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480년에 일어난 살라미스 해전은 세계 4대 해전 중 하나이며 고대세계의 가장 중요한 해전으로, 세계사를 유럽 중심으로 돌려놓은 문명사적 대전환점이 됐다. 살라미스 섬과 그리스 본토 사이에 놓인 좁은 해협에서 수적으로 열세를 면치 못하던 그리스 함대는 페르시아의 대함대와 격돌하여 눈부신 승리를 거두었다. 이 해전에서 그리스 군이 승리함으로써 페르시아의 서방 진출이 가로막혀 결과적으로 역사상 최초의 민주주의가 살아남게 됐다. 이후 아테네는 그리스의 지배 도시로 도약하여 아테네 제국의 탄생을 불러왔고, 나아가 페리클레스 시대가 출현하는 발판이 됐다.

살라미스 해전은 고대의 가장 매력적인 인물들이 각출을 벌였다는 점에서도 특별한 전쟁이었다. 동료 그리스인들을 속임수로 해전에 끌어들여 승리의 견인차가 된 테미스토클레스, 지상전에는 밝았으나 해전에는 무지했던 크세르크세스 대왕, 살라미스 해전에 참가하여 훗날 그 경험을 희곡으로 써 불멸의 명성을 얻게 된 그리스의 비극 작가 아이스킬로스, 크세르크세스의 신임을 한 몸에 받으면서 해전의 패배를 개인적 승리로 바꿔놓은 아르테미시아 여왕이 그 주인공들이다.

고전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저자는, 그리스 해역에서 벌어진 동서 간의 이 흥미진진한 전쟁담에서 고대 전투에 대한 분석을 심층적으로 선보였다. 고고학, 기상학, 법 과학에 대한 최근의 연구 성과를 반영한 것은 물론 저자 스스로 노잡이가 되어본 경험에 근거하여 역사의 중심축이 된 전쟁이자 헤로도토스 고전의 바탕이 된, 그러면서도 과소평가된 점이 없지 않았던 살라미스 해전에 대한 기존의 관점을 뒤바꿔놓았다.

배리 스트라우스 지음/ 이순호 옮김/ 452쪽/ 17,800원

독서신문 1396호 [20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