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수교 50주년과 '한류' 12주년
한·일 수교 50주년과 '한류' 12주년
  • 조석남 편집국장
  • 승인 2015.06.3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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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석남 편집국장

[독서신문 조석남 편집국장] 한국과 일본 양국 정상이 한목소리로 '함께 하는 미래'를 이야기했다. 양국 관계 정상화의 계기가 다시 마련된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일 수교 50주년인 지난 6월 22일을 기념해 각각 자국 수도에서 열린 정부 주최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서울에서 주한 일본대사관이 주최한 기념행사에, 아베 총리는 도쿄에서 주일 한국대사관 행사에 자리했다.

박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올해는 두 나라가 미래를 향해 갈 역사적 기회로, 새로운 협력과 공영의 미래를 향한 전환점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과거사의 무거운 짐을 화해와 상생의 마음으로 내려놓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의를 보다 깊게 할 조치들을 양국이 함께 취해 나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양국이 지역적, 세계적 과제에 함께 대처하고 국제적으로 협력함으로써 새로운 관계가 구축될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은 가장 중요한 이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힘을 모아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국 정상이 한목소리로 외친 '함께 하는 미래'가 어떤 모습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가늠할 수 없다. '새로운 미래'가 잔칫날 덕담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양국이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 하지만 선결과제가 산적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상호 신뢰와 교류의 물꼬를 트는 역할로 '한류'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올해는 '한류' 12주년이다. 한류의 불을 본격적으로 지핀 배용준의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첫 방송을 탄 것이 2003년이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1997년 CCTV에서 '사랑이 뭐길래'가 방영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1998년 HOT 앨범이 히트하는 등 한국 대중문화가 중국에 진출해 성공을 거두기 시작하자 중국 언론이 1999년경 '한류(韓流)'라는 말을 처음 쓰기 시작했다. 2003년을 기점으로 한류 붐이 폭발적으로 일어났고, 동남아시아 지역에 이어 전세계적으로 크게 확산됐다. 최근에는 음식, 전통문화, 순수예술, 출판, 한국어 등 '한국문화 전반에 대한 세계적 관심 현상'으로 그 의미가 확대돼왔다.

하지만 근래들어 일본에는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 최근 일본 교민 사회에서는 '한류(韓流)가 아니라 한류(寒流)'라는 말이 푸념처럼 나오고 있다고 한다. 한·일관계의 악화와 무관치 않은 혐한(嫌韓) 시위에 거리마다 넘쳐나던 관광객이 줄고 매출이 반토막 난 지 이미 오래다.

한류를 경제적ㆍ산업적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한류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경제개발계획 세우듯이 육성하려는 어설픈 정책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문화수지 흑자만을 늘리기 위한 노력보다 외국의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한국적 콘텐츠로 재생산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려는 접근이 더 필요하다. 문화를 경제적 시각, 산업적 시각으로만 접근할 때 문화의 생명력은 급격히 감퇴한다.

문화는 문화적 시각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한류 예산 집행을 보면 문화에서 관광까지만 연계 가능한 사업이 대부분이다. 반면 정작 콘텐츠 강화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문화 확산 측면으로만 접근하다 보면, '반한류' 기조를 자극하는 역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세계적으로 봐도 대한민국의 콘텐츠는 우수한 수준이다. 아쉬운 점은 흐름에 편승하기 위한 비즈니스적 접근의 남발이다. 물론 비즈니스라는 측면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지나친 이익추구는 돈도 평가도 모두 잃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비즈니스와 순수문화의 전달'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잘 어우르는 양질의 콘텐츠 제작이 차후 '신한류'의 과제가 될 것이다.

최근 K-pop을 선봉으로 한 '신한류'를 두고 한국적 정서, 외부 문화에 대한 동경, 작품성 등을 거론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즐거움은 줄지 몰라도 마음은 잡지 못했다는 얘기다. 일본인, 중국인은 물론 전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한국적 정서와 문화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특히 한·일 문화교류를 통한 양국 화해와 상생의 측면에서도 '돈만 버는 한류'에서 '마음도 잡는 한류'로 한 단계 진화하기 위한 정책적 접근과 고민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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