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숲
이 외 현
긴 숨을 따라 노래가 목울대를 넘는다.
툭, 터져 나오는 하이소프라노 방언이다.
풀숲에서 들리는 맑고 청아한 목소리에
홀린 듯 팔다리를 휘저으며 춤을 춘다.
하늘을 넘나드는 삼단고음. 아~아~~악,
귀신들린 처녀가 사지를 부들부들 떤다.
신어미 바라 소리, 거친 광야를 달린다.
부풀은 심장, 작두날에 쪼개져 날아간다.
하늘에 조각난 심장이 떠다니다 머물고,
강신한 오방기가 작두 위에서 널을 뛴다.
-계간 <애지> 겨울호에서
■ 이외현
○2012년 <리토피아>로 등단
○계간 <아라문학> 편집장
■ 감상평
무초는 춤추는 나무 즉, 댄싱트리로 불리는 콩과식물이다. 소리에 반응하여 엽신이 움직이는 것인데, 엽신의 기부에 엽점이라 부르는 부분이 관절처럼 움직이며 큰소리에 더 잘 움직인다고 한다. 그러니 제 의지와는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 소리만 들리면 그저 자동으로 춤을 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무초에게는 그 자체가 또한 살아있다는 증거일 수 있다. 살아 있는 한은 소리에 반응하여 춤을 추어야 하는 것이다. 신들린 처녀가 신내림을 받고 있다. 그녀는 이제 신어미이든, 그녀의 귀신이든, 그의 소리에 맞추어 춤을 추어야 하는 새로운 운명을 시작한다. 그 춤이 그녀의 살아 있다는 증거이다.
/ 장종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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