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지 않기 위해
후회하지 않기 위해
  • 독서신문
  • 승인 2015.07.1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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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일산정(秋日山情)'

[독서신문] 우리는 잘못을 깨치고 뉘우치는 시간을 만들지 않겠다고 결심하지만 어느 순간 자의든 타의든 잘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MBC에서 후회되는 일에 대해 설문을 조사한 결과 남자의 경우 10대~50대 ‘공부’, 60대 ‘돈 좀 모을 걸’, 70대 ‘아내 눈에 눈물 나게 한 것’이 1위로 나타났다. 보통 남자들이 하는 후회는 ‘술 어지간히 먹을 걸’, ‘그 여자 잡을 걸’, ‘그냥 회사 다닐 걸’, ‘사고치지 말 걸’ 등으로 나타났다.

여자의 경우 10대~40대 ‘공부 좀 할 걸’, 50대 ‘애들 교육 신경 더 쓸 걸’, 60대 ‘애들에게 더 잘할 걸’, 70대 ‘배우고 싶었는데’로 조사됐다. 과거에 잘못했던 일은 시간이 가면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지만 행동하지 않은 일은 두고두고 마음에 남아 편안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 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 때 그 사람이/ 그 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秋淨長湖碧玉流(추정장호벽옥류) 가을날 맑은 호수는 푸른 옥이 흐르는 듯
荷花深處繫蘭舟(하화심처계란주) 연꽃 피어 있는 곳에 작은 배를 매어두었네
逢郞隔水投蓮子(봉랑격수투련자) 임을 만나기 위해 물 건너로 연밥을 던졌다가
遙被人知半日羞(요피인지반일수) 저만치 보고 있는 사람에게 들켜 반나절 동안 부끄러웠네
                                                          - 허난설헌 許蘭雪軒, 「채련곡 采蓮曲」

위 글은 정현종의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이라는 시와 허난설헌의 한시 「채련곡」이다. 살아놓고 보니 가버린 시간이 몹시 아쉽다. 문득 riding하다 연꽃봉오리를 보고 있자니 아! 그렇구나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일이다.

여름 지나 돌아올 가을날 파란 하늘에 녹은 호수가 옥빛으로 물들 때 만개한 연꽃 옆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님을 만나기 위해 물 건너로 연밥을 던져야겠다.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발각되어 낯이 뜨거워지더라도 “가끔 후회”하지 않기 위해/ “그 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 수도 있기에 “그 때 그 사람이/ 그 때 그 물건이” 하면서 후회하지 않기 위해….

/ 편집위원 검돌(儉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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