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진정한 시를 만나다
인생의 진정한 시를 만나다
  • 한지은 기자
  • 승인 2015.07.26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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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한지은 기자] 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가 뭐냐는 질문에 당장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분명 언어영역 공부를 하면서 여러 편의 시를 본 것 같기는 한데 막상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은 깨끗한 시험지 정도일 것이다.

보통의 중·고등학교 문학 시간, 교사는 마치 경전을 대하듯 주석을 덧붙이며 시를 읽고, 학생들은 열심히 받아 적거나 암송하면서 시의 낭만과 아름다움, 진실들에서 점점 더 멀어져 간다. 그렇게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시가 뭐고 소설이 뭔지 까맣게 잊고 먹고사는 데 급급해질 뿐이다.

한양대학교 국어교육학과의 정재찬 교수는 이러한 우리 문학교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교양 강좌 ‘문화 혼융의 시 읽기’를 개설했다. 이 수업에는 주로 문과대학생보다는 공대, 의대, 법대, 경영대 등 시와는 거리를 두고 지내온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는 무엇이든 공식이나 수치로 답하길 즐겨하는 ‘메마른 심장의 상징’인 공대생들마저 눈물짓게 한 정재찬 교수의 시 읽기 명강의를 엮어낸 책이다. 각종 스펙 쌓기와 취업에만 몰두하느라 마음마저 가난해져 버린 학생들에게 시 읽는 즐거움을 오롯이 돌려주고자 했던 정 교수의 강의는 매 강의마다 학생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한양대 최고의 교양수업으로 선정됐다.

이 책에서는 중·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서 한 번쯤 봤던 한국의 근·현대시 46편을 다뤘다. 신경림의 「갈대」, 윤동주의 「별 헤는 밤」, 김춘수 「꽃」 등 지금까지도 한국 최고로 손꼽히는 시들을 동시대인의 삶 속에 생생하게 되살리기 위해 강의에는 각종 영화와 소설, 유행가와 가곡, 그림과 사진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들이 동원됐다.

저자는 평론의 언어를 그대로 답습해 문학으로부터 독자를 소외시키고 마는 우리 문학교육의 엄숙주의를 날카롭게 비판하며, 마치 축제를 즐기듯 문학을 향유하는 방법을 일러 주고자 한다.

정작 이 시가 실린 교과서의 교사용 지도서를 볼 때, 그리고 거기 실린 해설이 지금까지도 이 시를 다루는 거의 모든 참고서의 주류를 지배하고 있음을 목도하게 될 때마다 나는 얼굴이 화끈거린다.                                                                                             -본문 25쪽

정 교수는 몇 차례의 강의를 통해서 학생들이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활용해 자신의 일상을 시와 함께 읽고 쓰는 힘을 기를 수 있는 교수법을 실험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학생들은 20년 전, 50년 전의 시가 마치 자신의 속마음을 비추는 듯 공감했고, 직접 글을 쓰며 스스로 치유되고 있음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사람들은 각종 SNS를 통해 퍼진 짧은 글들을 통해 감동을 느끼곤 하지만 정작 정통 문학 장르인 ‘시’에 대해서는 여전히 거리를 둔다. 입시 위주의 문학교육으로 야기된 ‘시 해석에 정답이 존재한다는 생각’ 때문에 지레 겁을 먹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서 멀어진 시 읽기에 가슴 떨리는 파문을 일으키며 ‘불후의 명시’들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시에 담긴 그리움, 애달픔, 설렘, 분노 등의 보편적 정서는 서로 다른 세대와 계층으로 하여금 추억을 부르고 치유하게 해 결국 하나의 ‘문화적 기억’으로 소통하게 만든다. 시와 아름다움, 낭만, 사랑을 이야기하는 저자는 독창적인 해석과 풍부한 인문학적 지평을 바탕으로 오직 시만이 줄 수 있는 깊은 떨림과 울림을 독자들과 함께 공유한다.

■ 시를 잊은 그대에게
정재찬 지음 | 휴머니스트 펴냄 | 300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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