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국가재난문자
황당한 국가재난문자
  • 독서신문
  • 승인 2015.06.1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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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일산정(秋日山情)'

[독서신문] 양을 잃고 우리를 고쳐도 늦은 것은 아니다, 양을 잃었어도 우리를 고치고 말을 잃었어도 마구를 지을지어다. 지난일은 비록 어쩔 수 없지만 오는 일은 그래도 대처할 수 있으니.

亡羊牢可補, 失馬廐可築。(망양뢰가보, 실마구가축。) 往者雖已矣, 來者猶可及。(왕자수이의, 래자유가급。)
                               - 유성룡(柳成龍, 1542~1607) 「감사(感事)」, 『서애집(西厓集)』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는 중동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바이러스로 사스와 유사한 고열, 기침, 호흡곤란 등 심한 호흡기 증상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이라고 부른다. 메르스로 인해 나라가 홍역을 치루고 있다.

정부의 부실한 초기대응이 화를 키웠기 때문이다. 발 빠른 대응과 감염의심자의 격리조치, 메르스 감염 원인을 제공한 병원과 지역 비공개로 정부가 정보를 독점하고 있으며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지 않느냐는 비판과 함께 정부를 믿을 수 없다며 시민들이 직접 정보를 공유하였다. 급기야 메르스 확산 지도와 앱이 등장했다.

여러 전문가와 자자체가 병원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공개를 미루다가 박원순 서울 시장의 전격적인 심야 발표가 있자 관련기관과 지자체가 싸우는 모습을 연출하기까지 했다. 상황이 긴급한데 이젠 서로 싸우기까지 하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져갔다.

그러던 중 갑자기 메르스 발병 2주후에서야 휴대폰으로 재난문자가 왔다. 참으로 한심하고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안전처가 발송한 재난 문자에 따르면 메르스 예방수칙은 ‘1. 자주 손 씻기 2. 기침·재채기시 입과 코 가리기 3. 발열·호흡기 증상자 접촉 피하기 등’이었다.

이에 대해 정부 긴급재난문자, 뒷북 행정 반응 ‘싸늘’(동아일보), 메르스 긴급재난문자, 국민안전처 뒤늦게 발송 내용 ‘허탈’.. ‘뒷북’재난문자...’(서울경제), 새정치聯 “정부 ‘뒷북문자’ 국민 바보취급”(머니투데이) 이라며 언론들은 일제히 비난했다. 이에 대해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일베도 돌아섰다…노무현이 잘했다”며 정부의 메르스 사태 대처에 대해 분노를 터뜨렸다.

메르스 발병 2주만에 받아본 재난문제는 실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국민안전처 문자에 왜 낙타는 빠졌나”며 네티즌들 “뒤늦게 다 아는 내용을 문자로 보낸다”며 뒷북 행정을 질타했다.

세상에는 먼저 해야 할 일과 나중에 해야 할 일이 있다. 좀 더 빨리 기만하게 대응하여 감염자를 원천적으로 막았어야 했다.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책임에서 벗어나 있어야 한다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나서서 공세적으로 방어를 하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이번 사태로 보건 당국의 무계획적이고 무책임한 행정집행의 한 단면을 고스란히 경험했다. 진짜 국가재난은 재난이 발생했는데도 늑장 대처한 정부의 한심한 대응이다.

이제 지난일은 비록 어쩔 수 없지만 오는 일은 그래도 대처할 수 있도록 이번 일을 계기로 준비된 정부가 되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 한번 경험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 편집위원 검돌(儉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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