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육사(李陸史)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 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 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이해와 감상]
일제 탄압 극복에의 조국 광복의 눈부신 의지
이육사(1904~1944)는 윤동주(1917~1945)와 함께 일제 말기의 2대 민족 시인·저항 시인으로 칭송받고 있다. 한국현대시문학을 빛낸 육사는, 명시 [광야(曠野)] 통해 남달리 짙은 현실 의식과 동시에 유구한 민족 의식을 신념적으로 노래하고 있어 온국민의 가슴속을 ‘나라 사랑’으로 달구어주고 있다.
“까마득한 날에/하늘이 처음 열리고/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모든 산맥들이/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차마 이 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에서 제1연)은 광야의 원시성과 신선성을, 뒤이은 제2연에서는 광막성을 뚜렷하게 표현하였다. 다시 제3연은 문명의 태동을 묘사했으며, 제4연에서는 일제 탄압의 질곡(桎梏)의 상징인 눈발과 한 시대를 지키는 지조(志操)이자 조국 광복의 조짐이기도 한 매화 향기를 대치시킴으로써 조국의 현실적 상황을 극명하게 메타포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제5연에서는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반드시 나타나서 웅장한 노래를 목놓아 부르게 될 조국 광복의 영광된 미래를 그려내주고 있다. 시인은 굽힘없이 일제에 저항하면서, 전후 17회나 투옥되었고, 끝내는 그 옥고로 인해 40세에 그만 요절하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