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글쓰기 교육 특집(14)] “글쓰기센터 도움 받은 학생들 학업성적 상승”
[독일 글쓰기 교육 특집(14)] “글쓰기센터 도움 받은 학생들 학업성적 상승”
  • 한지은 기자
  • 승인 2015.08.2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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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창간 46주년 특별 기획>_독일 함부르크대학교 글쓰기센터 다그마 크노어 교수 인터뷰
<독서신문>은 창간 46주년을 맞아 신향식 객원기자(신우성글쓰기본부 대표)의 '독일 글쓰기 교육'을 연재합니다. 베를린과 함부르크, 비스바덴, 프랑크푸르트 등 독일 현지 취재와 국내에 체류 중인 독일 교육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독일의 선진적인 글쓰기 문화를 소개합니다. 이번 편에는 5월 20일에 진행한 함부르크대학 글쓰기센터의 다그마 크노어 교수 인터뷰를 싣습니다. 크노어 교수의 인터뷰는 5월 19일 토마스 핀 작가와의 대담에 이어 장시정 함부르크 총영사의 협조로 이뤄졌습니다. 독서와 글쓰기에 깊은 관심을 갖고 함부르크에서의 '독일 글쓰기교육 현장을 가다'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해준 장시정 총영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편집자 주(註)
▲ 독일 함부르크대학교 글쓰기센터의 다그마 크노어 교수

[함부르크(독일)=신향식 특파원] “인터넷에서 글쓰기센터(Writing Center)를 검색하면 대부분 미국 대학에서 운영하는 곳이 나옵니다. 독일에서는 함부르크대학의 글쓰기센터가 거의 유일하며 가장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가 다른 대학에 비해 글쓰기센터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저도 시간을 내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홈페이지에 공을 들였거든요. 다른 대학은 아마 재정 문제로 홈페이지를 만들지 못해서 찾기 힘드셨을 것입니다.”

5월 20일 낮 2시, 독일 함부르크 알스터테라세 1번지에 위치한 함부르크대학교 학생종합민원센터 5층의 글쓰기센터. 기자가 함부르크대 글쓰기센터를 좋게 평가하자 다그마 크노어 교수가 겸손하게 답변했다.

독일에는 연방교육부(BMBF)의 재정 지원을 받는 대학 글쓰기센터가 약 40여 곳에서 운영된다. 함부르크대학교 글쓰기센터도 그중 하나로 2011년 6월에 설립했다.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우어줄라 노이만 교수가 총 책임을 맡고 다그마 크노어 교수가 실무를 관리한다. 학술 글쓰기 조교들과 학생 튜터들도 수십 명에 달한다.

“글쓰기센터의 목표는 글쓰기 과제를 할 때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도와주고 글쓰기 도우미를 양성하는 데 있습니다. 독일 학생이든 외국인 학생이든 대학 공부에 필요한 문장표현능력을 고양시키기 위해 애쓰는 중입니다. 글쓰기센터가 2020년까지 정식 대학 교육기관으로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연방교육부의 지속적인 재정 지원을 요청 중입니다.”

크노어 교수는 “글쓰기 도우미 양성 프로그램도 잘 운영되고 있다”면서 “전공에 상관없이 글쓰기와 언어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여기에 참여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글쓰기 도우미 지원자들은 글쓰기 이론과 글쓰기 교수법, 언어학, 제2외국어로서의 독일어 등을 교육 받습니다. 이수 단위 10학점을 채우면 해당 과정을 마치고 “글쓰기 조언자” 자격증을 받습니다.”

다그마 크노어 교수에게 함부르크대 글쓰기센터의 운영방식과 문장력 향상 비법을 들어보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터뷰.

◆ 한꺼번에 완성하려고 하지 말고 단계별로 나누어 써라

- 글쓰기센터는 정말 훌륭한 아이디어로 보입니다.
“아직은 교내의 작은 기관에 지나지 않습니다. 처음 1~2년 동안은 불과 80명 정도만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글쓰기센터가 자리를 잡는 데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합니다. 2011~2012년 겨울 학기에 처음으로 글쓰기 도우미를 양성하였고, 2012년부터는 이들이 실제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함부르크 대학에 글쓰기 상담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첫 번째로 글에 담을 내용을 확실하고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본인도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글로 쓰려면 힘들 것입니다. 글을 쓰기 전에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 또 어떤 게 있을까요?
“두 번째 팁은 ‘작은 빵부터 굽기 작전’을 쓰라는 겁니다. 글을 한 번에 완성하려고 하면 힘듭니다. 작은 타일을 여러 개로 나누어 단계별로 하나씩 완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글을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학생들은 제출 기일에 맞춰 내용을 채우는 데만 급급한데, 글을 쓰다가 중간중간 다시 읽어보면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 글쓰기는 제대로 습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잘 쓸 수 있어

- 교수님께서는 글쓰기에 관해 어떤 철학을 가지고 계십니까?
“제 철학은 글쓰기란 습득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에 관해 착각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알파벳을 쓸 수 있다면 충분히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글쓰기도 배워야 잘 쓸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제대로 습득하는 훈련을 거쳐야 좀 더 잘 쓸 수 있습니다.

독일이 낳은 괴테나 쉴러 같은 대문호가 글쓰기 문화에 영향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들이 훌륭한 글을 쓴 것은 사실이지만 그 외에도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와 형태의 글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괴테나 쉴러처럼 훌륭한 글을 써야 할 필요는 없지만, 이들이 독일 문학계에 남긴 영향은 아직까지 크게 작용합니다. 그래서 독일인들이 괴테나 쉴러의 틀 안에 갇혀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 학생들에게 주로 어떤 조언을 하나요?
“글쓰기 규칙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합니다. 그것은 글을 쓰는 것을 방해하는 올가미가 아니거든요. 더 좋은 글을 쓰게 해 주는 도우미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 교수들에게도 요청하는 게 있나요?
“교수들에게는 학생들의 글을 좀 더 자세하게 첨삭해 주라고 요청합니다. 학생들 글을 충분히 평가하지 않고 단지 점수만 매기거나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지적만 한다면 다음부터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방향을 잡을 수 없습니다. 상세한 평가를 덧붙인 조언을 주면서 다음에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해야 하거든요.”

▲ 독일 함부르크대학교 글쓰기센터의 다그마 크노어 교수가 글쓰기 교재를 소개하고 있다.

◆ 교수들이 학생들 글에 점수만 부여하고 잘못만 지적하면 곤란

- 몇몇 독일 학생들에게 ‘여러분이 쓴 글에 교수들이 어떤 코멘트를 달았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대부분은 설득력 있게 글의 구조를 설정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런 학생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할 수 있습니까?
“이 문제는 전공에 따라 요구되는 글의 형식이 다르기 때문에 한 가지 해결 방법만이 존재할 수는 없습니다. 한 전공에서 요구되는 글의 형식이 다른 전공에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회과학 분야에서 연구하는 글을 쓸 때는 자연과학에 관련된 글을 쓸 때와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자신이 전공하는 분야에서 어떠한 글의 형식이 요구되는지 잘 파악해야 합니다. 우리 글쓰기센터도 전공별로 각기 다른 글쓰기 상담사를 두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면 전공 분야에 따라 학생들을 좀 더 세심하게 도와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그러면, 글쓰기센터가 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수강생 그룹에 따라 다릅니다. 소논문 작성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 그룹을 지도하기도 하고, 글쓰기 전문 상담가로 성장하고 싶은 학생들을 교육하기도 합니다.”

- 독일 대학들의 글쓰기 교육 현황은 어떤지요?
“지난 5~6년간 독일 대학들에서 글쓰기 전문기관을 설립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미국 대학들은 ‘학업과 병행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을 아주 예전부터 운영했지만 독일에서는 아직까지도 글쓰기가 대학에 확실하게 자리잡지 못했습니다. 현재로서는 교수의 성향에 따라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글쓰기 수준과 실력이 달라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학생들이 언제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나요?
“대부분 3~4학기에 찾아옵니다. 학기 초반에는 대부분 발표와 토론을 위주로 시험을 보지만 3~4학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소논문을 작성하게 됩니다. 가끔은 대학에서 처음으로 써야 하는 글쓰기가 졸업 논문일 때도 있습니다.”

- 학점으로도 인정받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학생들이 학점을 받기 위해 듣는 전공 세미나 수업에 제출할 글쓰기 과제를 도와주는 것입니다. 쉽지 않은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우리 도움을 받은 학생들이 좋은 결과를 내자, 담당 교수들도 글쓰기센터를 호의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 미국의 하버드, MIT의 교수들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글쓰기 교육을 매우 강조한다고 하더군요. 독일에서는 그렇지 않습니까?
“독일에서는 지금까지 ‘쓰기’보다는 ‘읽기’에 중점을 뒀습니다. 많이 읽다 보면 글쓰기 실력도 저절로 향상된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이것이 독일에서 글쓰기 교육이 발달할 수 없었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 독일은 2002년에 ‘PISA 충격’을 계기로 글쓰기에 관심 갖기 시작

- 독일 대학의 수업 방식이 미국과는 좀 다른가 봅니다.
“확실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글쓰기 교육은 미국 대학과 독일 대학의 본질적인 시스템과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일에서는 ‘대학에서의 강의의 자유’라는 원칙이 있습니다. 대학 교수들이 수업 방향을 자유롭게 정해서 진행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학술적인 글쓰기 방법론도 이 원칙 아래에서 교수들마다 각각 다르게 강의하다 보니 내용에 일관성이 없었던 것입니다. 교수마다 글쓰기 교육을 각각 달리했다는 말입니다.”

- 그러면 미국에서는 어땠습니까?
“70년대부터 ‘글쓰기의 위기’라는 슬로건 아래 글쓰기 연구를 활발히 했습니다. 독일에서는 30년 후인 2002년에서야 ‘PISA 충격’ 사건을 계기로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독일도 미국처럼 일찌감치 ‘글쓰기 위기감’을 느끼고 대비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PISA 연구를 들어보셨습니까?”

- 네, 들어봤습니다. 한국 학생들은 피사 연구에서는 훌륭한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글쓰기센터에 외국인 학생들도 많이 오는지요?
“자주 오긴 하지만 독일어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대학이 요구하는 글쓰기를 잘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들 말합니다. 그런데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독일어 문제는 일단 제쳐두고 많은 외국인 학생들은 글 내용이 피상적이고 논거가 너무 부족합니다. 자료를 많이 읽지 않기 때문에 알찬 내용으로 글을 쓰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먼저 쓰고자 하는 글의 주제와 목차를 좀 더 연구한 뒤에 찾아오라고 말합니다. 큰 틀이 완성되고 나면 문법 오류를 고치는 건 문제도 아니지요.”

- 외국인 학생들은 주로 무엇을 질문하나요?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학생들은 독일에서 글을 쓸 때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물어보곤 합니다. 독일만의 관습적인 글쓰기 전통이 있는지를 궁금해 하기도 하는데 그 부분을 학생들이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 논문 작성법도 지도해 주나요?
“당연히 지도해 줍니다. 논문을 작성할 때는 형식적인 부분도 중요합니다. 인용하는 문장의 앞뒤 순서나 단어를 바꿀 때 따옴표를 해야 하는지, 혹은 다른 책에서 얻은 모든 정보에 참조 표시를 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까지가 표절인지 같은 것들입니다. 우리는 학생들이 이런 형식상의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지도해 줍니다.”

- 논문의 연구문제와 연구방법 같은 부분도 도와주십니까, 아니면 오직 글쓰기만 도와주십니까?
“논문의 내용이나 연구방법 자체를 상담하기는 어렵습니다. 대부분 글쓰기 상담자의 전공과 학생들의 전공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글쓰기 상담자가 모든 전공에 풍부한 지식을 가지는 건 불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상담자와 학생의 전공이 같을 땐 당연히 글쓰기 외에 논문의 방향성도 조언할 수 있겠지만요.”

◆ 전공과목 교수들 “글쓰기센터 덕분에 학생들 논술실력 향상” 칭찬

- 강의 외에 워크샵도 진행하는지요?
“진행합니다. 학생들이 희망하는 부분을 최대한 서비스하려고 노력합니다.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실제 수업에서 필요한 내용이지요. 글쓰기 수업뿐만 아니라 ‘논문의 개요를 어떻게 작성하는 것이 좋은가’, ‘논문의 목차를 어떻게 설정하는 것이 좋은가’와 같은 주제로 정기적인 워크숍을 개최합니다. 이런 활동을 하면서 글쓰기센터가 함부르크대학의 주요 기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 글쓰기센터를 이용한 학생들의 성적은 나아졌나요?
“물론이죠. 학생들이 글쓰기센터에 정말 좋은 평을 해 주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한 여학생에게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글쓰기 문제로 퇴학당할 위기까지 겪었는데 글쓰기센터에서 도와줘 모면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밖에도 ‘저 이번에 A+받았어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와 같은 내용의 메일도 받아보았습니다. 학기 초에 글쓰기 때문에 성적이 낮았던 한 여학생은 지금 장학금을 받고 있고, 한 외국인 학생도 실력이 부쩍 올라가서 지금은 글쓰기센터의 상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공과목 교수들도 학생들의 논술 실력이 상당히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칭찬하십니다.”

-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책을 소개해주실 수 있습니까?
“크리스티아네 바인케의 '세미나 글쓰기(Christiane Beinke, Die Seminararbeit)'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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