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40) 솔로몬의 지혜, 달걀과 콩의 재판
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40) 솔로몬의 지혜, 달걀과 콩의 재판
  • 이보미 기자
  • 승인 2015.04.24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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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민제 칼럼니스트
인간사에서 가장 비극이 재판이라고 생각한다. 불완전한 인간이 더 흠 있는 사람을 벌주는 게 재판이다. 사회가 유지되기 위한 필요악이라는 데는 공감한다. 하지만 재판의 결과에 수긍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에게는 재판의 결과가 공정함보다는 억울함으로 비쳐질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100% 진실을 가려내는 것은 그 만큼 힘들다. 옛 사람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했다. 판결을 사람이 아닌 신의 영역으로 남겨놨다. 재판권을 신에게 넘긴 것은 지금 시각으로는 희극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의 불완전함 측면에서 보면 순수를 찾는 방편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재판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불가피하게 법정에 선다면 솔로몬 같은 현자를 만나야 한다. 법조인 모두가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하면 더 이상 바랄 나위가 없다. 달걀도 솔로몬 지혜를 읽을 수 있는 좋은 소재다.

왕자 솔로몬에게 궁궐을 호위하는 근위병이 찾아왔다. 근위병은 재판에서의 패배로 큰 빚을 졌다고 하소연했다. 솔로몬 왕자는 근위병의 말을 경청했다. 사연을 들은 뒤 귀엣말을 했다. 근위병은 얼굴이 밝아졌다. 먼저, 근위병이 빚진 사연을 알아본다.

근위병은 전쟁터에 차출됐다. 전선의 군인들에게 삶은 달걀이 간식으로 주어졌다. 젊은 군인은 몇 개의 달걀을 먹어도 배가 고팠다. 근위병은 동료 병사에게서 달걀 한 개를 꾸었다. 몇 년이 지났다. 전쟁은 끝났고, 근위병은 예루살렘으로 돌아왔다. 그 때 달걀 값 청구서가 배달됐다. 상상을 초월하는 천문학적 액수였다. 근위병은 항의했다. 달걀 한 개를 꾸었는데 터무니없는 금액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동료 병사는 제대로 된 계산이라고 설명했다. "달걀이 병아리로 부화했으면 몇 달 뒤에는 매일 알을 낳습니다. 알들이 병아리로 깨어나고, 또 병아리가 큰 닭이 되어 알을 낳습니다. 몇 년이 지나면 수 천, 수만 마리의 닭이 생기죠. 수 천, 수만 개의 알을 매일 낳습니다. 당신이 갚아야 할 돈은 계란 한 개 값이 아닌 수만 마리의 닭과 수만 마리의 달걀 값입니다."

둘은 재판정에 섰다. 이스라엘을 다스리던 다윗왕은 동료 병사의 손을 들어줬다. 몇 년의 세월이면 달걀 한 개가 수많은 닭으로 증식됐을 것으로 보고, 그에 걸맞은 비용을 지불하라는 판결이었다. 

이 같은 사연을 들은 솔로몬 왕자는 근위병에게 귀엣말을 한 것이다. 다음날부터 근위병은 병사들이 주둔하는 군부대 주변 밭에 삶은 콩을 뿌렸다. 병사들은 근위병을 미친 사람 취급했다. "삶은 콩을 아무리 밭에 뿌려도 싹이 날 수 없다"며 비웃었다. 이에 근위병은 "삶은 콩에서는 싹이 난다. 다윗왕이 그렇게 믿고 있다. 왕이 믿는 데 아닐 리 없다"며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소문이 다윗왕의 귀에도 들렸다. 다윗왕은 근위병에게 물었다. "이것은 네 생각이냐." 근위병은 솔로몬 왕자의 생각임을 말했다.

다윗왕은 솔로몬 왕자를 불렀다. "너라면 어떻게 판결하겠느냐." 솔로몬은 아버지에게 말했다. "이미 결론은 나와 있습니다. 삶은 콩에서 새싹이 나지 않듯이, 삶은 달걀에서는 병아리가 부화되지 않습니다." 다윗왕은 재심을 했고, 근위병에게는 달걀 한 개만 갚으라고 판결했다.

■글쓴이 백민제는?
맛 칼럼니스트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10년의 직장생활을 한 뒤 10여 년 동안 음식 맛을 연구했다. 특히 건강과 맛을 고려한 닭고기 미식 탐험을 했다. 앞으로 10여년은 닭 칼럼니스트로 살 생각이다. 그의 대표적 아이디어는 무항생제 닭을 참나무 숯으로 굽는 '수뿌레 닭갈비'다. www.supu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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