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 있는 내 딸, 잘 지내고 있니?
천국에 있는 내 딸, 잘 지내고 있니?
  • 한지은 기자
  • 승인 2015.07.26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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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세상에서 가장 큰 고통, 소위 ‘할 짓이 못 된다’고 말할 만큼 끔찍한 슬픔은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경험해보지 않고서야 그 누가 그 고통을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는 이 시대의 대표 지성 이어령이 세상의 모든 딸들과 딸을 가진 아버지,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에게 보내는 위안과 희망의 이야기이다. 일찍이 세상을 떠난 딸 고(故) 이민아 목사의 3주기를 맞으면서 펴낸 이 책을 통해 아버지로서의 글쓰기와 지식인으로서의 글쓰기를 통합하고, 딸을 잃은 슬픔을 모든 생명을 품에 안는 사랑으로 승화해내고자 했다.

한창 읽고 쓰는 일에만 골몰하던 아버지의 삶 속에 들어갈 자리가 없었던 딸. 잠자리에 들기 전, 굿나잇 키스를 기대하며 문 앞에서 기다렸지만 일에 몰두하던 아버지는 등을 돌린 채 딸을 돌아보지도 못했었다. 이제 아버지는 그 시절을 회상하며 뒤늦게나마 글로써 딸을 향해 굿나잇 키스를 보낸다.

천국에 있는 딸을 향한 편지 모음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귓속말로 속삭이는 듯한 어조로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시간을 선명하게 재생하고 있다. 동시에 생명과 가족의 가치가 변질되고 고령화, 저출산 등이 새로운 이슈로 부각되는 현재, 삶과 죽음의 문제를 다시 성찰하게 함으로써 생명과 가족애라는 주제를 사회적으로 재조명하게 한다.

책의 전체적 구성은 딸의 출생과 성장 과정을 따라간다. 1부는 에세이 모음으로, 딸이 태어나기 전 어머니의 아기집에 있을 때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들이다. 초보 아버지로서 딸을 양육하는 과정에서 경험한 갖가지 흥미로운 일화들이 재구성됐다.

2부는 산문과 또 다른 울림으로 전해지는 이어령의 시편들로 이뤄져 있으며, 3부에는 이어령뿐 아니라 딸 이민아와 부인 강인숙이 서로에게 보낸 편지 모음 및 이민아의 인터뷰 기사가 수록됐다. 이를 통해 그녀가 살아온 삶과 이어령의 딸로서 겪은 행복과 상처들을 들여다볼 수 있다.

저자는 이미 세상에 없는 딸에게 특유의 비유와 아포리즘으로 질문을 던진다. 또한 문화적, 학술적 스토리텔링과 더불어 딸의 생애를 재구성하는 가운데 마치 점묘화법처럼 그 답을 추구해간다. 그렇게 그림을 완성하면서 답을 찾아가는 감동의 과정이 책 전반을 흐르고 있다.

이어령이 글을 써온 60년이라는 기나긴 시간 동안 볼 수 없었던 그의 또 다른 이면을 이 책을 통해 비로소 만나볼 수 있으며, 동시에 우리 자신의 이면까지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이어령 지음 | 열림원 펴냄 | 404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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