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글판'
'광화문 글판'
  • 방재홍 발행인
  • 승인 2015.06.0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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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재홍 발행인

[독서신문 방재홍 발행인] 서울 광화문 네거리 교보생명 빌딩 전면에는 가로 20m, 세로 8m에 이르는 대형글판이 있다. 글판은 삭막한 거리 풍경에 '쉼표' 역할을 해왔다. 언제부턴가 서울시 옛청사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시민에게 감동과 위로를 안겨줬던 '광화문 글판'이 지난 5월 27일로 25주년을 맞았다. 교보생명은 이날 '그곳에 광화문글판이 있었네'라는 제목으로 25주년 기념 공감콘서트를 열었다.

지난 1991년 1월 등장한 글판의 제안자는 교보생명 창립자인 고(故) 신용호 명예회장이다. 애초엔 '훈화'와 같이 딱딱하기만 했다. 처음 내걸린 글귀는 '우리 모두 함께 뭉쳐/ 경제활력 다시 찾자'였다고 한다. 글판이 부드러워진 건 1998년부터다. 고은 시인의 싯구를 딴 '떠나라 낯선 곳으로/ 그대 하루하루의 낡은 반복으로부터'가 그 시초였다.

현재의 글귀인 '꽃 피기 전 봄산처럼/ 꽃 핀 봄산처럼/ 누군가의 가슴 울렁여보았으면'(함민복 「마흔 번째 봄」)까지 지난 25년간 글판을 채운 글은 총 72편. 고은 시인이 7편을 올렸는데, 이중 두 편은 글판에 올리기 위한 목적에서 썼다. 정호승, 정현종 시인도 각각 4편과 3편의 글귀를 올렸다.

글귀는 교보 측이 위촉한 문인들로 구성된 문안선정위원회가 뽑는다. 1년에 네 번, 각 계절에 맞춰 시민들의 공모작과 선정위원들의 추천작을 놓고 수 차례 토론과 투표를 거쳐 정한다.

글판은 지난 2007년 환경재단이 선정한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에 뽑히기도 했다. 교보생명은 자사 홍보가 아니라 시민과의 공감과 소통 수단으로 글판을 활용했다. 이명천 중앙대 교수는 한 논문에서 '공익적 주제의 옥외광고로 문학 콘텐트를 활용해 차별화된 커뮤니케이션을 했다. 옥외광고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문화는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킬 때 강한 힘을 발휘한다. '광화문 글판'에는 시를 많이 걸었지만 때로 힙합곡의 일부 가사도 걸었다. 3·1절 무렵에 일본의 단시인 하이쿠를 내건 적도 있다. 지난 25년 동안 쉬지 않고 시민의 가슴을 어루만져준 '광화문 글판'에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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