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과 인간의 상관관계를 파헤치다
전염병과 인간의 상관관계를 파헤치다
  • 한지은 기자
  • 승인 2015.07.26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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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2015년 5월 말,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인 베타코로나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을 장악했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며칠 만에 감염 의심자로 격리된 사람이 5,000명을 넘겼으며, 전국 곳곳의 학교들은 급하게 휴업에 들어갔다. 사람이 북적이던 번화가에도 인적이 뜸해졌고 어쩌다 마주치는 사람들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경계하는 눈길을 던졌다. 다행히도 지금은 사실상 메르스 종식이 선언됐지만 메르스가 2015년 초여름 전 국민을 공포와 불안에 몰아넣었다는 것만은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1796년 에드워드 제너에 의해 종두법이 개발된 이래, 인류는 막연한 공포의 대상이었던 전염병과 맞서 싸울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해왔다. 하지만 인류가 전염병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큼이나 전염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도 변화한다. 전염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은 한 가지 종에서 먼저 병을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한 후 세월이 지나면서 다른 종으로 전파되거나 변종이 나타나서 병을 일으키도록 진화한다.

『세상을 바꾼 전염병』은 전염병으로 인해 인간의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짚어본다. 전염병을 의학적인 시각이 아닌 인문적 시각으로 바라보며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역사와 삶을 들여다본다.

미생물은 인간이 지구 상에 생겨나기 전부터 존재했고, 처음 인간은 미생물로 인해 발생하는 전염병을 대책 없이 받아들여야만 했다. 두창과 말라리아는 고대 로마를 멸망시켰으며 장티푸스와 세균성 이질, 괴혈병은 십자군 원정을 실패로 돌아가도록 했다. 페스트는 중세를 몰락시켰고, 특히 고대 로마를 멸망하게 했던 두창은 이후 아즈텍과 잉카 문명도 사라지게 했다. 전쟁광 나폴레옹을 무너뜨린 것은 발진 티푸스였으며, 오늘날의 미국 영토를 완성시킨 것도 황열이었다.

전염병에게 대책 없이 당하고만 있던 인간은 전염병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에 관심을 기울였다. 이로 인해 백신과 항생제를 발견했고 두창을 인류 역사에서 사라지게 했다. 에드워드 제너에 이어 루이 파스퇴르, 모리스 힐먼 등이 인류를 괴롭히던 전염병 예방을 가능하게 해줬다. 또한 알렉산더 플레밍에 의해 미생물이 가지고 있는 항균성 물질이 발견됐고, 항생제가 인류의 삶에 기여하게 되면서 이제 전염병은 공포의 대상이 아닌 치료의 대상이 됐다.

더불어 위생의 중요성도 부각돼 도시계획, 공공보건 정책, 법적 환경 개선 등이 강조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손 씻기를 생활화하며 일회용 주사기를 사용했다. 식생활은 청결해졌고 양질의 음식을 섭취하게 됐다. 전염병으로부터 비롯된 일상의 변화는 전염병을 줄이는 데 큰 몫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발달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전염병은 계속해서 발생한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말라리아가 다시 창궐하게 됐고, 동물의 전염병이 인간에게 전파되는 일도 많아졌다. 바이러스는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진화를 하면서 기존의 백신을 소용없게 만드는 일이 늘어났고, 항생제의 남용으로 내성균이 출현했다. 위생을 지나치게 철저히 하다 보니 너무 깨끗해서 면역력을 형성할 수 없어 발생하는 A형간염과 같은 병도 생기게 됐다.

인간의 역사는 전염병과 인간의 목숨을 건 투쟁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인류는 전염병의 굴레로부터 어떻게 벗어나야 하며, 미래의 전염병에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전염병과 인간의 공존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풀어나갈 숙제로 남아 있다.

■ 세상을 바꾼 전염병
예병일 지음 | 다른 펴냄 | 176쪽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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