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칼럼] 한자(漢字)교육 반대자의 전형적(典型的)인 주장에
대한 반론
[교육 칼럼] 한자(漢字)교육 반대자의 전형적(典型的)인 주장에
대한 반론
  • 유지희 기자
  • 승인 2015.06.10 15:02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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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범 소설가
교육부의 초등학교 한자(漢字)병기 검토가 있자 일부에서는 다시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미 수 십 년째 제자리걸음의 논의를 하고 있지만 사실 이것은 학술논쟁의 거리는 아니고 정치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럼에도 정치적 힘을 행사할 위치가 아닌 입장에서는 한자(漢字)교육 반대자 주장의 모순을 일일이 지적하는 수고를 거듭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그들의 한자교육 반대의 동기는 자유로운 학문적 발상이 아닌 작위적인 것인 만큼 주장에는 모두 공통점이 있다. 그러면 수 십 년간 반복되어온 한자교육 반대 및 한자사용 억제의 주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글은 우수한 문자인데 과거의 양반과 사대부들에게 푸대접 받았기에 오늘날 다시 대접받아야 한다고 한다.
과거의 지식인들이며 우리의 학문을 담당해왔던 사대부가 한글을 적게 사용한 것을 '푸대접'이라고 의인화한다는 것은 한글을 문자도구 그 이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왜 한글을 적게 사용하였는가에 대한 그들의 추정은 특권의식과 사대주의로 요약된다. 이는 과거의 지도층을 나쁜 집단으로 간주하고, 국가의 권력집단을 교체하려는 정치적 목적에서 나오는 견해이다.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우리에게 이미 위인으로 자리하고 있는 선조들에 대한 재평가도 있어야 할 것이다. 한문으로 학술서를 쓴 이황, 이이 등 유학자는 물론이고 한문으로 공문서를 쓴 세종대왕과 한글이 이미 있음에도 일기장까지도 한문으로 쓴 이순신 장군에 대해 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밝혀야 할 것이다.
그들은 시대가 바뀌어 민주주의 시대이니 일부 귀족의 글 대신에 일반 서민의 글이 대접받아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이것은 완고한 계급사관에 따른 것이다. 과거의 양반이 지금의 상류층이고 과거의 상민이 지금의 서민층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설령 과거의 민중문화가 다소 푸대접 받았다고 해서 과거의 상류층 문화라고 교대로 푸대접 받아야 한다는 근거는 없다. 
물론 중국의 송나라 시절에는 사대부계층이 상류층이었지만 원나라의 통치시절에는 몽고족이 상류귀족의 지위를 차지했고 한자문화는 억압되고 몽고문자가 빛을 보았다. 이러한 문화적 전도(轉倒)는 이민족에 의한 일방적인 점령시에나 생기는 일이다. 과거에 생활에 여유가 있었던 계층만 배울 수 있었다고 해서 오늘날까지 경원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서양의 클래식음악도 일부 귀족의 전유물이었지만, 지금은 대중이 향유하는 문화가 되고 있다.

둘째, 여론 조사로 결론짓고 싶어한다.
그들은 국민 뜻이 한자교육을 바라지 않는다는 구실을 잡아내려 한다. 여론에 따라 정해질 성격의 것도 아니지만 한글전용법 자체가 당초에 여론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 서양문화를 따라 풀어쓰기 문자를 정착시키려 했으나 도저히 대중화될 수가 없자 과도기적 수단으로 단지 한자를 안 쓰는 정책을 밀어붙인 것이다.
근래의 여론조사는 이미 수차례 한자교육에 대한 우호적 여론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기에 망정이지 만약 한자교육 반대의 여론이 조금 더 높다면 그들은 여론조사 결과를 방패로 세울 것이 분명하다.  
현재는 이미 한자를 안 배운 세대가 기성세대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론조사는 공정한 것이 아니기도 하다. 이미 한자를 모르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문화적 위치가 불리해질까봐 한자교육을 반대하리라고 기대하고 여론몰이를 하려 하나 양식 있는 우리 국민은 부당한 교육의 피해를 몸소 느끼고 앞으로라도 개선되기를 바라기에 한자교육을 찬성하고 있다. 다만 업무상의 부담을 우려하는 초등학교 교사들이 한자교육을 반대한다는 여론조사를 내세우고 있는데 그러한 논리라면 어린이집의 CCTV 설치도 어린이집 교사의 여론에 따라 실행해야 맞을 것이다.

셋째, 국수주의(國粹主義)-사대주의(事大主義) 논쟁으로 몰려 한다.
그들은 한자교육 주장자들이 자기들을 국수주의자로 몰려 한다고 했다. 물론 일부 그랬던 일이 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한글전용주의자들은 국수주의자가 아님을 분명히 한다.
국수주의는 자기 나라에 대한 애국심이 지나친 나머지 자기 국가의 문화를 순수하게 지키고자 외래문화를 거부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 땅에서 국수주의라면 이 땅의 나라들의 순수성을 지키고자 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이 땅의 나라들은 신라(新羅) 등 삼국시대부터 고려(高麗), 조선(朝鮮), 대한민국(大韓民國) 모두 한자 이름을 가졌다. 국수주의자라면 한자를 지키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사대주의에 관해서는 한글이 없었던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에 오히려 중국에 더 자주적이었다. 몽고 침입 후 고려는 사대주의 국가로 되었는데, 이후 조선이 건국되고 한글이 창제되었으나 중국으로부터 독립적 지위는 얻지 못하였다. 한자의 사용은 사대주의와 무관한 것이다.

넷째, 정보화교육도 해야 한다며 교육부담을 내세운다.
하루가 달리 발전해가는 정보과학시대에 구시대적인 한자는 필요 없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진정 정보과학을 안다면 한글의 실정을 알아야 한다. 저해상도 모니터로는 우리가 원하는 정교한 그래픽을 표현할 수 없듯이 한글은 구조의 한계로 정밀한 의미 표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정보과학적으로 알아야 할 것이다.
한자를 혼용한 글이 한글 전용한 글보다 의미의 함유는 훨씬 크지만 정보의 비트수는 동일하다. 이렇게 정보용량에 부담이 더해지지 않듯이 한자가 우리말에 자연스럽게 함께 쓰이면 추가의 학습부담 또한 거의 없는 것이다. 

다섯째, 언어를 한글로 바꾸려는 노력을 안 한다고 한다.
그들은 우리말을 한글화하여 한자가 필요 없는 언어로 바꿀 노력은 않고 다시 한자를 교육시키려 한다고 비판한다. 이미 한글주의자는 우리가 오래도록 써왔던 한자어를 일본식이라는 누명을 씌우는 등의 방법으로 없애고 영어로 바꾸든가 하는 작업을 해왔다.
그런데 우리가 반만년 내려온 언어를 자꾸 바꿔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미 국수주의와 사대주의 논란에 관해서는 모순을 지적한 바 있다. 그들의 편협한 생각은 쉽게 밝힐 수 있으나 문제는 정치인 등 문화정책의 권력자들이 마치 한글전용 주장자와 한자혼용 주장자를 양극단의 대립 상태로 간주하고는 중립을 지킨다는 구실로 사실상 한글전용 주장자의 편을 들고 있는 것이다. 중고등학교에서의 최소한의 한자교육은 '자율적'으로 허용하되, 공식적은 언어는 한글로 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괄호 안에 첨부할 수 있다는 '타협안'이 그것이다.
사실상 한글전용이 되어 국민 대다수는 한자를 멀리하게 되었고 그럼에도 언어의 변화는 생각대로 이뤄지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국민의 언어생활은 황폐하게 되었다. 우리 사회 엘리트인 정치인, 고위관료 등이 무엇이 모자라서 한글주의자들의 불합리한 주장을 모르겠는가. 다만 국민으로 하여금 일본 중국 등 이웃국가와 '지나치게 밀접한' 교류는 하지 않게 하는 것이 국민 다루기에 용이하기에 한글전용정책의 매력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여섯째, 진영논리에 따라 주장하지 말고 진정 바람직한 길을 찾자고 한다.
애당초 한글전용/한자혼용은 이른바 좌우 정치진영의 성향과 무관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후 이른바 상대적인 우파보수진영에서도 비록 자신들과 자신들의 자식들은 한자를 사용하고 배우더라도 국민 일반은 한자를 모르게 하는 것이 통치에 더욱 편리함을 알았다. 그리하여 좌파진보진영과의 대립도 완화하고 국민도 다루기에도 좋아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자 한글전용정책에 동조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를 비판하는 이후의 정권이 정작 국어기본법은 손댈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이다.  
세월호 사건 등 민심수습의 과제가 쌓인 중에도 국회는 혈세를 들여 국회 표식을 한글로 바꾸는 공사를 했다. 이것은 모 진보정당 의원이 발의하여 여야거대정당이 한 목소리로 통과시킨 듯하다. 국회의원들과 그들의 자녀들이 한자를 쓰지 않고 배우지 않는다면 그럴 필요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으로 하여금 한자와 멀어지게 하려는 작업은 국민 뜻과는 다른 정치권 공동의 이해관계(利害關係)에 따른 것이라고 하겠다. 이렇게 지금은 어문정책에서 양대 정당이 약속이나 한 듯이 균형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국민이 선택할 수가 없게 장치가 되어 있다. 교육감직선제로 인하여 양쪽 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하곤 해도 이상하게도 한자교육 실시에 관해서는 양쪽 진영이 전혀 대립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차라리 진영별로 어문정책에 대한 주장이 대립한다면 국민의 뜻을 반영할 수가 있겠으나 지금은 양쪽의 정치진영이 모두가 저들의 사회적 '계층안보'를 우선하여 통일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국민의 뜻이 반영될 여지가 없다. 현재 한자교육정상화를 주장하는 쪽은 어느 정치 혹은 사회운동 진영의 도움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에 그들의 진영대립 운운은 전혀 맞지 않는 것이다.

/ 박경범(朴京範·소설가. 『잃어버린 세대』, 『마지막 공주』, 『꽃잎처럼 떨어지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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