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51) 종묘에서 밝은 세상을 부르는 닭
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51) 종묘에서 밝은 세상을 부르는 닭
  • 이보미 기자
  • 승인 2015.05.13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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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민제 칼럼니스트
한국의 자랑스런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가 '종묘대제'다. 임금이 조상에게 제사를 모시는 종묘제례는 조선시대에는 국가적으로 으뜸가는 행사였다. 그래서 대제로 불렸다. 종묘대제가 세계문화유산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전통방식대로 제례가 행해지는 데 있다.

종묘는 조선의 임금을 모신 사당이다. 사당은 제사를 모실 때 존재 가치가 있다. 종묘는 세계의 국가 사당 중 유일하게 전통방식 그대로 제향을 지낸다. 유교의 영향을 받은 중국 일본 베트남 등 다른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이 같은 제향이 이미 끊겼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종묘에서는 해마다 5월 첫째 일요일과 11월 첫째 토요일에 옛 방식대로 대제가 펼쳐진다. 황제(왕)가 있고, 문무백관이 있고, 참반객이 있다. 제관만 해도 300명이 넘는 장엄한 행사다.

현재의 종묘대제는 조선 태조 때부터 600여 년 계속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다섯 차례 제사를 받들었다. 일제강점기 때 잠시 중단된 종묘대제는 1971년부터 전주이씨 대동종약원에 의해 복원되었다. 2001년 5월 18일 종묘제례악과 함께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종묘대제는 제사 행위와 함께 제례악, 문무의 공덕을 기리는 무용이 어우러진 종합문화예술이다. 제례는 유교식이다. 처음 신을 모시는 영신례(迎神禮), 다음 신에게 제물을 올리는 천조례(薦俎禮), 이어서 최고의 정성을 다해 헌관 세 명이 잔을 올리는 초헌례, 아헌례, 종헌례가 계속된다. 이후 복을 바라는 음복례, 신을 전송하는 송신례(送神禮), 축(祝)과 폐(幣)를 태우는 망료(望燎)가 진행된다.

가장 장엄하고 경건하게 진행되는 왕의 조상을 모시는 종묘대제에는 술이 필수다. 종묘대제에서는 초헌관인 임금이 신위(神位)에 단술인 예제를 올린다. 아헌관인 왕세자는 막걸리와 비슷한 앙제를 올리고, 종헌관인 영의정이 청주를 각각 올린다. 술을 올리는 작헌례는 제례의 최고 순간이다. 이를 통해 조상과 후손의 교감이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임금은 조상을 모시면서 왕실과 나라와 백성의 영원함을 기원한다.

종묘제례 때 신실은 이원화된다. 신실 앞의 내실과 신실 밖의 공간이다. 내실에서는 헌관이 대축관 우전관과 함께 신에게 술과 음식과 선물을 올린다. 신실 밖의 공간에는 술을 준비하는 준소상이 마련된다.  
 

 
준소상에서는 신에게 올릴 술을 작에 따르는 예가 펼쳐진다. 작은 임금과 관계된 술잔의 격을 높인 표현이다. 헌관이 보는 앞에서 사준이 술을 따르고, 외재랑이 신실 앞의 내재랑에게 전하게 된다. 준소상에는 술을 담아둔 통과 작이 준비된다. 술을 보관한 제기는 계절에 따라 구분된다. 봄과 여름에는 계이와 조이 희준 상준 산뢰를 놓는다. 가을과 겨울에는 가이 황이 착준 호준 산뢰가 준비된다.

유제(鍮製)로 만든 술을 담는 제기인 계이에 닭이, 조이에는 봉황이 각각 새겨져 있다. 봄 제사 때 명수(明水)를 담고, 여름제사 때는 울창주를 담는다. 현주(玄酒)라고도 하는 명수는 물이다. 태고에 술이 알려지기 전에 조상에게 물을 올리며 정성을 다 했다. 이 정신이 이어져 조선시대 대제에서는 술통과 물통을 같이 준비했다.
 
조선왕조실록의 제기 부분이나 경모궁의궤의 제기도설에는 닭이 제기에 등장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계이와 조이는 술잔에 새겨 그림을 그려서 닭과 봉(鳳)의 형상을 만든다. 봄 제사와 여름 제사의 관향에 계이와 조이를 사용한다. 대저 닭은 동방(東方)의 생물(生物)이니 인(仁)이요, 새(鳥)는 남방(南方)의 생물(生物)이니 예(禮)이다. 이것이 선왕께서 봄 제사와 여름 제사에 사용하는 까닭이다. 봄에는 계이에 명수를 채우고, 조이에 울창을 채운다. 여름에는 조이에 명수(明水)를 채우고, 계이에 울창을 채운다. 가이와 황이의 서로 사용됨도 역시 이와 같다."

종묘대제에서 닭이 임금과 조상신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옛사람에게 닭은 길조였다. 동이 틀 때 울음으로써 새날이 옴을 알리기에 광명의 상징이 되고 있다. 닭은 어둠을 물러가게 하고, 빛이 드는 세상을 불러온다. 바로 옛 임금들이 바라던 세상이다. 그렇기에 종묘대제에 닭이 등장하는 것이다.

 
■ 글쓴이 백민제는?
맛 칼럼니스트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10년의 직장생활을 한 뒤 10여 년 동안 음식 맛을 연구했다. 특히 건강과 맛을 고려한 닭고기 미식 탐험을 했다. 앞으로 10여년은 닭 칼럼니스트로 살 생각이다. 그의 대표적 아이디어는 무항생제 닭을 참나무 숯으로 굽는 '수뿌레 닭갈비'다. www.supu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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