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 집에서 함께 밥을 먹어야만 가족인가요, 연극 '30만원의 기적' 연출가 배원세를 만나다
[인터뷰] 한 집에서 함께 밥을 먹어야만 가족인가요, 연극 '30만원의 기적' 연출가 배원세를 만나다
  • 노주원 객원문화기자
  • 승인 2015.05.0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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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노주원 객원문화기자] 돈 때문에 불화가 생겨 뿔뿔이 흩어진 가족은 같은 날 우연히 30만원이 필요하다. 급히 필요한 30만원을 얻기 위해 전화를 걸어 서로에게 거짓말을 한다.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30만원 때문에 가족은 서로의 마음에 생채기를 낸다. 30만원 때문에 다투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의 진심을 깨닫고 가족의 의미를 되찾아간다. 오세혁 작가의 2011년 신춘문예 당선작인 <크리스마스에 30만원을 만날 확률>을 각색한 연극 <30만원의 기적>의 배원세 연출가를 만났다.

▲ 배원세 연출가 <사진촬영=김아혜 작가>

Q. 원작 <크리스마스에 30만원을 만날 확률>을 각색하여 연극으로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A. 개인적으로 오세혁 작가의 팬으로 그의 글을 좋아한다. <크리스마스에 30만원을 만날 확률> 읽었을 때, 이 짧은 글을 장막극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각색하는 과정에서 가족애를 부각시켜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가족애를 말하고 싶었다.

Q. 극의 배경에서 창문이 두드러지게 보였다. 다양한 창문을 연출한 이유는 무엇인가.
A. 다 큰 성인이지만 가끔은 돈이 없어 부모님께 돈을 빌리는 아들이나 부인에게 돈을 꾸는 아버지지의 이야기는 오세혁 작가의 개인적인 삶이 녹아든 이야기지만, 동시에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며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다양한 창문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은 이 극이 여느 가정의 이야기임을 알리고자 함이다. 즉 하나하나의 창은 우리 모두의 가족을 대변하는 것이다.

Q. 가족은 돈을 빌리기 위해 서로 연락을 하지만 직접적으로 만나진 않는다. 왜 핸드폰으로만 소통하나
A. 나도 작품을 각색하며 궁금한 것들이 몇 가지 있었다. 왜 하필 30만원일까. 오세혁 작가의 말을 들어보니 30만원이라는 액수가 크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액수가 30만원 같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대본 자체가 전화로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뤄진 것도 의아했다. 그래서 연극으로 만들 때 많은 제약이 있었다. 사실 이 작품이 여러 지역에서 각색돼 연극화 됐는데, 나는 떨어져 살기 때문에 핸드폰으로만 소통할 수밖에 없는 가족에게 교집합(냉장고, 빨래 건조대, 의자)을 만들어서 재미난 부분을 더 살리고자 했다.

Q. 무대 가운데 냉장고가 있다. 뿔뿔이 흩어져 사는 가족이 유일하게 함께 쓰는 물건으로 냉장고를 선택한 의도는 무엇인가.
A. 무대 왼쪽은 어머니의 지하 단칸방이고, 오른쪽은 아버지의 1층의 작은 사무공간이자 숙소며 무대 뒤쪽은 아들의 옥탑방이다. 무대 가운데 냉장고나 빨래 건조대를 설치함으로써 어머니에게는 부엌, 아들과 아버지에게는 마당이 되는 것이다. 그 중 냉장고는 아무거나 들어갈 수 있는 것으로 아무나 여닫을 수 있는 물건이다. 가족의 교집합을 보여주는 일종의 소도구다.

Q. 극 중 가족은 모두 애인이 있다. 애인이 있어도 외로운 그들에게 '가족'과 '애인'의 의미는 무엇일까?
A. 사실 인간은 타인에게는 가식을 보이며 친절히 대한다. 그러나 가족에게는 가면을 벗어 솔직한 감정을 표출한다. 타인보다 밀접한 것이 애인이다. 특히 아들이 애인에게 집착하는 이유는 혈기왕성함도 있지만, 가족의 품에서 빠져나와 이성에게 더욱더 사랑을 갈구하지 않나 싶다.

▲ 배원세 연출가 <사진촬영=김아혜 작가>

Q. 극의 초반과 후반에 비슷한 장면이 등장한다. 아침을 맞이하는 장면을 다시 한 번 배치하면서 의도한 것은 무엇인가.
A. 가족에게 첫 번째 아침은 아빠의 생일이자 내일에 대한 희망으로 활기찬 하루를 여는 기분 좋은 날이다. 그러나 돈 때문에 가족들이 서로 싸운 다음 날의 아침은 서로에게 미안하며 괜히 힘 빠지는 날이다. 가족들의 슬픔과 무기력함을 극대화시키고자 똑같은 하루를 연출했다.

Q. 돈 때문에 흩어진 가족이 역설적으로 돈 때문에 화합한다. 이를 통해 말하고자하는 것은 무엇인가.
A. 극은 큰 돈 때문에 가족들이 불화가 생겨 해체된다. 그러나 큰 돈이 있어야 다시 가족이 합쳐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굳이 돈 때문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면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Q. 바쁜 현대인은 한 집에 있어도 얼굴보기도 힘든데, 하물며 뿔뿔이 흩어진 극 중 가족이 함께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A. 가족사진을 찍는 모습은 극을 여는 첫 장면이자 마지막 장면으로 같은 장면이다. 헤프닝이 일어난 다음날 가족은 서로의 진실 된 마음을 확인하고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아들로 인해 가족이 모이고 함께 가족사진을 찍는다. 얼굴을 한데 모으는 게 익숙하지 않지만 함께 웃으며 사진 찍는 모습을 보이며 가족의 소통과 화합을 말하고자 했다.

Q.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린다.
A. <30만원의 기적>은 따뜻한 가족애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우리의 연극을 보고 관객들이 부모님께 안부전화 한 통 했으면 좋겠다. 5월은 가족의 달이니 부모님을 모셔 함께 연극을 보아도 좋을 것이다.

한 집에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 하는 사람을 식구라 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가족이 함께 밥을 먹으며 지낼까. 극은 가족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리고 있다. 한집에서 함께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비록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서로를 위하며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비로소 진정한 가족이 유지되는 것이다. 천만 원도 아니고 백만 원도 아닌 고작 30만원 때문에 다투는 가족. 따지고 보면 비극적인 가족사를 유쾌하게 풀어낸 연극 <30만원의 기적은> 오는 6월 30일까지 대학로 소극장축제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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