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43) 붕당으로 본 인간과 닭의 유사점과 차이점
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43) 붕당으로 본 인간과 닭의 유사점과 차이점
  • 이보미 기자
  • 승인 2015.04.2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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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민제 칼럼니스트
조선후기는 당쟁이 심했다. 서인과 정국 주도권을 다투던 남인은 숙종 6년(1680년) 경신대출척으로 크게 위축된다. 이 때 대사헌 이하진이 진주목사로 좌천되었다가 평안도 운산으로 유배된다. 귀양살이를 하던 이하진은 막내 아들을 낳은 지 1년 만에 죽는다.

이 때 태어난 아들이 『성호사설』을 지은 이익이다. 그는 스무 살 많은 이복형 이잠으로부터 배움을 얻는다. 이잠은 숙종 32년(1706년) 노론이 희빈 장씨의 아들인 세자(경종)를 해하려 한다는 상소를 올렸다. 이잠은 진노한 숙종의 지시로 곤장을 맞고 숨졌다.

정쟁으로 집안이 풍비박산이 되는 것을 본 이익은 정치의 모순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개혁적인 사상을 책에 남기고, 후학에게 전했다. 그의 사회 모순에 대한 생각과 대책은 『성호사설』에 많이 담겨 있다. 빈부의 차이, 당쟁의 원인과 대책은 지금 사회에도 적용되는 대목이다. 조선시대는 '권력이 돈 버는 사회'라면, 현대 자본주의는 '돈이 돈 버는 사회'라고 단순화 할 수도 있다. 이익은 빈부 격차 해소를 위해 토지의 균등소유를 주장했다. '부의 양극화를 막기 위해서는 땅을 비슷하게 갖는 제도를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당쟁의 원인을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파악했다. 양반들이 당을 이뤄 서로 싸우는 것은 재화 부족 탓으로 보았다. 양반은 늘어나지만 토지나 생산물 증대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싸워서 이겨야만 정권을 획득할 수 있고, 그래야만 부나 권력을 차지할 수 있는 게 당시 상황이다.

"붕당은 이(利)를 추구하는 데에 비롯된다"는 그는 "이득이 하나인데 사람이 둘이면 당이 두 개, 사람이 넷이면 당이 네 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익은 대안으로 양반이 과거에만 매달리는 현실에서 벗어나 여러 가지 생산 활동 참여를 제안했다. 또 과열된 과거제도는 사변적 철학자 선발에서 능력 있는 사람 선발로 손질할 것도 주장했다.

이익은 당쟁을 닭에 비유해 설명했다. 『성호사설』의 수필 내용 중 '축계지편당(祝鷄知偏黨)' 표현이다. '닭을 통해 당이 갈리는 것을 안다'는 의미다.

관찰을 잘하는 사람은 특정 물건을 보면 깨닫는 게 있다. 나는 닭을 키우면서 인간의 당이 갈리는 이치를 알았다. 닭은 다투면서 먹을 것을 찾는다. 모이를 구하려고 방안의 의자에도 모여들고, 사람의 지팡이와 신을 밟아 더럽히기도 한다. 쫓아도 도망가지 않는다. 할 수 없이 휘두르는 지팡이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이 앞에서 물러서지 않는다. 닭은 먹는 게 이롭고, 지팡이에 맞는 게 해로움을 안다. 그러나 먹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얻어맞는 아픔을 참는다. 마구 쫓아도 잠시 물러나는 척 하다가 금세 제자리로 되돌아온다. 만약 맞는 것을 심하게, 먹는 것을 가볍게 생각하면 지팡이를 휘두르면 놀라 흩어지고 도망갈 것이다. 이는 모두 이해와 득실에 관계된 것이다.

사람이 당(黨)에 연연해 다투는 것도 벼슬과 급료 때문이다. 이로 인해 죄를 얻어 고통을 겪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벌 받는 것을 꺼려하지 않는다. 오직 벼슬을 얻기 위한 희망 때문이다. 벼슬을 더 중하게 여기는 탓이다. 더 이상 벼슬을 얻지 못함을 알면 중한 벌이 아니라 가볍게 처벌해도 반드시 죄를 범하지 않는다.

풍속이 마치 벌레가 허리를 움츠리고 펴는 것과 같다. 벼슬을 바라는 마음이 강한 탓에 죽음 외에는 무슨 일이든 가리지 않는 형국이다. 개구멍으로 좋은 말을 훔치려 하고, 형을 살더라도 높은 벼슬을 얻으려고 한다. 이 상황이니 무슨 짓인들 못하겠는가. 이는 닭이 먹이 앞에서 하는 짓과 똑 같다.

오히려 사람은 닭만도 못한 게 있다. 닭들은 먹을 것 앞에서는 날고, 달리는 등 갖가지 방법으로 싸운다. 그러나 일이 끝나면 다툼은 옛일이 되고 사이좋게 지낸다.
이에 비해 사람은 시간이 흘러도 분노를 삭이지 못한다. 경쟁 상대를 제거하기 위해 힘쓸 뿐 서로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다. 사람으로서 차마 못할 짓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어리석게 행동하는 이에게 '닭 대가리'라고 비하한다. 그런데 『성호사설』에는 사람과 닭이 하는 게 비슷하다고 했다. 오히려 먹이 앞에서 싸운 뒤의 행동은 닭이 더 신사적이라고 했다. '닭의 머리'를 비유한 말을 과연 인간이 쓸 자격이 있는 지 고민해야 할 듯하다.

■ 글쓴이 백민제는?
맛 칼럼니스트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10년의 직장생활을 한 뒤 10여 년 동안 음식 맛을 연구했다. 특히 건강과 맛을 고려한 닭고기 미식 탐험을 했다. 앞으로 10여년은 닭 칼럼니스트로 살 생각이다. 그의 대표적 아이디어는 무항생제 닭을 참나무 숯으로 굽는 '수뿌레 닭갈비'다. www.supu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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