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이 부럽지 않은 ‘리얼’ 대만 타이베이 여행하기
현지인이 부럽지 않은 ‘리얼’ 대만 타이베이 여행하기
  • 한지은 기자
  • 승인 2015.06.25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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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한지은 기자] 꽃보다 할배들의 대만 여행을 기점으로 대만이 여행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방송 후 한국 관광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통에 대만관광청은 ‘꽃보다 할배’ 연출자인 나영석 PD에게 공헌상까지 수여했다고 한다. 가까운 위치와 다양한 볼거리, 싸고 맛깔스러운 음식이라는 알짜배기 요소 덕에 대만으로의 발걸음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타이베이-소박하고 느긋한 행복의 도시』는 대만의 수도인 타이베이를 단순히 먹고 즐기는 여행지가 아닌, 역사·문화·정신을 바탕으로 한 인문적 여행지로서 소개하는 책이다.

책에서는 타이베이 사람들의 소박한 일상과 성향, 국립고궁박물원에 전시돼 있는 대표 유물들의 감상 포인트 및 내력, 대만 현대사의 대표적 현장과 그로 인해 비롯된 대만인의 정체성 등 여타 여행 가이드나 여행 에세이와는 차별된 ‘타이베이 사람처럼 즐기는 타이베이’에 관해 이야기한다.

발을 내디뎌 타이베이와 처음 마주하는 순간, 눈에 들어오는 칙칙한 회색과 낡은 모양새 때문에 실망감이 먼저 밀려올 수도 있다. 빌딩과 집들은 칠이 벗겨져 콘크리트 맨살이 드러나거나 이끼가 껴있고, 사람들의 모습도 수수하다. 세계 25위권의 경제력에 세계 4~5위 정도의 외환보유액을 가진 국가로선 다소 언밸런스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만의 이런 모습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국공내전에서 패한 장제스에게 대만은 임시거처에 지나지 않았다. 언젠간 다시 본토로 돌아가겠다는 염원을 품었기에 대만 정부는 도시의 인프라 조성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었다. 게다가 무더위와 잦은 태풍으로 잘 훼손되는 외형에 그다지 개의치도 않는다. 겉보다는 속을, 보이는 것보다 내실을 중시하는 사고방식과 소박한 취향을 가진 대만 사람들의 가치관이 한몫했다.

투박한 풍경에서 눈을 돌려 특별히 주목해야 할 곳은 타이베이 방문자 중 열에 아홉은 들른다는 국립고궁박물원이다. 이곳은 그 자체가 ‘중국식 근대화’와 ‘중화 문화 계승’의 거대한 상징물이다. 중국의 국보 중에서도 가장 가치 있는 작품 69만 점이 국립고궁박물원에 보관돼 있다. 더불어 이곳은 1949년 이후 분단된 양안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본래 베이징 고궁(자금성)의 유물 중 약 1/4은 대만으로 건너왔지만 나머지 3/4은 본토에 남아 이산가족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중에는 작품 자체가 쪼개어져 한쪽은 중국에 다른 한쪽은 대만에 남아 있는 것도 있다. 정교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황실의 수공예품, 현대 기술로도 100% 재현이 불가능한 하이테크 문명의 결정체인 도자기, 붓으로 세상을 움직인 당대 서예가의 작품까지 국립고궁박물원의 유물 하나하나는 중화문명의 높은 예술성의 증거이다.

나아가 타이베이를 더 깊게 느끼기 위해서는 대만의 역사와 아픔을 알아야 한다. 한족이주기와 일제강점기, 중화민국의 대만 통치기에 걸쳐, 대만 원주민의 역사는 지배자에 의한 착취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슬픈 원주민의 역사는 1930년에 발생한 ‘부샤사건’이다. 이 사건은 일본인으로부터의 미개인 취급과 차별·멸시에 대한 시디크족의 항거로 시작됐으나 결국 700여명이 사살당하고 다른 부족에 의해 200명이 목숨을 잃은, 말 그대로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끝이 났다. 대만 원주민의 정체성과 문화는 새로운 지배자들에 의해 속수무책으로 짓밟혀왔으며, 민주화 이후 권리가 일부 회복되긴 했으나 대만 원주민의 역사는 여전히 서글프게 남아있다.

이제 타이베이를 즐겨볼 차례. 타이베이를 제대로 즐긴다 함은 단순히 보고, 듣고, 맛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저자는 타이베이 사람처럼 즐기는 타이베이를 소개하며 여행자의 시선이 아닌 현지인의 동선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타이베이 시민들의 주말 풍경과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 현지인이 찾아가는 맛집 장소 등 그곳에 오래 살아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풍경과 이야기를 풀어낸다.

타이베이의 명동이라 일컬어지는 ‘시먼딩’에서는 대만의 영화를, 올드타이베이를 만날 수 있는 ‘완화구’에서는 100년 전 색다른 멋을 경험하게 한다. 또한 타이베이의 외곽인 ‘단수이’, ‘주펀’, ‘스펀’을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그곳의 역사와 숨어 있는 일화들도 들려준다.

이 밖에도 대학가와 서점거리, 야시장, 소원을 비는 타이베이의 궁(宮) 이야기 등 타이베이를 더 멋스럽고 풍부하게 즐길 수 있는 최적의 경로로 여행자를 인도한다. 이 책을 통해 진짜보다도 더 생생한 타이베이를 만날 수 있다.

■ 타이베이-소박하고 느긋한 행복의 도시
최창근 지음 | 리수 펴냄 | 288쪽 | 17,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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