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단상
6월의 단상
  • 독서신문
  • 승인 2015.06.1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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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익희의 세상보는 눈

▲노익희 대표
[독서신문] 어려운 6월이지만 6월은 그레고리력에서 한 해의 여섯 번째 달이며, 30일까지 있는 네 개의 달 중 하나다. 오비디우스의 시에서 로마 여신 유노와 젊은이를 뜻하는 라틴어 ‘iuniores’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6월엔 특히 결혼식이 많이 치러지는데, 그 유래 중 하나로는 6월이 유노(헤라)에서 이름을 따왔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유노는 결혼의 여신이었고, 그로 인해 6월에 결혼을 하면 운이 따른다는 것이다. 이런 6월에 모 도시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결혼식을 치르기도 하고 많은 웨딩이 연기되었다고 한다. 물론 신혼여행을 가야 하는 여행업체들은 이만저만 울상이 아니다.

6월의 축제는 물놀이와 갯벌축제, 머드축제, 해변축제, 바다축제, 모래축제 등이 있다. 계절과 절기에 맞춰서 축제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보령머드축제, 양평 메기수염축제, 울산물총축제, 해운대 모래축제, 청개구리 물놀이축제 등 셀 수 없이 많은 6월 이후의 축제들도 걱정이 많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가지 않으려 하고 외출도 많이 줄어들어가니 아이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정치적으로는 1987년 전두환 전 대통령은 개헌논의 중지와 제5공화국 헌법에 의한 정부이양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4·13호헌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사회 각계 인사들의 비난 성명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해 5월 27일 재야세력과 통일민주당이 연대하여 형성된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가 발족되었다. 이후 국민운동본부는 6·10항쟁의 구심체 역할을 했고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는 6월 10일 ‘박종철군 고문살인 조작·은폐규탄 및 호헌철폐 국민대회’를 전국적으로 개최하기도 했다. 벌써 40년 전의 일이다.

아름다운 6월을 노래한 시도 있다. ‘초록 옷을 입은 나무들이 근위병처럼 서 있는데도 빨간 드레스를 입은 장미가 춤추면서 유혹하니 흰 구름은 재미있다는 듯 몽실몽실 웃네. 함박꽃은 입이 귀에 걸리고 산딸기는 수줍은 듯 풀 속에 숨어 있는데 칡넝쿨은 마음껏 자기 영역을 넓혀 가네. 대지는 아빠의 가슴처럼 넉넉하고 햇살은 엄마의 가슴처럼 따뜻하여 마음이 부자 집 곳간처럼 부러울 것이 없어라.’

초록 옷을 입은 나무들이 빼곡한 완벽한 계절 6월이 우리를 어렵게 하는 지금, 메르스 극복에 총력을 기울이지 않고 어깃장 놓는 지도층들이 있는가 하면 모 의료원의 진료부장 등은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거나 경유한 29개의 의료기관을 거친 환자 받기를 금지한다는 메일을 보냈다고도 한다. 서민경제까지 위협을 받고 있는 총체적 난관인 지금 사회 지도층과 모든 민관(民官), 의료계가 메르스 사태 극복을 위해 모두 힘을 모아 주기를 바란다.

호국보훈의 달 6월에는, 매일 눈을 뜨면 나란히 밥 먹고 창가에 앉아 커피향을 음미하며 도란도란 세상얘기를 나누던 반쪽이 어느 날 떠나 버린 사람들도 많다. 대전현충원에 간 어떤 이는 사별한 지 얼마 안 된 미망인을 위로차 갔다가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수저도 커피 잔도 짝으로 챙기다가 문득 혼자임을 깨닫고는 눈시울이 붉어진다’는 하소연에 가슴이 먹먹해 아무 말도 못하고 되돌아 왔다고도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헌신’, ‘숭고’, ‘보훈’ 같은 말들이 난무하는 6월이다. 경기불황에 우리를 더 어렵게 만들기 위해 찾아온 메르스와 꽃다운 나이에 풍전등화의 조국을 구하고 사라져간 진실한 영웅들이 여백을 두고 서서 이 산하 어딘가를 떠돌고 있으니 올해 6월이 유난히도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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