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쿄의 월세 차이
서울, 도쿄의 월세 차이
  • 독서신문
  • 승인 2015.06.0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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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에세이'
▲ 이하빈 작가

[독서신문] 며칠 전 서울에 사는 친구가 이사 소식을 알려왔다. 어렵게 맘에 드는 월세 집을 구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사를 하자마자 2년 뒤가 걱정이란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월세가 오를 게 뻔하기 때문에 또 이사를 해야 할지 몰라서 좌불안석이라며 한숨부터 지었다.

필자가 도쿄에 온 2002년, 한국에서의 전세 제도에 익숙했었던 탓인지 월세로 지불하는 돈이 무척 아깝게 생각됐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집세가 오를 걱정을 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게 한국과 일본의 차이랄까.

일본에서는 전세 제도가 없어 자기 소유의 집이 없는 사람은 형편에 맞는 월세 집을 찾아다닌다. 재계약은 보통 한국과 마찬가지로 2년마다 하지만 10년 넘게 살아도 갑작스레 월세를 올리는 일은 없다. 입주할 때는 각각 월세 2개월분의 레이킹과 시키킹, 그리고 1개월분의 중개료를 내야 한다. 레이킹은 집주인에게 감사의 뜻으로 주는 돈으로, 논란이 여전해 지역마다 받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재일교포들이 제일 많이 거주하는 오사카의 경우에는 레이킹이 없다. 시키킹은 이사를 할 때의 수리비와 청소비를 미리 내는 것으로 나중에 이사갈 때 일정 부분은 돌려받을 수도 있다.

도쿄는 집이 비워지면 도배와 청소, 수리까지 말끔하게 끝낸 상태에서 다음 입주자에게 집을 공개한다. 집을 둘러본 뒤 마음에 들면 보증인을 세워 신청서를 내고 기다린다. 내국인이나 외국인 모두 동일한 조건이다. 2~3주 후에 중개인으로부터 통지를 받고 다시 집을 살펴본 뒤 좀 더 수리를 원하는 곳이 있으면 계약 전에 요청할 수 있다.

월세 계약서는 노트 크기의 15~20쪽 분량으로 여러 조건이 상세하게 명시되어 있다. 집 주인이 원하는 금기 사항은 일반적으로 애완동물이나 석유난로 같은 집을 훼손할 수 있는 것들에 관한 것이다. 금기 사항을 어겼을 경우 당연히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세입자가 져야 한다. 세부 항목들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벽에 못 박기와 내부 구조 변경 금지 등 다양하고 까다로운 항목들이 많다. 세입자는 이 모든 것들을 숙지한 후 계약을 해야 나중에 손해를 줄일 수 있다.

도쿄의 맨션은 대부분 신축일 때가 가장 비싸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거품이 빠져 가격도 떨어진다. 땅값의 변동을 기대하기 어려워 투기성 매입은 생각할 수도 없다. 이사를 나올 때 시키킹을 조금이라도 많이 돌려받기 위해서는 벽에 사진 한 장 걸지 말아야 한다. 입주할 당시와 거의 비슷한 상태로 돌려주면 2개월치 월세에 해당하는 시키킹의 절반 이상을 돌려받을 수 있다.

그래서 무거운 피아노나 가구 같은 것은 바닥에 자국이 남지 않도록 이사 때부터 신경을 쓰기도 한다. 까다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익숙해지면 그다지 힘든 일은 아니다. 일본의 계약 절차는 한국인들에게는 다소 귀찮고, 까다롭게 느껴지지만 일단 계약이 끝나면 갑자기 집을 비워줘야 하거나, 월세를 더 줘야 하는 걱정은 없다.

서울의 주택 문화가 전세에서 월세로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세입자 입장을 충분히 고려한 정책수립이 아쉽다. 적어도 일본처럼 주인의 횡포를 애초부터 법으로 차단해 놓아야 국민 대다수인 중산층 이하 서민들의 시름이 조금이나마 줄어들지 않을까.

/ 도쿄(일본)=이하빈(르포 작가, 동경싱싱아카데미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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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부족 2015-06-02 17:53:03
왜 갑자기 올려달라고 하지 않는지는 설명이 없군요..법으로 보장된 것인지, 사람들이 다 좋아 그러는 것인지..제가 이 글로 유추해보건데, 집 가치가 떨어져서 월세도 떨어지기 때문에 올려줄 일이 없는 듯 보이는 군요..철저한 계약은 인상적이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