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37) 신라 건국신화로 본 닭과 계란
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37) 신라 건국신화로 본 닭과 계란
  • 이보미 기자
  • 승인 2015.04.21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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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민제 칼럼니스트
경주시 탑동에 나정이 있다. 사적 245호인 이 우물은 오릉의 동남쪽에 있다. 경주시청의 안내문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의 기록을 인용하고 있다.

기원전 69년 어느 날 고허촌장 소벌공이 우물가에 흰말이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상히 여겨 그 자리에 가 보았다. 말은 간 곳이 없고, 큰 알이 있었다. 알에서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13세 되던 해(기원전 57년)에 6부 촌장이 그를 임금으로 뽑았다. 나라 이름을 서라벌이라 하였다. 이곳에는 지금도 우물이 있다. 조선 순조 3년(1803년)에 시조 왕의 내력을 기록한 유허비가 있다.

옛사람에게 우물은 생명을 상징했다.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은 샘은 인간 탄생의 기원으로 이해됐다. 그렇기에 나라의 시조 등 위대한 인물은 우물에 뿌리를 둔 신화의 주인공이 되었다. 또 알도 하늘이 점지해 준 큰 인물로 설정했다. 신비로운 존재임을 부각하는 것이다.

신라인에게 우물은 부정함을 씻어주고 용왕의 세상과 연결하는 신성한 곳이다. 그렇기에 제사를 지내는 장소이기도 했다. 신라를 건국한 박혁거세는 우물과 알 모두의 이야기를 포함했다. 왕비인 알영부인도 알과 연계돼 있다. 박혁거세는 건국시조로서 최고의 신성성을 갖게 된 것이다. 신라의 석탈해와 김알지, 고구려의 동명성왕, 가야의 김수로왕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문화는 세계적 현상이다. 천지창조 신화가 보이는 고대의 페키니아인과 이집트인, 폴리네시아인도 난생설화를 만들었다. 인도의 베다신화, 예맨의 가다르신화, 핀란드의 카레발라신화도 탄생 설화로 신성시했다.

존귀한 박혁거세와 알영 부인은 알에서 태어났다. 박혁거세는 하늘에서 내려온 말이 낳은 알에서 왔다. 하늘과 연결시켜 위대함을 설정했다. 고대인의 생각은 새가 하늘과 땅의 메신저 역할을 했다. 그렇기에 말과 함께 새도 흔히 등장한다. 신라의 다른 이름은 계림이다. 이는 닭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삼국유사』의 신라시조 혁거세왕조에는 닭의 이미지를 읽을 수 있다.
 
알을 쪼개어 사내아이를 얻었다. 용모가 매우 아름다웠다. 사람들은 놀랍고 기이하게 여겼다. 동천에 몸을 씻겼다. 몸에서 광채가 나고, 조수가 줄지어 따르며 춤추었다. 천지가 진동하고 일월이 청명했다. 이름을 혁거세라 하고 위호를 거슬감이라 했다. 사람들은 경하하며 말했다.

"천자가 강림했다. 유덕한 여군을 찾아서 짝지어야 한다." 이날 알영정가에 계룡(鷄龍)이 나타나 왼쪽 겨드랑이로 여자아이를 낳았다. 용모가 매우 수려했다. 그러나 입술이 닭부리와 같았다. 월성 북천에 몸을 씻겼더니 부리가 떨어졌다. 냇물의 이름을 발천이라 했다. <중략>

 
두 성인이 열세 살이다. 사내아이를 세워 왕으로 삼고, 여자아이는 왕후로 삼았다. 국호를 서라벌로 했다. 처음 왕이 계정(鷄井)에서 태어났으므로 혹은 계림국이라고 한다지만, 그것은 계룡이 출현한 상서로운 징조 때문에 이르는 말이다. 일설에는 탈해왕 때 김알지를 얻으면서 숲속에서 닭이 울어, 이에 국호를 고치어 계림이라 했다고 한다.

서라벌의 주민이 많아지면서 부족에서 더 큰 나라 개념으로 발전할 때 박혁거세가 등장한다. 박혁거세는 하늘이 보낸 사신이다. 이는 말을 기반으로 한 선진문명의 고조선 유민들의 남하가 역사 배경일 수 있다. 박혁거세는 나라를 안정적으로 통치했다. 『삼국사기』에는 왜인과 낙랑인이 쳐들어왔으나 거룩한 덕에 겁먹어 철수하고, 변한이 항복한 구절이 나온다.

알영 부인은 계룡에서 나왔다. 계룡은 닭의 형상을 한 용이다. 이를 두고 석가모니가 마야부인의 겨드랑이에서 난 것처럼 성인화 하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닭과 관계가 있다. 신라와 닭, 박혁거세와 알영부인 그리고 알…. 닭이 하늘을 향해 '꼬끼오'를 하면서 우리의 역사도 열렸다고 하면 큰 무리일까.

■ 글쓴이 백민제는?
맛 칼럼니스트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10년의 직장생활을 한 뒤 10여 년 동안 음식 맛을 연구했다. 특히 건강과 맛을 고려한 닭고기 미식 탐험을 했다. 앞으로 10여년은 닭 칼럼니스트로 살 생각이다. 그의 대표적 아이디어는 무항생제 닭을 참나무 숯으로 굽는 '수뿌레 닭갈비'다. www.supu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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