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48) '말하는 닭', 긍정의 날갯짓
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48) '말하는 닭', 긍정의 날갯짓
  • 유지희 기자
  • 승인 2015.05.0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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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민제 칼럼니스트
앵무새 등 극히 일부의 동물이 사람 말을 흉내 낸다. 이 동물들은 특별한 관심을 받는다. '닭이 사람 말을 흉내 낸다'는 소문도 가끔 있다. 한국과 키르기스스탄에서 화제가 된 '말하는 닭'을 학문적으로 분석한 논문도 있다.

한 학술지에는 닭의 발성 특성, 발음 통계, 실제 음원 분석 등이 실려 있다. 논문에서는 '닭과 사람의 대화는 아니다'고 못 박았다. 다만 닭의 날개를 잡으면 "안돼", "아니야" 등과 유사한 발음은 확인했다. 키르기스스탄의 닭도 사람과 흡사한 발음을 하는 것으로 적었다. 학자들은 닭의 원음을 사람들에게 들려줬다. 그 결과 사람들은 단어를 알아들었고, 닭의 소리임을 인식하지 못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일반 닭의 발음기관과는 다른 특이성으로 추측했다.

주목할 점은 닭의 날개를 잡으면 소리를 낸다는 점이다. 이는 닭 등 조류의 발성 특징 때문이다. 닭은 울대인 명관(鳴管)이라는 발성기가 있다. 이것이 진동하여 소리를 낸다. 후두 속 성대가 흔들리면서 소리를 내는 포유류와는 다른 구조다. 닭의 명관은 기관의 하부에 위치한다. 명관과 명관 주변에는 공기주머니인 기낭이 있다. 이 막이 공명되면 소리가 난다. 기낭은 폐의 앞뒤에 있는 데 앞쪽 기낭이 날갯죽지 아래에 위치한다. 닭이 크게 날갯짓 하면 더 많은 공기가 나가게 돼 큰 울림이 있게 된다.

옛사람은 경험적으로 닭이 날개로 소리를 냄을 알았다. 이익의 『성호사설』에도 나온다. '닭은 반드시 날갯짓을 먼저 한 뒤 울음소리를 낸다. 요즘 사람은 닭을 잡은 후, 그 어깻죽지를 끊어서 끝을 입에다 물고 힘차게 분다. 그러면 죽은 닭이 신기하게 소리를 내서 운다. 이로 볼 때 닭은 날개로 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익은 닭의 날갯죽지 소리로 인해 사람이 두려워함도 적었다. '어떤 집 부인들은 닭을 잡아서 요리를 할 때 혹 날갯죽지 중간이 무엇에 부딪힌다. 그러면 닭이 울음소리를 낸다. 혹 재앙이 올까 두려워 무당을 불러와 귀신에게 빌기도 한다. 참으로 웃긴 일이다.'

이익은 닭이 날갯죽지에서 소리가 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겼다. 죽은 닭의 날갯죽지에서 나는 소리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부녀자들은 죽은 닭이 소리를 내면 불안해하는 것도 인지상정이다.

호기심 많은 이익은 옛 문헌을 뒤져 닭의 날개와 울음의 관계를 추적했다. 『곡례(曲禮)』에서 닭을 한음(翰音)으로 표현한 것을 찾았다. 그 이유도 '한(翰)자는 긴 닭 울음소리'라는 풀이도 접했다. 원나라 학자 오징이 닭의 다른 이름을 한음이라고 한 것도 알았다. 오징은 한음의 유래를 닭 날개의 문채와 잘 우는 까닭으로 보았다. 이익이 당연히 읽었을 『예기』에서도 닭을 한음(鷄曰翰音)이라고 했다. 또 『주역』을 공부한 결과 중부(中孚) 괘(卦)에서 외체가 닭을 상징하는 손(巽)으로 된 까닭에 '한음이 하늘에 오른다'는 표현이 나온 것도 확인했다.

 
『주역』 중부 괘의 마지막 효사에 한음등천(翰音登天)이 나온다. 후대인들의 한음(翰音) 해석은 상황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예기』의 영향으로 일반적으로 한음(翰音)을 닭으로 본다. 그러나 위나라 왕필은 한(翰)을 높이 날아오르려는 모습, 음(音)을 파닥거리는 소리로 해석했다. 왕필의 영향을 받은 정이도 한음을 나는 소리(飛音)로 보았다. 소리만 날 뿐 실익이 없는 것으로 풀이했다. 『주역』의 정전(程傳)에도 '한음은 닭이 날개를 치면서 운다'로 해석한다.

사람마다 한음을 닭으로만 규정하기도 하고, 날아오르려는 닭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날아오르려는 닭에 대한 풀이도 두 가지다. 하나는 닭의 형상만 본 부정적 견해다. 닭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닭이 나는 소리가 하늘까지 들린다는 표현은 지나침을 의미한다. 닭이 날개가 있지만 다른 조류처럼 자유로운 비행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 말로는 '꿈 깨라'는 의미다.

반면, 도전하는 모습에 착안한 긍정 해석이다. 불가능하게 보였던 일이 이루어진 것을 일컫는다. 닭이 하늘로 날아올라 비행하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이는 날아오르려는 열정이 하늘을 감동시킨 결과다. '꿈을 꾸라'는 메시지를 준다. 인간의 상상과 바람은 위대한 발명으로 이어진다. 비행기는 하늘을 나는 꿈을 상상한데서 이뤄졌다. 더 나아가 우주선까지 등장했다.

한음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 하늘을 향해 날갯짓하는 도전과 그에 따른 성취로 보고 싶다. 언어와 역사는 해석하는 이의 몫이다. 긍정으로 보면 긍정, 부정으로 보면 부정이 된다. 

■ 글쓴이 백민제는?
맛 칼럼니스트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10년의 직장생활을 한 뒤 10여 년 동안 음식 맛을 연구했다. 특히 건강과 맛을 고려한 닭고기 미식 탐험을 했다. 앞으로 10여년은 닭 칼럼니스트로 살 생각이다. 그의 대표적 아이디어는 무항생제 닭을 참나무 숯으로 굽는 '수뿌레 닭갈비'다. www.supu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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