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38) 발뒤꿈치가 달걀 같은 며느리
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38) 발뒤꿈치가 달걀 같은 며느리
  • 이보미 기자
  • 승인 2015.04.22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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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민제 칼럼니스트
생명체는 신생, 성장, 사멸의 과정을 거친다. 살아있는 모든 것의 속성이다. 속담 등의 언어도 그렇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옛말에 '발뒤꿈치가 달걀 같다'는 표현이 있다. 주로 며느리를 탓할 때 쓰였다.

트집 잡는 시어머니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나타나는 문구다. 옛 사람의 발뒤꿈치는 예쁠 가능성이 적다. 하루 내내 농사와 가사에 시달리고, 피부 관리도 제대로 할 수 없던 시절이다. 여성이나 남성이나 거북이 등 같은 발에 더 익숙했다. 그런데 발뒤꿈치가 계란 같은 타원형에 매끈하면 아주 예쁜 것이다. 하지만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미운 며느리는 앙증맞은 발도 싫게 보인다.
 
이 속담은 이러한 배경이 있다. 며느리가 미워서 달걀 같이 예쁜 발뒤꿈치도 나무란다는 것이다.

옛날에 시어머니가 있었다. 며느리가 들어왔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트집거리를 찾지 못하던 시어머니는 마침내 며느리의 달걀 같은 발뒤꿈치를 문제 삼았다. 동네 사람들에게 흉을 보기 시작했다. 동네 사람들은 "가장 아름다운 게 달걀 같은 모습이다. 부처님을 조각할 때도 발뒤꿈치를 달걀처럼 한다"며 잘못된 것임을 지적했다. 그러나 시어머니는 '아들이 얼마나 잘해주면 농사철 며느리의 발이 부드러울까'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며 계속 흉을 봤다.

상황을 실감나게 묘사하는 소설가 박완서의 『서 있는 여자』에서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 상황이 나온다.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들이 좋아하는 여자애를 한번 보고자 슬그머니 자청을 했고, 보고 나선 이 트집 저 트집, 발뒤꿈치가 달걀 같다는 트집까지 잡았지만~.'

세상이 변했다. 요즘에는 발뒤꿈치의 미용도 신경 쓰는 시대다. 구두를 오래 신으면 각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또 추우면서 건조한 날씨도 원인이다. 모든 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도 각질 생성의 큰 원인이다. 단백질 결정체로 딱딱한 각질은 피부에 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아름다운 피부를 위협하는 나쁜 녀석이다.

아기처럼 귀엽고 사랑스런 발을 갖고 싶은 사람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발뒤꿈치 각질 제거다. 날이 더워져 슬리퍼를 신는 계절이 다가오면 더욱 그렇다. 각질 제거제는 병원에서 처방받거나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바닥 등 발의 다른 부위는 쉽게 치료가 된다.

그러나 발뒤꿈치의 그것은 잘 제거되지 않는다. 또 오랜 기간 함께 해 고질인 경우가 흔하다. 사우나에서는 작은 돌로 문지르는 사람도 있다. 이는 비위생적이다. 각질을 제거하다 상처가 날 수도 있고, 그곳에 세균이 침투할 수도 있다. 약이 귀하던 시절에는 달걀껍질로 처치를 했다. 요즘에는 달걀 성분을 이용한 각질 제거 제품이 인기다. 그러나 옛 방식 대로 발의 각질이나 얼굴의 각질을 없애는 사람도 많다.

 
달걀 껍질을 빻아서 꿀을 섞으면 연고와 같은 물질이 된다. 이것을 발뒤꿈치 등 각질이 있는 부분에 도포를 한다. 잠시 후 가볍게 마사지를 한다. 이 방법은 오랜 시간 하는 게 좋다. 또 단순하게 달걀흰자와 가루로 만든 껍질을 섞어 팩으로 만드는 방법도 애용된다. 껍질에 든 칼슘은 피부 톤을 정돈해주고 세포 재생도 촉진한다. 주의할 점은 아주 곱게 부숴야 한다는 점이다. 거친 알갱이가 있으면 피부가 손상되기 때문이다. 팩과 같은 혼합물 가루를 부드럽게 각질 부위에 바른다. 한참 후 마른 뒤 물로 씻으면 각질도 함께 떨어지다.

달걀 노른자는 영양분 많은 우유와 만나 민간요법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 방법은 각질 제거는 물론이고 피부의 잔주름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달걀껍질의 막을 활용해 보습효과를 얻기도 한다. 달걀껍질 막에는 히알루론산과 같은 영양성분이 많다. 막이 떨어지지 않게 한 뒤 건조한 피부에 붙이면 촉촉한 피부를 얻을 수 있다.
 
달걀은 소중한 먹을거리다. 그러나 각종 치료제의 원료로 쓰이고, 화분에 있는 나무의 성장제로도 활용된다. 하나도 버릴 게 없는 달걀이다.

■ 글쓴이 백민제는?
맛 칼럼니스트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10년의 직장생활을 한 뒤 10여 년 동안 음식 맛을 연구했다. 특히 건강과 맛을 고려한 닭고기 미식 탐험을 했다. 앞으로 10여년은 닭 칼럼니스트로 살 생각이다. 그의 대표적 아이디어는 무항생제 닭을 참나무 숯으로 굽는 '수뿌레 닭갈비'다. www.supu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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