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마광수 연세대 교수는 유명인사다. 그는 20여 년 전 『즐거운 사라』,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나는 헤픈 여자가 좋다』는 등의 작품으로 당시 한국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낮에는 금욕주의의 근엄한 얼굴이지만 밤에는 포르노를 보는 우리 사회의 이중성을 고발한 그는 성(性)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문학인이다.
결국 외설을 이유로 검찰에서 조사받고, 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그의 지지자들은 서울지방검찰청 앞에서 예술 출판의 자유 보장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는 등 표현의 자유 한계에 대한 논의가 일기도 했다. 그때 그 사건의 주인공인 마광수 교수가 또 한 권의 책을 썼다.
그의 작품 저변에 흐르는 ‘야한 정신’이 돋보이는 단편 소설이다. 그에게 야한 정신은 정신보다는 육체이고, 현실 보다는 상상이다. 집단 보다는 개인이고, 틀 보다는 자유이고, 사랑 보다는 섹스에 더 가치를 두는 세계관이다. 어린아이와 같이 순진하면서도 본능에 충실한, 즉흥적 쾌락주의의 적극적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어문학사에서 출간한 『나는 너야』는 ‘야한 정신’이 두드러진다. 회갑이 지난 지 한참이지만 여전히 솔직하고 거침없는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소설이라는 허구의 세계를 통해 ‘성(性)’을 과감하게 표현하고 있다. 누군가는 과감한 내용과 표현에 당황할 수도 있다. 20여 년 전과 마찬가지로.
그러나 예전 같은 충격은 없을 것 같다. 모든 내용은 ‘허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고상하고 선비 같은 마음을 내려놓으면 작가의 상상력을 차분하게 음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흔 장년과 예순 중 노년의 세월 변화에 따른 표현의 변화가 무엇이지 찬찬히 읽는 것도 묘미일 수 있겠다.
/ 이상주 북 칼럼니스트 (letter3333@naver.com)
■ 나는 너야
마광수 지음 | 어문학사 | 304쪽 | 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