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인생 반세기 작가 이길융을 만나다
문학인생 반세기 작가 이길융을 만나다
  • 방두철 기자
  • 승인 2006.01.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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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모음집



이길융은 누구…

이길융은 누가 보아도 한국 예술계의 통이다. 1939년 완도 출생으로 광주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한 그는, 예술에 대한 그의 열정을 반평생 동안 한국 예술계에 바쳤다. 그가 밟은 예술계 직책만 수십 개... 경주사적관리소장, 국립현대미술관 건설본부장, 문화공보부 예술문화 출판과장, 국립중앙극장 사무국장, 국립중앙극장장, 문화관광부 종무실장,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위원장 등은 모두 그의 전(前) 직함이다.

그러나 그의 삶은 공연과 전시를 아우르는 ‘예술통’이란 별명으론 설명할 수 없다. 아니 부족하다. 왜냐하면 그의 내면에는 예술에 앞서 언제나 ‘문학에 대한 애정’이라는 거대한 생명체가 꿈틀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인지 그는 각종 공직을 맡고 있으면서도 다수의 소설과 희곡작품을 발표했고, 꾸준히 자신의 작품세계를 넓혀왔다.

현재는 한국희곡작가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남북문학교류 위원장 등을 맡고 있으며, ‘작품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희곡문학상(1994)과 최우수예술인상(1998)을 수상한 바 있으며, 저서로는『종착역의 표상인』『숨쉬는 하늘』『한강 나나니』『가시꼬네 사랑이야기』『하얀방 임마뉴엘』『어쩌고 할아버지』『성성돌기』『거북선아 돌아라』『쌍묘의 비밀』등이 있다. 

▲ 단기 4290.09.09 해당화 피는 마을 공연 후


희곡작가이자 소설가인 상산(象山) 이길융이 이제껏 자신의 희곡들을 정리한 희곡 모음집 『거북선아 돌아라』를 출간했다. 열여덟 살이던 청년시절에 완성했던 ‘해당화 피는 마을’을 비롯하여 표제작인 ‘거북선아 돌아라’ 등 자신의 애작(愛作)들만을 모아서 발표한 작가 이길융이 전하는 그의 삶과 문학이 궁금하다.


 

-요즘 근황은 어떠신지.
“지금이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작품에 대한 구상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어요. 예전에 공직에 있을 때는 아무래도 시간에 쫓기곤 했는데 지금은 여유가 있어요. 이제 작품 만드는데 주력해야죠.”

-신간『거북선아 돌아라』를 발표하셨는데, 책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하신다면.
“아홉 개의 작품을 한 권에 묶었어요. 먼저 ‘해당화 피는 마을’은 저에게 개인적으로 소중한 작품이에요. 제가 청년시절 만든 작품으로 고향마을에서 연극으로 꾸며져 저를 서울로 상경하게 해주고 대학도 보내준 작품이죠. 그때 동네 어르신들의 뜨거운 반응이 제 대학 등록금을 마련해주었거든요. 그때 어른신들이 제 연극을 보시고 ‘저 놈은 서울로 보내야 돼’라고 입을 모으셨죠.
표제작인 ‘거북선아 돌아라’는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를 그렸어요. 숨은 역사인 용의 발가락 수를 통해 한?중?일의 역학 관계를 표현하고, 임진왜란을 민족의 자존심을 위한 싸움으로 조명한 작품이죠.
‘성성돌기’는 세계화 시대에 민족을 지키자는 취지로 현대적인 연대의식을 지녀야함을 강조한 작품이고, ‘목외지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심리적 갈등과 희망을 제시한 작품입니다.
‘쌍묘의 비밀’에 관해서는 평론가 이강렬 교수가 ‘놀이와 재미를 본질로 하고 있지만 제의적인 맥락과 함께 역사의 교훈을 환치시키는 사상의 제시를 하는 작품’이라고 한 바가 있어요.”                    

-이번 책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다 애착이 가죠. 그러나 한 가지를 선택하라고 하면 아무래도 표제작인 ‘거북선아 돌아라’일거에요. 민족의 자존심을 찾기 위한 작품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죠.”

-희곡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데, 추구하는 희곡이 있다면.
“어떤 교수들은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희곡은 이왕이면 등장인물이 적어야 좋은 희곡이라고. 그러나 그건 소극장용이지요. 전 대극장용 희곡을 선호해요. 즉, 어울림이 있고 어울림을 위한 희곡이요. 많은 대화와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 희곡이야말로 인생을 이야기 할 수 있죠.”

-현재 문학계에서 희곡장르가 다른 분야에 비해 좀 뒤쳐진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 희곡이 많이 망가지고 있다는 생각은 합니다. 사실 저도 좀 놀란 부분이 있어요. 제가 책을 내고 서점을 한번 갔었는데 제 책이 문학 부분에 진열되어 있지 않고 여가분야에 꽂혀있더군요. 원래 문학이라는 것은 소설과 시, 그리고 희곡이 대표적인 장르인데…. 사람들이 희곡하면 연극이라 생각하는데 희곡은 문학작품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았으면 합니다.”

-희곡이 병을 치료용으로도 쓰인다고 하는데.
“맞아요. 특히 사이코드라마는 치료용으로 쓰이는데, 희곡으로 타인과 대화를 하면서 사회적응력을 높일 수 있죠. 또한 자신의 힘든 부분을 자연스럽게 털어놓게 함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죠.”

-오랫동안 작품을 만들었는데, 가장 힘든 점이 있다면.
“솔직히 전 지금도 작품이 완성된 후에 1년 정도는 묻어놨다가 세상에 발표를 해요. 바로 발표를 하기에는 자신이 없다는 거죠. 특히 발표를 한 후에 내 작품에 대해서 오류를 발견하면 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워요. 항상 시간에 여유를 두는 편입니다.”

-어릴 적부터 ‘글쓰기’에 관심이 많았다던데, 큰 동기가 있다면.
“어머니와 형님의 영향이 컸지요. 어린시절 어머니가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너희 증조할아버지께서는 항상 글을 가까이 하셨다. 너도 글쟁이가 돼보렴.’ 그래서 글쟁이에 대한 애정은 있었어요. 그리고 우선 다른 아이들보다는 글쓰기를 좋아했죠. 결정적인 계기는 군대에 가신 형님의 영향인데…. 형님이 군에 복무할 때, 매일같이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그때 형님이 편지가 재미있다며 자주 쓰라고 하시면서 이왕이면 이야기를 만들어서 한번 써보라고 하셨어요. 그때 재미를 붙여서 이야기를 만들어 편지를 썼는데, 형님이 군복무중에 그만 대포에 맞아서 돌아가시게 됐어요. 전 엄청 충격을 받고 돌아가신 형님을 생각하면서 계속 편지를 썼지요. 아마도 그때 창작의 세계에 푹 빠졌던 것 같아요.” 작가 이길융은 아직도 형님과 주고받았던 그 편지들을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평생을 예술과 문학에 빠져 살았는데, 예술이란. 그리고 문학이란.
“대답하기 어렵지만, 예술은 삶의 질을 높이는 기술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예술에 술(術)자도 기술을 뜻하는 술(術)자잖아요. 하나의 기술이지요. 또한 문화를 ‘인간의 삶의 흐름’이라고 본다면, 문화를 만드는 기술이 될 수도 있죠. 문학 또한 글로써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예술인과 문학인 중 하나의 호칭만 선택하라면.
“전 작가라는 호칭이 제일 좋아요. 가끔 지인들을 만나면 국장님 혹은 과장님 등 옛 공직에 있을 때에 호칭을 부르는데, 무엇보다 작가라는 호칭이 가장 애착이 갑니다.”

-휴식시간은 어떻게 보내는지. 그리고 체력관리는.
“강화도에 부인과 딸이 만들어 준 집필실이 있어요. 복잡한 서울을 떠나 조용한 집필실에서 농사도 짓고 등산도 하고 글도 읽고 그래요. 참, 낚시도 합니다. 완벽한 자연인의 생활을 즐기는 거죠.
체력관리는 아침?저녁으로 맨손체조하고, 가끔 북한산도 한바퀴 걷지요. 무엇보다 많이 걷는 것이 좋아요.”

-존경하는 문학인이 있다면.
“이제 다 돌아가셨는데…. 조병화 선생님과 박종화 선생님이요. 특히 박종화 선생님은 제가 어린시절 출판을 한다고 했을 때, 제 작품을 보시고 한 3년 정도 있다가 하라고 말씀하셨던 분인데 제가 아직도 작품을 완성한 후에 시간을 여유 있게 두고 발표를 하는 것이 그 분의 영향이지요. 그때 3년 뒤에 제가 제 작품을 읽어보았는데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선생님이 왜 3년 뒤에 시작하라고 말씀하셨는지 깨닫게 됐지요.”   

-앞으로의 인생계획.
“구상해둔 작품들을 하나씩 쓸 예정이에요. 올해 목표는 단편모음집과 장편 한 작품입니다. 그리고 저는 작품을 만들 때 이왕이면 소설과 희곡을 구별하려고 노력하는데 앞으로도 소설과 희곡을 구별해서 작품을 만들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우리 희곡을 많이 읽었으면 해요. 희곡을 단지 연극대본으로 볼 것이 아니라, 어린이들에게는 대화의 교제로 그리고 어른들에게는 인생의 교제로 활용하길 바랍니다. 그리하여 아름다운 대화를 할 줄 알고 사는 것에 대한 재미도 느낄 줄 아는 그런 독자들이 많다진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죠.”  

                                                                          

독서신문 1396호(2006.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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