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利害)와 이해(理解)
이해(利害)와 이해(理解)
  • 독서신문
  • 승인 2015.06.3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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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익희의 세상 보는 눈

▲ 노익희 대표
[독서신문] '프레임'은 대개 '틀'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닫힌 틀 속에서 내 입장만 생각하다보면 오해가 생기고, 그 오해로 인해 다툼이 시작되게 되어 있다. 어렸을 때는 어른이 되면 인생의 깊이를 깨닫게 되고,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에게도 관대해지고 지혜로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어른이 되더라도 몸이 커지고 지식이 많아진 것 말고 정신적인 면에서 큰 성장이 없는 것이 우리 인생사인 것이다. 닫힌 틀에서 나와 보는 방식을 조금만 바꾸면 마음과 정신을 잡아 후회 없는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을 나타내는 '프레임'은 어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세상을 관조하는 사고방식, 세상에 대한 비유,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 등으로 해석해 자신의 한계를 깨고 상대와 세상과 공존하는 틀인 것이다. 흔히 나의 착각과 생각의 오류, 그리고 실수와 오해를 갖게 하는 프레임을 깨지 못해 피곤하게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프레임의 좋은 일화가 있다. 어느 날 친구끼리 미사를 드리러 가는 중에 한 친구가 물었다고 한다. "자네는 기도 중에 담배를 피워도 된다고 생각하나?" 친구가 대답했다. "글쎄 잘 모르겠는데. 신부님께 한번 여쭤보는 게 어떻겠나?" 신부님에게 다가가 물었다. "신부님, 기도 중에 담배를 피워도 되나요?"
신부는 정색을 하면서 대답했다. "기도는 신과 나누는 엄숙한 대화인데, 절대 그럴 순 없지." 친구로부터 신부님의 답을 들은 다른 친구가 말했다. "그건 자네가 질문을 잘못했기 때문이야. 내가 가서 다시 여쭤보겠네."
이번에는 다른 친구가 신부에게 물었다. "신부님, 담배 피우는 중에는 기도를 하면 안 되나요?" 신부는 얼굴에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기도는 때와 장소가 필요 없다네. 담배를 피우는 중에도 기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지."

필자는 올해 42년 만에 밴드를 통해 초등학교 동창들을 찾았다. 강산이 네 번이나 지나고 만난 우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반가움과 기쁨으로 모두가 자기 색(色)을 벗고 어린 시절 같이 놀던 시절로 돌아가 급격하게 사이가 가까워졌다. 틀을 깨었기 때문에 모두 착한 바이러스가 전이되어 더 착한 친구들로 발전되어 갔다. 지혜로운 한 친구의 제안으로 친구의 딸이 결혼할 때 축가를 부르는 공연을 하게 되었다. 결혼식장에서 신부아버지 초등학교 동창 12인이 부르는 '사랑인가 봅니다'를 듣고 신랑신부 뿐 아니라 모두가 박수를 치며 일명 '떼창'을 하며 감동의 눈시울을 적셨다. 물론 합창한 친구들과 부모들은 두말 할 것도 없다.

작은 공연이 끝난 후에는 모두의 자녀들 결혼에 축가를 불러주자는 의견이 나와 줄줄이 축가 예약이 들어오고 급기야 공연 연습을 하기 위해 잦은 만남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농사를 다 지어 놓으면 낫 들고 설친다'는 말처럼 조용하게 따르던 대중 속에는 아주 사소한 이해(利害)로 인해 어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친구를 관조하는 사고방식이 바뀌게 되고, 공연에 대한 비유가 다양해지고, 자녀를 비롯한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이 추가되기도 한다.

패러다임의 변화는 다분히 예측되는 것이지만 해결책은 결국 그 틀에서 벗어나오는 것이다. 소리를 줄이고 흐름에 합류하는 것이, 아름다운 음을 만들기 위해 내 소리를 죽일 수 있는 배려가, 넘치지 않는 행동으로 모두를 편하게 하는 노력이, 리더가 말하는 방식으로 따라가 주는 이해(理解)가, 실력을 키우고 대중 앞에 서서 찬양을 받는 것보다도 훨씬 상위의 단계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기도할 때 담배를 피우면 되나요?" "담배를 피다가 기도하고 싶을 때는 해도 되나요?" 같은 질문이었지만 방향을 바꾸기만 한다면 천양지차의 결과물이 나오게 된다. 프레임에 매달리지 말고 더 너그러워진다면 모두는 한결 편해질 것이다. '이해상충(利害相衝)'이 없는 인간관계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 <참교육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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