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책이 안 읽히는 시절임에도 유독 인문교양과 고전에 올인하는 출판사가 있다. 책 디자인도 화려함보다 단순함을 지양한다. 얇은 두께와 재생용지, 손에 쉽게 잡히는 크기로 실속을 지향한다. 불황일수록 내면을 다지는 공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외적 화려함보다 실제로 공부가 되는 내적 알참에 더 정성을 쏟는 것이다. 작고 조용하지만 인문으로 다져진 단단한 출판사 ‘유유’의 조성웅 대표를 찾았다.
- 유유는 어떤 출판사인가?
“독자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인문교양서를 펴내는 작은 출판사다. 공부, 고전, 중국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조합한 책을 만든다. 스스로 자신을 갈고 닦는 공부, 자유로운 인간이 되려고 하는 공부가 유유가 지향하는 인문교양의 개념이며, 독자가 이런 개념을 자기 내면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을 펴내려 한다. 동아시아에 공통되는 지적 유산을 확산하고 자율적 인간으로의 성장을 돕는 책에 관심이 많다.”
- 최근 『동사의 맛』이 주목을 받는 것 같은데 어떤 책인가?
“서점에 나가 보면 우리말 바로 쓰기에 관한 책이 잔뜩 쌓여 있는데 동사에 관한 책은 거의 없다. 이 책은 동사에 대한 한국 최초의 교양서다. 저자가 외주 교정자로 20년이 넘도록 일하면서 저자와 역자가 잘못 사용하는 동사를 짝짓고 동사의 뉘앙스와 활용법을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으로 정리해서 실용성과 재미를 두루 갖췄다.”
- 지금까지 출판한 책들은 주로 어떤 책들이 있는가?
“『단단한 공부』, 『공부하는 삶』, 『공부책』 등 교양을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을 주로 많이 냈다. 경제도 불황이고 앞으로도 살림살이가 크게 나아질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일수록 스스로의 내면을 단단한 다질 필요가 있다. 어떤 외부의 상황에 흔들림 없는 단단한 정신의 소유자가 되는 데는 인문교양서를 읽으면서 공부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유유는 이런 교양의 도야에 도움이 되는 책들을 내려고 애썼다.”
- 가벼운 인문교양서에 주력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사람이 사는 데 필요한 것이 여러 가지 있다. 우리의 몸을 돌보기 위해서는 밥도 먹어야 하고, 옷도 입어야 하며, 잠잘 집도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의 정신을 돌보는 데는 아무래도 소홀해지기 쉽다.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일까. 그러나 정신과 몸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몸을 돌보는 것만큼 정신도 잘 돌봐야 한다. 정신을 잘 돌보려면 인문교양서를 읽고 여러모로 생각해 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인문교양서도 쉬운 책부터 어려운 책까지 다양한데, 유유는 쉽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교양서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 유유 책들은 대개 작고 가볍다. 딱히 그렇게 만드는 이유가 있나?
“출판사를 만들기 전부터 대부분의 유유 책을 디자인한 이기준 디자이너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때 이런 기조를 정했다. 요즘 나오는 책들은 디자인이 너무 화려하고 요란하니 유유는 그런 흐름에서 벗어나서 가능한 한 단순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디자인을 추구하자고. 이런 디자인을 추구하다보니 판형도 손에 딱 쥐기 편한 사륙판으로 거의 통일했고, 본문 종이도 눈의 피로가 덜하고 나무를 살리는 데도 도움이 되는 재생 용지를 쓰게 됐다.”
- 독자들에게 ‘놓치기 아까운 유유의 책’을 추천해달라.
“대만 인문학자 양자오 선생의 서양현대고전 강의 3부작을 놓치지 말고 꼭 읽어 보시면 좋겠다. 『종의 기원을 읽다』, 『꿈의 해석을 읽다』, 『자본론을 읽다』 3권인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정신적 바탕을 만든 고전을 지성사적으로 풀어낸 책들이어서 고전을 원전으로 읽기 전에 읽어두면 고전의 전후 맥락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고 고전 자체를 이해하는 데도 유용하다. 더불어 이 양자오라는 저자를 기억해주시기 바란다. 이 저자는 대만의 으뜸가는 전방위 교양인인데, 동서양 고전 수십 권을 10여 년 가까이 꾸준히 강의할 정도로 공부가 깊은 학자다. 게다가 쉽고 편하게 읽히는 글을 쓰는 필력까지 가지고 있어서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저자다. 읽지 않으시면 후회가 막급이실 것이다.”
- 유유출판사의 10년 후 비전을 설계한다면?
“10년 후에도 엄한 책 내지 않고 착실한 인문교양서만 꾸준히 내는 출판사로 남고 싶다. 욕심을 낸다면 책을 아끼고 자주 읽는 분들이 집에 있는 서가에 유유 출판사에서 나온 책을 꽂아 두는 칸을 한 칸씩 마련하게 하고 싶다. 거듭하여 읽고 싶고 가지고 싶은 책들을 꾸준히 내서 유유책 마니아가 한 만 명쯤 생기도록 하고 싶다.”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