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를 처음 잡은 아들의 보름 이야기
운전대를 처음 잡은 아들의 보름 이야기
  • 독서신문
  • 승인 2015.07.2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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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익희의 세상 보는 눈

▲ 노익희 대표
[독서신문] 팔삭둥이로 태어난 쌍둥이동생 이람(이웃에게 보람을)이가 한 달 전에 운전을 배우겠다고 했다. "생일이 빨라 면허를 딸 수 있다"던 올해 고3인 아들은 "돈을 아끼고 학원을 안 다녀도 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미덥지 못한 마음에 "학원을 알아보고 다니라"고 권하자 "필기시험을 먼저 보고, 선배에게 지도 받고 시험을 보겠다"고 했다.

'교육은 경험의 재구성'이라는 말을 믿고 있던 터라 "한 번 도전해 보라"고 하고 이틀이 지나자 시험장에서 연락이 왔다. "아빠, 100점 맞았어. 실기 잘했다고 감독관에게 칭찬도 받고." 설마 했던 결과를 받자 뿌듯하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했다. "면허를 따면 아빠차를 종종 타도 되겠냐"는 물음에 답을 했었기 때문에 이람이는 첫 날부터 운전대를 잡기 시작했다.

실업계에 다니고 보컬을 공부하는 아들에게 "운전 잘하는 것도 좋은 기술이다. 겸손하고 예의 바르다면 운전만 잘해도 얼마든지 너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을 거야"라고 이야기해준 지라 차 키를 주고 "열심히 해보라"고 당부했다. 보름이 지나는 동안 그는 많은 경험을 했을 것이다. 접촉사고가 나서 연락이 왔다. "아빠, 어떤 아주머니 차와 부딪쳤는데 어떻게 하지?" "예의 바르게 인사 드리고 보험회사에 연락해봐. 금방 아저씨가 오실 거야. 해결되고 나면 연락해 다오." 20분 후에 연락이 왔다. "아빠, 잘 해결됐어."

며칠 전에는 견인보관소에서 연락이 왔다. '귀하의 차량이 불법주차로 견인되어 보관중이니 찾아 가시기 바랍니다.' 문자로 온 연락을 아들에게 보내줬다. "따지지 말고 돈을 지불하고 차를 찾아오라"는 부탁과 함께. 1시간 후 아들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아빠, 차를 찾았어. 다음부터는 안전한 곳에 차를 세울게." 그날 이후 아들은 집이 가까워 필자 사무실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집까지 걸어다니고 있다.

"이람아, 차 키를 주는 대신 아빠가 볼 일이 있을 때 운전을 해주고 심부름도 네가 해주어야 한다. 형도 잘 태워 주고." 다짐을 받고 나서 종종 호출을 해 테스트를 해 보았다. 방학을 해 시간이 많은지 그는 연락을 할 때마다 금방 연락을 해줬다. "차 대기하고 있습니다." 웃음도 나고 재미도 있어서 나가보면 뒷좌석 차문까지 열어주는 서비스를 해준다. "친절하다"고 팁을 주니 "고맙다"고 흔쾌히 받았다.

한번은 학교담임 선생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람이가 차를 몰다가 지도선생님께 적발이 되었습니다. 학칙에 따라 벌점을 주어야겠습니다." 아들에게 주었던 가르침이 벽에 부딪치게 되는 순간이었다. 고민하다가 "선생님, 제가 운전도 경험이고 기술이라고 가르쳤습니다. 보컬을 배우고 있으니 매니저도 할 수 있고 운전기사도 할 수 있을 거라고 가르쳤습니다. 앞으로 멀리 차를 세우고 다니고 등하교시에는 운전을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겠습니다. 선처해 주세요."

아들은 벌점을 받지 않았다. 더 겸손해지고 예의가 발라졌다. 안전벨트를 매고 옆을 쳐다 보거나 핸드폰을 건드리지 않는다. 신호를 잘 넣고 과속을 하지 않는다. 눈빛이 차분해지고 세상을 보는 눈이 여유로워졌다. 운전하는 이람이를 부러워하는 형 이함(이웃과 함께)이도 동생에게 많이 배운 것 같아 보인다. 요즘 10대들에게 배울 점이 너무나 많다. '경험을 통한 교육'을 주창하는 지금, 창의 인성을 강조하고 초중고와 대학교까지 확대되고 있는 창의 교육이 일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던 보름간의 여정이었다. 아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빠, 믿어줘서 고맙다." 경상도 사람이 되어버린 아들의 반말어투가 마치 인생 선배들이 주었던 교훈처럼 메아리되어 다가왔다. 고마운 아들의 다정한 음성이….

/ <참교육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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