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정원, 그리고 아름다운 작가들
아름다운 정원, 그리고 아름다운 작가들
  • 한지은 기자
  • 승인 2015.07.12 2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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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정원에서는 멋진 일들이 벌어진다. 소설에서도, 일상에서도.

제인 오스틴에게 숲과 정원이 없었더라면 소설 속 주인공들은 어디서 걷고 말했을까. 베아트릭스 포터의 장난꾸러기 동물들은 어디서 뛰어다니고, 워즈워스는 무엇에 대한 추억을 노래했을까. 애거서 크리스티, 찰스 디킨스는 소설을 구상할 때 가장 먼저 정원으로 달려가곤 했다.

작가들은 때론 직접 흙을 파고 가지를 치고 돌담을 쌓으며 정원과 자연에서 위로받고 기쁨을 찾고 작품의 영감을 얻었다. 정원은 작가들에게 작품에 관한 직접적인 영감을 주고 작품의 중요한 배경이 됐다. 이 책은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영국 작가 20명의 집과 정원과 텃밭, 작품의 배경이 된 숲과 들판과 산책길로 우리를 안내하며, 작가들이 나고 자라고 생활한 자연환경과 정원이 이들의 삶과 문학에 어떠한 영향을 줬는지 살펴본다.

또한 작가들이 거주했던 장소, 작품의 배경 등 아름답고도 의미가 깃든 풍경 사진이 풍부하게 실려 있어 시각적으로도 그곳을 여행하는 듯 생생한 즐거움을 준다. 작가가 거주한 공간을 통해 작가의 삶과 작품을 일목요연하게 펼쳐놓고 있으며, 작가의 인생 이야기, 작품에 얽힌 뒷얘기, 주변 인물, 서양 예술계 전반의 이슈 등 흙 속에서 야무진 감자알이 줄줄이 딸려 나오듯 이야기와 정보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재미가 가득하다.

이 책은 여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가들의 숨은 면모를 발견하는 즐거움도 선사한다. 영어권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러디어드 키플링은 노벨상 상금으로 정원을 대대적으로 보수했다. 월터 스콧은 파산 후 힘들게 가꾼 숲과 성을 유지하기 위해 글로 빚을 갚게 해달라고 간청했고, 남은 생애 동안 글을 써서 번 돈을 모두 헌납해야 했다.

작가들은 고난이 닥쳤을 때 정원으로 피신하기도 했다. 이혼과 실연, 급진주의자라는 비난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존 러스킨은 호숫가 집으로 물러나 자신의 이상을 정원에 구현했고, 로알드 달은 딸 올리비아가 일곱 살에 홍역에 걸려 죽었을 때 교회 묘지에 200여 종의 식물을 심고 돌보는 것으로 슬픔을 달랬다. 처칠은 선거에 패하고 일선에서 물러난 정치 암흑기에 정원을 가꾸고 호수를 만드는 데 정력을 쏟아 부으며 우울증을 달랬다.

더불어 작가가 살았던 당시 어떤 식물들에 둘러싸여 살았는지, 당시 정원에 어떤 나무와 풀들이 있었고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텃밭에서는 어떤 작물들이 자라고 있었고 과수원에는 어떤 과일나무들이 있었는지 눈여겨보게 한다.

특히 책에서 소개한 정원과 주요 장소의 주소, 온라인 사이트, 간략 정보를 정리한 ‘영국 정원 여행 정보’와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영국 정원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정원 관련 용어’, 작가들의 정원에서 자라는 다채로운 식물들을 망라한 ‘식물 찾아보기’를 부록으로 실어 실용적인 정보를 더했다.

문학과 사람, 자연이 함께 공존하는 모습을 책 속에서 엿볼 수 있을 것이다.

■ 작가들의 정원
재키 베넷 지음 | 리처드 핸슨 사진 | 김명신 옮김 | 샘터 펴냄 | 320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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