 영희의 절규는 더 이상 난쟁이로 남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 주고 있다.
  이 작품은 도시 빈민의 궁핍과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에서, 특히 노동자의 현실 패배가 우리 사회의 어떤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되고 있는가를 추적하고 있다. 사실 이 작품에 담겨 있는 소외된 도시 근로자의 여러 문제는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의 문제이다. 즉, 생존에 필요한 최저 수준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 열악한 작업 환경, 고용자로부터 강요되는 부당한 노동 행위, 노동조합에의 탄압, 폭력으로 저항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극한적 심리 상태, 그리고 가진 자들의 위선과 사치, 그들의 교묘한 억압 방법 등 산업 사회의 부정적 측면들이 제시되어 있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이러한 사회적 문제점을 환기시키는 데만 호소력을 지닌 게 아니라, 문학만이 가능한 정서적인 면을 강하게 갖고 있다. 이를 통해 현실 제시라는 반영적(反映的) 기능과 암시와 함축이라는 정서적(情緖的) 기능을 모두 만족시킨다.
 
작품이 속한 연작 12편
①『뫼비우스의 띠』,  ②『칼날』, ③『우주 여행』,  ④『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⑤『육교 위에서』,  ⑥『궤도 회전』,  ⑦『기계 도시』,  ⑧『은강 노동 가족의 생계비』, ⑨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⑩『클라인씨의 병』,  ⑪『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⑫『에필로그』
 
2. 등장인물, 작품 개관
아버지 - 변두리 생활로 전전하다 삶의 절망 끝에 공장 굴뚝 위에서 '달나라'를 향해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작은 쇠공을 쏘아 올리다 추락사한다.
어머니  - 노동 현장에 뛰어들어 어렵게 가계를 꾸려 나간다.
큰아들 영수 - 공장을 다니다가 노동 운동에 뛰어든다.
둘째 아들 영호 - 노동자. 전기 회상에서 일한다.
딸 영희 - 온갖 궂은 직업을 경험한다.
 
작품 개관
갈래 : 단편소설                
배경 : 1970년대
경향 : 사회 고발적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1·2·3부가 각각 영수·영호·영희의 시점에서 서술됨)
주제 : 도시 빈민이 겪는 삶의 고통과 좌절
 
3. 줄거리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옳게 보았다. 아버지는 난장이였다.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아버지를 보는 것 하나만 옳았다. 그 밖의 것들은 하나도 옳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 어머니, 영호, 영희, 그리고 나를 포함한 다섯 식구의 모든 것을 걸고 그들이 옳지 않다는 것을 언제나 말할 수 있다. 나의 '모든 것'이라는 표현에는 '다섯 식구의 목숨'이 포함되어 있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들은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라도 천국을 생각해 보지 않은 날이 없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 같았다.
  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모든 것을 잘 참았다. 그러나 그 날 아침 일만은 참기 어려웠던 것 같다.
  “통장이 이걸 가져왔어요.”
  내가 말했다. 어머니는 조각마루 끝에 앉아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게 뭐냐?”
  “철거 계고장(戒告狀)이에요.”
  “기어코 왔구나!”
  어머니가 말했다.
  “그러니까 집을 헐라는 거지? 우리가 꼭 받아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이제 나온 셈이구나!”
  어머니는 식사를 중단했다. 나는 어머니의 밥상을 내려다보았다.
  보리밥에 까만 된장, 그리고 시든 고추 두어 개와 조린 감자. 나는 어머니를 위해 철거 계고장을 천천히 읽었다.




 

낙  원  구
 

      주택 : 444. 1―― 197×. 9. 10
      수신 : 서울특별시 낙원구 행복동 46번지의 1839   김불이 귀하
       제목 : 재개발 사업 구역 및 고지대 건물 철거 지시

   귀하 소유 아래 표시 건물은 주택 개량 촉진에 관한 임시 조치법에 따라 행복3구역 재개발 지구로 지정되어 서울특별시 주택 개량 재개발 사업 시행 조례 제15조, 건축법 제5조 및 동법 제42조의 규정에 의하여 197×. 9. 30까지 자진 철거할 것을 명합니다. 만일 위 기일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경우에는 행정 대집행법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강제 철거하고 그 비용은 귀하로부터 징수하겠습니다.

 

       철거 대상 건물 표시
       서울특별시 낙원구 행복동 46번지의 1839
       구조      건평       평
                                               끝.
                                                        낙 원 구 청 장


 




  어머니는 조각 마루 끝에 앉아 말이 없었다. 벽돌 공장의 높은 굴뚝 그림자가 시멘트 담에서 꺾이며 좁은 마당을 덮었다. 동네 사라들이 골목으로 나와 뭐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통장은 그들 사이를 비집고 나와 방죽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머니는 식사를 끝내지 않은 밥상을 들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어머니는 두 무릎을 곧추세우고 앉았다. 그리고 손을 들어 부엌 바닥을 한번 치고 가슴을 한번 쳤다. 나는 동사무소로 갔다. 행복동 주민들이 잔뜩 몰려들어 자기의 의견들을 큰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들을 사람은 두셋밖에 안 되는데 수십 명이 거의 동시에 떠들어대고 있었다. 쓸데없는 짓이었다. 떠든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중략)
  어머니가 조각마루 끝에 밥상을 올려 놓았다. 의사가 대문을 들어서는 소리가 들렸다. 아주머니가 나의 손을 잡았다. 아아아아아아 하는 울음이 으리게 나의 목을 타고 올라왔다.
  “울지 마, 영희야.”
    큰오빠가 말했었다.
  “제발 울지 마, 누가 듣겠어.”
    나는 울음을 그칠 수 없었다.
   “큰오빠는 화도 안 나?”
  “그치라니까.”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부르는 악당은 죽여 버려.”
  “그래 죽여 버릴게.”
  “꼭 죽여.”
  “그래. 꼭.”
   “꼭.”
 
4. 이해와 감상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발표되었을 당시 이 소설은 우리에게 당대의 산업구조와 노동현실에 대한 분노와 자각을 불러일으켰으며 1980년대에 문학도들보다는 이 사회의 변혁을 꿈꾸는 사회학도들에게 더 큰 정신적 지렛대 역할을 하였다. 이후 일어난 우리 사회의 변혁에도 이 소설이 지닌 정신의 일정 부분이 작용하였다고 해도 그렇게 무리한 비약은 아닐 것이다. 

  3년 간에 걸쳐 창작된 이 소설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대립 구도라는, 이전의 한국소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소재를 본격적으로 형상화하여 한국소설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12개의 연작 소설로 이루어진 이 작품집은 노동자와 중산층과 자본가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의 각기 다른 시선이 한편으로는 독립적으로 한편으로는 연쇄적으로 교차하며 복잡하고 다양한 무늬를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의 가장 중심이 되는 이야기는 난장이 일가이며 이들을 통해 1970년대 도시빈민의 곤궁한 삶과 자본주의의 모순 속에서 노동자들이 어떻게 희생되고 패배해 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증조부가 노비였던 난장이는 소설에 나오는 앉은뱅이, 꼽추와 더불어 소외된 도시빈민을 상징한다. 난장이의 조상이 노비로 설정되어 있는 것은 봉건시대의 노비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빈민이나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대체되었을 뿐임을 상기시킨다. 이는 또한 봉건사회에서는 신분이 대물림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가난이 대물림되는 것이라는 시각을 보여준다. 작가는 도시빈민을 태생적 신체적 불구에 빗대어 상징적으로 형상화한다. 이들에 비해 상대적, 정신적 불구인 가진 자들은 거인으로 빗대어진다.

  난장이 일가가 사는 동네의 이름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낙원구 행복동의 무허가 주택이다. 낙원구 행복동은 재개발사업으로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땅에 들어설 아파트에 살 수 있는 경제력이 없기 때문에 25만원에 아파트 입주권을 판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세들어 살던 명희네의 전세금을 내주고 나니 남는 것이 별로 없어 이들은 당장 갈 곳이 없어진다. 반면에 이 지역의 입주권을 25만원에 수없이 많이 사들인 영동에 사는 돈 많은 사람들은 그 입주권을 바로 45만원에 넘긴다. 난장이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개발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은 결과적으로 그곳에 터를 잡고 주인으로 살던 100여 가구의 사람들을 내쫓고 돈 냄새를 잘 맡는 자본가들에게 개발 이익을 주는 모순을 낳게 된다.
 
 자신들의‘낙원’과 ‘행복’은 정당한 법 절차에 의해 가진 자들의‘낙원’과‘행복’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집을 철거한다는 문서가 날아오고 난장이 가족들이 마주앉아 식사를 하는 사이에 국가의 공권력은 집의 철거를 집행하게 된다. 집행인들은 집주인의 식사가 끝나기도 전에 집의 벽을 순식간에 허물어버린다. 이 일로 인해 아버지는 벽돌공장의 굴뚝 속으로 떨어져 자살하게 되고 명희는 집의 입주권을 찾기 위해 입주권을 산 남자에게 자신의 몸을 내어준다.

  난장이가 죽은 후 세 자녀는 은강그룹의 노동자로 근무하게 되며 소설의 장소도 자연스럽게 은강으로 옮겨가게 된다. ?기계도시? ?은강 노동가족의 생계비?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클라인씨의 병? 같은 작품은 은강이 소설의 공간이다.
  세 자녀는 교육을 받지 못하여 기능공이 되지도 못하고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으며 야간 근무 때 졸다가 옷핀으로 찔려가며 일을 해도 최저생계비마저도 벌 수 없다. 큰아들 영수는 근로 조건을 개선해보고자 공부도 하고 열심히 조직을 꾸려 일도 해보았으나 그 일은 그야말로 달걀로 바위 치기에 불과하였다. 노동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활동하는 노동자들은 영수처럼 블랙리스트에 오르거나 어딘가에 끌려가 뭇매를 맞거나 예고 없이 해고당한다. 노동자와 자본가의 갈등은 영수가 은강그룹 총수의 동생을 은강그룹의 총수로 오인하여 살해하고 영수는 이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 작품은 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영수, 영호, 영희가 차례대로 서술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다음은 영희가 서술자로 되어 있는 3장의 마지막 결말 부분이다.


1부(서술자는 영수) : 철거 통지서를 받는다. 가족들의 생활이 과거·대과거·현재로 교차되면서 중첩되어 묘사되고 있다.

2부(서술자는 영호) : 영희의 가출. 입주권을 투기업자에게 팔고 철거반원에 의해 집이 철거된다.

3부(서술자는 영희) : 투기업자에게 순결을 빼앗긴 영희는 금고 안에서 입주권과 돈을 들고 나와 입주 절차를 마치나 아버지의 죽음을 확인하고는 사회에 대해 절규한다.

노동자와 자본가의 갈등이 이처럼 극단적인 마무리로 귀결되는 것이 작가의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작가가 바라는 세상에 대한 대안은 영수가 살인을 하기 전에 영수의 입을 통해 난장이가 꿈꾸던 세상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아버지는 그런 세상에서는 지나친 부의 축적을 사랑의 상실로 공인하고 사랑을 갖지 않은 사람 집에 내리는 햇빛을 가려버리고, 바람도 막아버리고, 전깃불도 잘라버리고, 수도선도 끊어버린다. 그 세상 사람들은 사랑으로 일하고, 사랑으로 자식을 키운다. 비도 사랑으로 내리게 하고, 사랑으로 평형을 이루고, 사랑으로 바람을 불러 작은 미나리아재비꽃줄기까지 머물게 한다. 아버지는 사랑을 갖지 않은 사람을 벌하기 위해 법을 제정해야한다고 믿었다.”
  첨예하게 대립되는 두 집단 간의 갈등을 다루면서도 이 소설은 아름다운 동화이거나 우화처럼 읽혀진다. 몇 문장을 살펴보자.
 “형, 도도새는 어떤 새지?”,“십칠 세기까지 인도양 모라티우스 섬에 살았던 새다. 그 새는 날개를 사용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날개가 퇴화했다. 나중엔 날 수가 없게 되어 모조리 잡혀 멸종당했다.”(?우주 여행?)
 “아버지는 달에 가서 천문대 일을 보게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달에서는 머리카락좌도 선명하게 볼 수 있다.”(?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 병에서는 안이 밖이고 밖이 곧 안입니다. 안팎이 없기 때문에 내부를 막았다고 할 수 없고, 여기서는 갇힌다는 게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벽만 따라가면 밖으로 나갈 수 있죠. 따라서 이 세계에서는 갇혔다는 자체가 착각이에요.”(?클라인씨의 병?)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1970년대의 상황이기도 하지만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다. 외국인근로자와 재개발과 재건축, 임시직 근로자의 확산, 부의 편중 등은 여전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풀어야 할 과제들이다. 이 책은 우리의 과거를 돌아보게 하는 한편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현재 네가 누리고 있는 삶은 정당한가?’,‘네가 소유한 것은 진정 너의 것인가?’이런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인생에 대해 진실하고 겸허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다. 
 
 
Ⅱ. 생각확대하기 
                        
 1. 작가의 말
  아직 젊었던 시절 칠십 년대와 반목했던 것과 같이 나는 지금 세계와도 사이가 안 좋다. 내가 작가가 안 되었더라면 젊음을 다 잃어버린 나이에 자기 시대, 그리고 동시대인 상당수와 불화 하는 불행한 일은 안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나는 육십 년대 후반 어느 해에 작가가 되는 것을 포기했던 사람이다. 나는 좋은 작품을 쓸 자신이 없었다. 이것이 역시 괜한 이야기일지 모르겠는데, 그 당시 나에게 큰 감동을 준 예술가들은 이상하게도 뛰어난 작품을 남긴 것과 상관없이 개인적으로는 모두 불행한 삶을 살고 간 사람들이었다. 어떤 사람은 회의에 빠져 자기의 작품을 모두 없애버리라고 했고, 어떤 예술가는 절망에 차 자살을 했다. 스무 살 나이에 내가 제일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는, 많은 사람이 ‘인류의 자산’으로 칠 훌륭한 작품을 남긴 또 다른 예술가는 그의 시대가 대주는 고통들과 싸우다 지쳐 죽고 말았는데 그의 장례식에 모인 사람은 가족을 포함해 여섯 명밖에 안 되었다.
  무엇이 되었든 우리에게 칠십 년대는 파괴와 거짓 희망, 모멸, 폭압의 시대였다. 나는 이 말을 아주 슬픈 마음으로 쓰고 있다. 천구백사십년을 전후해 태어난 우리 세대가 어느 사이에 서른을 넘어서 ‘힘없이’ 무너지는 것이 평범한 직장인이 된 나의 눈에도 보였다. 물론 이것은 우리 세대가 처음 겪는 일은 아니었다. 선배 세대들의 경우를 보아도 젊은 시절에 인간의 진짜 척추라고 믿고 애써 간직하려고 했던 귀한 가치들, 그리고 개개인의 마음속 소유인 아름다운 정신을 부양 가족을 거느린 가장이 되며 밖으로 던져버리는 일은 흔했다.
  육십 년대에 새파랗게 젊었던 우리 세대는 서른 몇 살이 되어 바로 윗세대들과 똑같이 ‘실패자’가 되는 것을 무서워하고 있었다. 탄압은 정치와 경제 양면으로 가해졌다. 자세히 보면 지금도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만, 그때 제일 참을 수 없었던 것은 ‘악’이 내놓고 ‘선’을 가장하는 것이었다. 악이 자선이 되고 희망이 되고 진실이 되고, 또 정의가 되었다. 내가 개인적으로 선택의 중요성을 느끼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사람들이 바로 말을 안 했을 뿐이지, 그때 우리나라는 인류가 귀중한 가치로 치는 것들이 모조리 부정되는 세상, 예를 들면 소모사가 유린한 니카라과나 이디 아민이 통치한 우간다, 엥게마가 지배한 적도 기니와 다를 것이 없었다. 나는 지금도 박정희 ? 김종필 등 이 땅 쿠데타의 문을 활짝 연 내란 제일세대 군인들이 무력으로 집권해 피 말리는 억압 독재를 계속하지 않았다면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2. 뫼비우스의 띠의 상징성
뫼비우스의 띠(m?bius strip)는 위상수학적인 곡면으로, 경계가 하나밖에 없는 2차원 도형이다. 안과 밖의 구별이 없는 대표적인 물체이다. 1858년에 아우구스트 페르디난트 뫼비우스와 요한 베네딕트 리스팅이 서로 독립적으로 발견했다.
  간단하게 말하면 사각형의 양 끝을 풀로 붙이면 토러스가 되고 한번 꼬아 붙이면 뫼비우스의 띠가 된다. 뫼비우스의 띠는 방향을 매길 수 없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첫 번째는 ‘뫼비우스의 띠’이다. 길고 가는 직4각형 띠(strip)의 가운데에서 한 쪽의 절반을 비튼 뒤 두 끝을 붙여 만드는 위상공간(位相空間). 이 공간은 1면만을 가지며, 띠를 따라서 가운데를 자르더라도 하나의 띠가 된다.
  사물의 현상과 본질, 참과 거짓, 흑과 백이 서로 다른 면에 놓일 수만 있는 것이 아니며, 모두 동일한 면에서 지배되는 법칙에 적용받는 것일 수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다. 이러한 인식은 사회적인 모순이 흑과 백, 참과 거짓, 선과 악, 노동자와 자본가, 도시 재개발 업자와 도시 빈민의 단순한 이분법적 대립 구도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닌,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그 근본 원인이 있음을 암시한다.
 
일반적인 의미- 안쪽과 바깥쪽이 구별되지 않는 단측 곡
외화(겉 이야기와 관련) - 사물에 대한 고정 관념이나 흑백 논리가 잘못되었을 수도 있음을 알려준다.
내화(가해와 피해의 양면성) - 앉은뱅이와 꼽추가 가해자일 수 있으며, 부동산업자가 가해자일 수도 있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독자의 반응과 관련 - 외화와 내화의 상황을 통해 독자들이 갖고 있는 고정 관념이나 선입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Ⅲ. 생각 정리하기 

  1970년대 급격한 산업화의 이면에는 사회적 불평등으로 인한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내재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불평등의 구조 속에서 1970년 11월에는 평화시장 노동자 전태일이 분신하는 사건이 발생하였으며, 이를 계기로 1970년대의 상대적 빈곤, 인간 소외, 도덕적 규범의 혼란 등이 작품의 주제로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이 작품은 이러한 1970년대를 배경으로 탄생하였다. 작가는 ‘난쟁이 일가’로 대변되는 가난한 소외 계층과 공장 노동자들의 삶을 통해 1970년대 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였던 우리 사회의 빈민 문제와 노동 현실을 적나라하게 폭로하여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 작품은 1980년대에 촉발된 민중 문학의 모태가 되었다는 저에서 커다란 소설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작품의 소설적 이념은 크게 사실주의와 모더니즘으로 요약될 수 있다. 사회적 문제를 사실적으로 객관적인 태도에서 그려 내었고, 사회적 문제를 사회 구조 자체에서 원인을 찾곡 자본주의의 환금 가능성 논리를 비판하며, 그 속에 내재된 야만성을 냉철하게 인식시킨다. 난쟁이 일가와 대립하는 부도덕한 사회 구조 혹은 자본가, 유산자 계급은 현실적으로 양립하면서 결코 조화에 이르지 못한다.

  기법면에서는 동화적인 이분법적이고 명료한 대립 구도 속에서 다양한 이미지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아버지 ‘난쟁이’는 정상인과 화해할 수 없는 대립적 존재로, 산업화와 자본주의에 희생되는 인무이다. 그는 (후천적 노력의 부족이 아닌)세습적이고 선전적인 문제로 인해, 난쟁이라는 사회적으로 열등한 위치에 고정된 존재, ‘김불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성과 이름이 없는, 존재성이 없는 존재이다. 그가 쏘아 올리려는 ‘쇠공’은 현실 타개의 희망을 상징하지만 억압적인 현실의 무게만큼 쏘아 올리고자 하는 희망으 무게도 무거움을 암시한다. 이와 같은 상징적 의미망 속에서 자연과학적이고 수학적인 소재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적이고 낭만적인 이미지로 형상화되고 있으며, 동화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와 현실을 적절하게 배합하고, 과거와 현재, 상징적 구조물들을 중첩시키고 있다.
 
이 작품의 이분법적 현실 인식을 떠받드는 것은 안과 겉을 구분할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3차원), 안이 곧 밖이고 바깥이 곧 안인 ‘클라인씨의 병’(4차원)이 의미하듯, 그 잘못된 것 속에서 사는 우리는 모두, 신조차도 예외없이 죄인이라는 강렬한 윤리관을 드러낸다. 짧고 냉정한 문장은 이 소설의 비극성을 한층 심화시키며, 연작 형태의 다양한 소설적 시각을 확립하고 1인칭 시점 속에서 초점 화자를 ‘영수→영호→영희’의 순서로 서술자와 서술 상황을 바꾸어 기술하며 시점을 이동하는 새로운 기법을 선보이고 있다.
 
 
Ⅴ. 논제 찾아보기 

1. 이 작품에 보이는 산업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논술하라.
2. 이 작품을 읽고 우리사회의 양극화 현상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혀 논술하라.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