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56) 고양이와 수탉
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56) 고양이와 수탉
  • 이보미 기자
  • 승인 2015.05.2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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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민제 칼럼니스트
이솝 우화에 고양이와 수탉 이야기가 나온다. 허기가 진 고양이가 수탉을 먹잇감으로 골랐다. 고양이는 수탉을 먹잇감 삼은 명분을 만들어야 했다. 고양이는 닭을 먹지 않고, 닭도 그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끼를 때워야 한 고양이는 수탉에게 말했다.

"너는 새벽마다 시끄럽게 운다. 사람들의 단잠을 방해하기 때문에 죽을 수밖에 없다. 깨웠기 때문에 죽는거야." 급해진 닭은 자신의 행위를 옹호했다. "사람들은 닭이 없으면 살 수 없다. 나는 새벽에 '꼬끼오'를 외쳐 사람을 깨워준다. 이 소리를 듣고 사람은 아침이 온 것을 알고 하루를 준비한다."

논리에서 밀린 고양이는 말한다. "사람들이 네 덕분에 사는 것은 알 바 없고, 나는 너를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다." 고양이는 말과 함께 수탉을 한 끼의 식사로 삼았다.

이 이야기는 특정한 목적을 가진 경우에는 논리도, 이성도 통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나쁜 행동을 한 사람이 괘변을 늘어놓는 것을 비판하고, 현실에서 일어남도 말해준다.

동양에서의 돼지 이미지는 저돌적이다. 인정하지 않고 밀어대는 힘으로도 쓰인다. 그런데 사람은 돼지에게 큰 혜택을 입었다. 돼지를 집안에 들이면서 안정이 됐다. 북위 30도 안팎의 고대 사람에게 가장 두려운 존재는 호랑이나 표범이 아니었다. 뱀이었다.

이동생활을 하던 고대인은 하루를 묵을 장소를 선택할 때 뱀의 출현 여부에 신경 썼다. 소리 없이 나타나는 뱀은 생과 사를 갈라놓는 위험한 존재였다. 어느 순간부터 인간은 정주 생활을 한다. 움집을 짓고 생활한다. 이것이 집(家)이다. 집 가(家)는 지붕 아래 돼지 시(豕)가 들어있다. 사람의 집에 돼지가 들어온 형국이다.

고대인은 돼지 주변에는 뱀이 없음을 알았다. 머무는 곳, 집안에 돼지를 키웠다. 이 흔적이 지금까지 제주도 똥 돼지로 남아 있다. 잡식성인 돼지는 뱀을 잡아 먹는다. 뱀은 돼지에게 독을 쏘지만 소용이 없다. 피하지방이 두꺼운 돼지에게는 뱀의 독이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돼지와 뱀은 상극이다.

역학에서 뱀띠와 돼지띠의 궁합을 좋지 않게 보는 한 이유다. 둘이 싸우면 돼지의 일방적 승리다. 따라서 상극이 될 수밖에 없디. 그런데 기독교에서는 뱀을 지혜의 상징으로도 이해한다. 아담과 이브는 뱀의 유혹으로 선악과를 먹는다. 이로써 부끄러움을 안다. 남성과 여성이 구분되고, 사물의 다름을 알 수 있게 된다. 뱀은 이 같은 분별력을 주었기에 지혜로도 해석된다.

 
돼지는 현명하지 못한 이미지다. 즉 돼지와 뱀이 싸우면 결과는 뻔하다. 이는 무지한 힘으로 윽박지르는 사람이 논리적인 사람을 제압하는 현실을 웅변해준다. 앎이 많아도 아예 듣지 않고 자기주장만 하는 사람에게는 속수무책인 현실과도 관련지을 수 있다.

돼지의 이미지는 옛 이야기에도 드러난다. 돼지와 소가 주인인 사람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돼지: 나는 사람에게 죽어서 고기를 주는데 인정을 하지 않는다. 무식한 사람을 보면 '돼지 같다'고 놀린다. 아주 기분이 나쁘다.
소: 너는 죽어서 고기를 주니까 그런다. 나는 살아서 우유를 주고, 논과 밭을 간다. 죽어서는 아낌 없이 고기도 준다. 그러니까 사람이 나를 더 우대하는 것이다.
 
이솝 우화에서 고양이는 나쁜 존재다. 동양인의 이미지에서 돼지는 우격다짐하는 무지의 인식이 있다. 하지만 지금의 고양이는 애완동물로 사랑받는다. 예전의 돼지는 인간의 혁명적 생활변화에 절대적으로 기여한 동물이다. 닭은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주요한 식량원이다.
 
세 동물을 보면서 세월의 흐름과 입장의 변화를 생각한다. 사람도, 상황도 바뀐다. 좋은 평가도, 나쁜 평가도 의지와 상관 없이 받는 게 인생이 아닐까. 어디 억울하고 가슴 아픈 게 한 두 가지랴. 그래도 좋은 일 하면서 긍정적으로 사는 게 바람직한 삶이리라.

■ 글쓴이 백민제는?
맛 칼럼니스트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10년의 직장생활을 한 뒤 10여 년 동안 음식 맛을 연구했다. 특히 건강과 맛을 고려한 닭고기 미식 탐험을 했다. 앞으로 10여년은 닭 칼럼니스트로 살 생각이다. 그의 대표적 아이디어는 무항생제 닭을 참나무 숯으로 굽는 '수뿌레 닭갈비'다. www.supu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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